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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민간 건설사에 보금자리 넘긴 빚쟁이, 투기 비리 온상 전락

직원 투기 사태 이후 주택공급, 민간으로의 전환 요구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1.03.19 17:42:59

한국토지주택공사.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임직원 신도시 투기 사태' 여파가 진화는 커녕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정부 공공 주도 '2.4 부동산 공급 대책'도 점차 추진 동력을 잃어가는 모양새입니다. 

정부 측은 부동산 대책을 현행 방식으로 강행한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업계와 여러 시민단체는 '민간 주도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간 주도로의 전환'과 관련해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미 10년 전 오늘 LH가 공공 개발 정책을 민간 주도로 진행했지만, 실패의 고배를 피하지 못한 바 있기 때문이죠. 

◆빚쟁이 자금난 탓에 '보금자리' 민간건설사로 위임

사실 LH는 2009년 공기업 선진화 정책 일환으로 당시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한 공공기관입니다. 일명 '3대 부동산 특권' △토지수용권 △용도변경권 △독점개발권을 모두 가진 공룡 공기업이 탄생한 것이죠. 

다만 문제는 '빚쟁이 기업'이라고 칭할 정도로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무려 100조원 이상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2009년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보금자리 주택' 사업에도 차질이 생겼죠. 

보금자리 주택은 서민 주거 안정 및 수준 향상을 위해 LH가 직접 참여해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입니다. 현 정권 '공공 주도 개발'과 유사한 해당 정책으로, 2018년까지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5㎡) 이하 총 150만 가구를 제공한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런 계획과 달리 LH 자금난이 계속되자 정부는 차선책으로 2011년 3월16일 'LH 경영정상화를 위한 정부지원 방안'을 통해 일부를 민간 건설사에 위임한다고 발표했죠. 

그린벨트를 해제해 조성한 택지를 민간 건설사에 싸게 매매, 이후 민간 건설사가 주택을 건설해 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서민들에게 공급한다는 것이었죠. 

당시 관계자는 "LH 부채로 공공 개발에 제동이 걸리자 원활한 정책 추진 차원에서 민간 건설사가 이를 일부 맡게 된 것"이라 회상했습니다. 

최초 민간 보금자리 주택 '서초 참누리 에코리치' 조감도. ⓒ 울트라건설


이런 민간 보금자리 주택 첫 번째 결실이 바로 서울 서초구 '서초 참누리 에코리치(현 서초호반써밋)'입니다. 당시 울트라건설, 즉 현재 호반산업이 2011년 8월 분양에 돌입해 2013년 9월 완공됐죠. 

하지만 민간 보금자리 정책은 곧바로 고분양가와 함께 부실시공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실제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참누리 에코리치를 분석한 결과, 같은 지구 내 공공 보금자리 주택 분양가(3.3㎡당 980만원)와 비교해 2배나 비싼 분양가(3.3㎡당 1940만원)로 책정됐다"라며 "보금자리 지구 민간 매각을 즉시 중단, LH에서 모든 아파트를 공급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죠. 

또 입주 과정에 있어서도 수도꼭지 미설치나 기울어진 벽채, 외벽 스티로폼 마감 처리 등 시공 하자들이 드러나면서 부실 공사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10년 전 정부가 추진했던 보금자리 '민간 건설사로의 전환'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적지 않은 난관에 직면, '공공 기관 중심' 정책 추진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습니다. 

◆'투기 온상' 해체하고, 민간 개발 전환하라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가난했던 '빚쟁이' LH는 어느덧 '투기 비리 온상'으로 전락하고야 말았습니다. 이 때문에 이전과는 사뭇 다른 여론이 형성되는 모습입니다. 

최근 불거진 LH 직원 땅 투기 사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명 '2.4 부동산 대책'에 급제동을 걸기에 충분하다는 게 업계 분석입니다. 더군다나 이번 정책 추진에 있어 LH가 선봉 역할을 책임진 만큼 그야말로 추진 동력을 상실한 것이죠. 

나아가 여론은 LH를 포함해 관련 공공기관을 신뢰하지 못하고, 공공 개발에 대한 불신까지 확대되면서 '민간 주도 개발'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가 LH직원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공전협


실제 '공공 재개발 예비후보지' 대흥5구역은 최근 공공 재개발 취소 집단 민원을 제기했으며, 또 다른 후보지인 장위9구역 역시 공공 재개발 반대를 목표로 잡은 '비상대책위원'까지 설립된 상태입니다. 

장위9구역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LH 사태 이후 공공 재개발을 반대하고, 민간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이 많아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을 급하게 추진하기보단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지난 14일 "2.4 대책 공공 주도를 민간 주도로 전환하고, LH는 저소득층 등을 위한 공급에만 전념하는 주거복지공사로 개혁하는 게 옳다"며 "정책 핵심은 LH 주도인데, 주도 방식이 통하겠는가"라고 비난하기도 했죠. 

공공 주도 개발과 민간 주도에서 있어 섣부르게 시비를 따질 순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LH 직원 투기 사태'로 현재 공공 개발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처했다는 점이죠. 

과연 민심을 잃어버린 정부 및 LH, 그리고 관련 기관들이 '공공 주도 개발 정책' 강행을 통해 재신임을 얻을 수 있을지, 아니면 이를 민간 주도로 정책을 우회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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