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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학교 측 '미흡한 코로나 정보공개' 혼란·불안 가중

교육당국·학교 제한된 정보 전달에 불신 ↑…'카더라 통신'발 가짜정보 더 신뢰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21.03.19 10:38:00
[프라임경제] 신학기를 맞아 코로나19라는 불청객이 학교로 확산되는 가운데 일부 학교에서 제한된 수준의 정보만 전달해 학생과 학부모 등 관련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구체적 정보(확진자의 학년, 반 정도 등)가 아닌 "확진자가 발생했다" 수준의 정보만 공지하고, 학부모의 문의에도 명확한 답을 회피하고 있다. 

학교의 미숙한 대응도 문제지만, 그 책임이 오롯이 학교에만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교육부·질병관리청·교육지원청 등 관련 기관의 불협화음과 '재량'으로 포장된 책임 전가가 학생과 학부모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15일 강남에 위치한 봉은중학교 학생 중 한 명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봉은중학교는 이 사실을 학생과 학부모에 전파하고,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60여명은 검사를 진행했다. 이후 3명이 추가적으로 확진돼 확진자는 총 4명으로 늘었다. 학교에선 음성 판정을 받았어도 밀접접촉 대상으로 분류된 학생에게는 오는 26일까지 자가격리 조치를 내렸다. 

봉은중학교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16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관련 조치를 공지했다. ⓒ 봉은중학교 홈페이지 캡처


봉은중학교는 "검사결과 음성을 받은 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학원·다중이용시설·PC방 등 외출을 자제하고 가정에서도 필요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개인 위생수칙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확진자 파악 후 발 빠르게 정보를 공개했다는 점은 칭찬 받을 만 하다. 하지만 이면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봉은중학교에서 밝힌 확진자 정보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확진자 발생'이라는 단편 정보에 불과하다.

학부모나 학생이 원하는 △학년 △반 △동선 등 세부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최소한 코로나 확진자가 몇 학년 학생인지 여부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학부모가 문의해도 "대답하기 곤란하다"며 대답을 회피했을 뿐이다. 학교에 관한 사항을 학교에서 말해줄 수 없다고 답하는 촌극이 발생한 셈이다.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봉은중학교는 올해 3월 신학기를 시작했는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학년별로 다른 요일에 등교를 한다. 즉, 학년 정보가 학생의 접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란 뜻이다. 

이 정보가 있어야 맞춤형 대처가 가능한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감만 커진다. 봉은중학교에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학교 측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만 공지했을 뿐 몇 학년인지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불안감만 더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학부모는 이 정보를 정확히 몰라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는 "학교 측에 직접 문의전화를 해도 관련 정보를 공유해주지 않는다"며 "학부모라 밝히고 아이와 같은 학년에 확진자가 있는지 여부만 확인하고자 했는데도 이 조차 밝히지 않는다"라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확진자가 누구인지 알아내겠다는 게 아니라 자녀가 확진자와 얼마나 밀접한 접촉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알맞은 대처를 하려고 했는데, 이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이해가 안 간다"고 덧붙였다.

학교에서 확진자 관련 중요 정보 공개를 꺼리는 이유를 알기 위해 교육부에 문의한 결과 관계자는 "학교의 확진자 관련 정보 공개는 교육부 권한 밖"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어서 "교육부는 확진자와 자가격리 대상에 대한 등교 제한 조치를 할 뿐"이라며 "확진자 정보를 전파하는 부분은 학교장 재량"이라고 설명했다.

정보 공개에 대한 교육부 지침이 있는지를 묻자 "이와 관련된 규정이나 지침은 없다"며 "학교에선 개인정보 보호 이슈 때문에 알려주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어서 "동선을 비롯한 개인정보를 알리는 부분은 질병관리청 소관"이라고 전했다.

학교에서 코로나19 발생 정도만 공지하는 이유는 결국 '확진자의 개인정보 보호' 때문이다.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보다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 같은 대응은 책임 회피를 위해 직무를 유기 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정도 수준까지의 개인정보가 보호돼야 할까? 관련된 내용은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확진환자의 이동경로 등 정보공개 지침'(이하 정보공개 지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보공개 지침에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3조(개인정보 보호 원칙) 6항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의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부분이 학교에서 확진 학생의 정보 공개를 꺼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최근 비슷한 정보를 공개했다가 학부모가 소송을 건 사례가 있다"며 "정확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학부모 입장도 이해는 가지만 학교 입장에선 이를 공개한 데 따르는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어 무작정 정보를 공개하기가 쉽진 않다"고 견해를 밝혔다.

개인정보를 보호라는 명분은 이해되지만 이 때문에 학부모의 알 권리가 제한되는 건 문제가 있다. 특히 감염병 예방에 전 국민이 힘쓰고 있는 현재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관련 지침 중 공개 원칙에 따르면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접촉자 현황 등 정보공개는 역학적 이유, 법령상의 제한, 확진자의 사생활 보호 등 다각적 측면을 고려해 감염병 예방에 필요한 정보에 한하여 공개함'이라고 설명돼 있다. 즉, 감염병 예방을 위해 필요한 정보인 학년 정보는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본 지침은 학교 등에서 해당 정보를 공개할 때 준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학교장은 본 지침에 따라서 정보공개 범위를 결정하면 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현재 환자정보 공개를 질병관리청과 지자체에서 주관하다 보니 학교에선 혹시 발생할지 모를 법적 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제대로 된 정보 전달을 안 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부담된다면 확진자와 그 부모에게 양해를 구하고 통보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도 전혀 없었다.

학교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학생을 위협에 방치한 의사결정을 했다는 점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봉은중학교 성창국 교감은 "확진자 정보공개는 질병관리청에서 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학부모와 학생이 문의할 수 있는 창구인 학교 고위관계자가 할 말로는 다소 부적절해 보인다. 

그는 공개 범위에 학년을 포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자 "답변할 이유가 없다"며 "학교 입장에선 미온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문의가 들어온 학부모에겐 납득할 수 있도록 문의주신 학년은 전수검사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안내했다"고 말했다.

봉은중학교 관할 교육지원청인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역시 본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학부모의 알 권리가 보장되지 못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서울시 교육지원청으로부터 지시나 공문이 없어 관련 근거가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반복했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조직구성도. 코로나19 업무 관련 부서가 따로 없어 재정지원과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캡처


교육지원청 담당자의 전문성에도 의구심이 든다.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선 재정지원과가 코로나19 업무를 담당한다. 이 같은 업무 편제가 이뤄진 이유는 재정지원과가 부차적으로 재난 담당 업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가진 전문성과 전혀 동 떨어진 업무를 하다 보니 관할 학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함에도 지식과 대응력에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비단 강남서초교육지원청만 이 같이 업무 편제로 나눈 게 아니다. 타 교육지원청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현재, 교육당국은 2020년과 달리 올해는 등교 수업을 늘리는 등 학교 정상화 조치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업무를 하는 전문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당국·질병관리청·교육지원청·학교·지자체 등 학내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이를 관리할 책임이 있어 보이는 기관이 매우 많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관련 정보를 전파해야 할 주체 △어떤 수준의 정보까지 전파해야 하는지 등 관련자가 필요로 하는 전달 체계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이 미흡하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학부모끼리 가짜 정보를 주고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어린이집을 통해 인근 초등학교에도 확진자가 있다는 소식을 받았다"는 내용을 밝히기도 하고, 다른 학부모는 "봉은중학교 확진자가 더 늘어서 6명이 됐다"는 내용을 공유하기도 한다. 확인결과 이 내용은 모두 가짜정보였다. 

교육당국과 질병관리청, 학교의 미흡한 대응 때문에 학부모가 스스로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가짜정보가 생성되고 전파되는 역효과가 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혼란만 가중되고 정부와 교육당국의 공식 정보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교육당국은 공식 채널을 통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며, 더 신뢰가 무너지기 전에 학부모와 학생으로부터 신뢰를 쌓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6조 2항에는 '국민은 감염병 발생 상황,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등에 관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알 권리가 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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