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록 칼럼] 김여정의 품격 낮은 막말, 천냥 빚 갚을 수 있을까

2021-03-21 10:28:54

[프라임경제] 북한 김여정이 지난 16일 노동신문에 담화 형태로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했다. 과거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일정이 공개될 때마다(한미연합사는 통상 훈련시작 1~2주 전에 북측에 통보, 언론에 공개해 왔다.)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훈련전·중·후로 수사적 비난과 군사행동으로 대응해 왔다. 비난의 주체로는 주로 군부, 대남기구, 외무성 등이 나섰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년과 달리 훈련이 시작된 지 한참 뒤늦게 반응이 나왔고, 김여정이 담화 형태로 한미연합훈련을 첫 번째로 비난한 것이 특이하다. 김여정이 작년부터 대남·대미 비난의 악역에 나서면서 이제는 한미연합훈련 문제까지도 관여를 확대하는 듯하다.

아마 우리 정부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호한 전략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자 북한이 자신들의 대남 공갈 전략이 먹혀들어가 '한미가 연합훈련을 중지하지 않을까'라고 기대해봤지만 결국은 훈련이 '로키(low-key)'로 진행된 사실을 알게 되고 때마침 미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의 초도방한 일정이 보도되자 대남·대미 메시지를 동시에 전할려고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핵없는 한국엔 책임을 직접 전가하며 거친 막말로 길들이려 하고, 핵강국 미국엔 접촉할 명분을 달라는 경고성 시그널을 우회적으로 보내려는 데 방점을 둔 듯하다.

김여정의 공식 직위는 부부장급으로 우리의 차관보급 직위다. 30대 초반(1988년생/통일부)에 차관보급은 정상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김여정은 작년부터 대남·대미 비난에 적극 나섬에 따라 실세로 등장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친동생, 이른바 백두혈통이기 때문에 그녀의 메시지가 언론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그런데 그녀의 막말과 메시지 뒤에 후속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같은 충격적 행동이나 담화 내용을 구성하고 있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용어와 표현들은 우리에게 그렇게 썩 좋은 감정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시즌에 본 수줍은 모습을 띤 김여정의 표정은 이제 달라 보인다. 지금의 김여정 표정은 왠지 불길함을 암시하는 징표로 각인되고 있고 거친 막말은 체통도 경륜도 없어 보인다. 아니 오히려 역효과로 우리를 마냥 슬프게 만든다. 어떻게 그렇게 돌변할 수 있을까, 왜 그럴까라는 의문과 걱정이 꼬리를 문다. 

백두혈통인 막후 실세로서의 도발적 언행을 정제시키지 못하는 안타까운 북한체제의 폐쇄성, 그녀의 막말 속 행간에 숨어있는 메시지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려는 남쪽 내부의 갈등은 우리 스스로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 뿐이다.
 
김여정의 악역은 하노이 노딜 이후부터 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핵무기를 완성한 자신들이 미국을 협상장으로 끌어냈고 그래서 자신들이 원하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도 받아 제재도 풀고 경제 보상도 받아내지 못한 한을 그 누군가에게 전가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생존의 몸부림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저들의 그런 현실이 고쳐지기 어려운 태생적·조건반사적 행동이 아니고 그저 생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만들어낸 각본이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해 본다.

이 시간 이후 "태생적 바보, 판별 능력마저 완전히 상실한 떼떼(말더듬이), 철면피, 미친개, 특단의 대책, 임기 말기에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할 것", "특등 머저리, 기괴한 족속", "정의로운 척, 평화의 사도처럼 처신머리가 역겹고 꼴불견", "저능한 사고방식, 하는 짓거리 하나하나가 바보스럽다" 등의 저속한 막말로 에둘러 우리를 비하하지 말고 우리가 뭔가 잘못한 것이 진짜 있다면 속 시원하게 공개하면 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을 곱씹어 보며 우리 민족의 체통과 위신도 잘 지켜주길 바랄 뿐이다.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 / 명지대학교 북한학 초빙교수 /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미국 상대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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