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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싸움'된 보선…박영선-오세훈 대결 뒤 '스타들' 더 눈길

단일화 뒤 전선 명확해진다? 오히려 중앙정치 투영으로 혼전 셈법 복잡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3.23 10:07:21

[프라임경제] 23일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간 단일화 결과가 나오면서 향후 상황 전개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범야권 단일화가 긴 진통 끝에 결국 오 후보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보수 결집은 물론 이후 상황이 한층 가속도를 얻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다만 보수 못지 않게 반대쪽에서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쪽으로 본격적으로 응집할 것이라는 점이 분명한 대신, 상황 흐름이나 변수가 이전의 다른 선거들처럼 단순히 전개되지만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서울시장을 이미 지낸 오 후보와 10년 세월을 준비했다는 박 후보의 '진검승부' 구도지만, '두 장수 사이의 대회전' 못지 않게 복잡한 다른 전투들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08년 세종시의 한 행사장에서 같이 찍힌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모습. ⓒ 연합뉴스

우선 관건은 안철수 진영으로 쏠렸던 범보수 및 중도 표심까지 오 전 시장이 어떻게 완전히 흡수하는가다. 지난 국민의힘 내부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나경원 전 원내대표 대신 오 전 시장 쪽으로 결론났던 이유로, 나 후보로 결정되면 안철수 진영과의 단일화가 어려울 수 있다는 가능성 그리고 보수 강경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받아들여졌다는 점 두 문제를 거론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바꾸어 말하면 오 후보의 중도적 이미지와 온건한 스탠스가 매력이었던 만큼, 이는 안철수 진영과의 교집합이 크다는 뜻도 된다. 안철수 진영이 상대적으로 높던 구도에서, 나-안 대결과 단일화 전후에 오 후보의 지지도가 높아졌던 상황 및 역전도 있었던 상황은 중도 표심의 흡수 효과와 오세훈 카드의 장점을 보여주는 것. 대신 이를 반대로 보면, 안철수 대 오세훈의 선택지 문제에서 모호한 부분에 대한 정리는 '이미' 끝났기 때문에, 오-안 단일화 이후 표심 끌어안기가 쉽지만은 않을 수 있다.

안철수 진영을 지지했고 중도에 기운 표심이 100% 오세훈 진영으로 흡수되지 못 하고 박영선 캠프로 가 버리는 역선택이 일어나면 곤란한데, 이를 철저히 추구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우려가 대두된다.

바로 '땅 문제' 내지 '부동산 싸움' 때문. 

그래서 서울보선 본승부의 두번째 관건은 부동산 싸움을 양측이 얼마나 슬기롭고 빠르게 빠져 나오는가다. 오 후보는 내곡동 땅 이익 문제로 시장 재임 당시의 이해충돌 논란에 말려든 상태다. 강력히 부인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를 얼마나 빠르게 털어내는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박 후보 측도 쉽지 않다. 여당이 LH 비리 의혹으로 비판받는 상황이다. 이미 기존에 깔린 악재인 부동산 정책 실패론도 진창이다. 본인의 도쿄 아파트 문제까지 새삼 거론되면서 박 후보를 괴롭혀 왔다.

다만 박 후보로서는 오 후보가 부동산 이슈로 시달리는 상황에서 반전을 노려볼 만하다. 거북한 표현이지만 이전투구 구도 형성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거물 플레이어들의 서울 보선 개입이라는 확장된 전선이 시선을 끈다. 이들의 역할론에 따라 후보 본인들에게 얼마나 더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박 후보 진영은 의도치 않게 반여성주의 논란(성폭력 피해 공무원 문제)으로 주요 참모(특히 입 역할 즉 대변하는 인물, 예를 들어 고민정 민주당 의원)들이 직함을 떼고 한발 물러서는 등 홍역을 치렀었다. 빠르게 자리를 재정비하면서 상황 대응 능력 등을 보강했지만, 이제 바로 오세훈 캠프와의 본선 정면 대결 구도가 형성돼 숨고르기를 끝내고 바로 가동될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이 와중에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서울 보선에 대해 직접 입을 연 것은 중요하다. 이 전 대표는 당직에서 물러난 후 조용히 지내왔지만 이번에 친여 성향 유튜브를 통해 이번 선거는 이긴 것 같다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쓸데없는 언행이라든지 심지어 '승리 호소인' 비아냥도 나왔으나, 그가 갖고 있던 정치적 비중에서 지지층 결집 호소 효과가 막강하고, 정치적 변곡점에서 부동층 흡수 가능성 또한 유의미할 것이라는 해석이 오히려 유력하다. 이 전 대표 등 거물들이 어떤 방식으로 박영선 캠프의 질주에 힘을 보탤지 눈길을 줘야 하는 이유다.

입심 좋은 홍준표 무소소 의원도 관건이다. 그는 주지하다시피 당대표 및 대선 후보까지 지낸 범보수의 중요 인물이지만, 주요 계파에 속하지 못하고 항상 외로운 정치를 해 왔고, 결국 총선 공천 문제로 탈당해 야인으로 머물러 왔다.

그는 부산 보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박형준 캠프를 공식 지원하려 나서는 것으로 일단 몸을 푼 상태. 이 자체도 이번 보선 후 당 구도에서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주목되는데, 근래엔 심지어 서울 보선로까지 발언 범위를 넓혔다.

바로 박 후보의 도쿄 아파트 문제에 대한 발언을 한 것인데, 이는 그와 박 후보가 과거 BBK 대결 와중에 양측 주전으로 맞섰기 때문이다. 친여나 진보 진영에서는 이번 홍 의원 발언을 '사과'로 해석하는 양상이지만, 보수 쪽에서는 홍 의원 발언을 '사찰까지는 아니었는데 사찰이라고 우긴다'에 중심 무게추가있다고 본다.

즉 후자의 해석론이라면, 박 후보는 남편까지 사찰을 당해 일본에 아파트를 구입해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는 기존 해명론의 기반을 잃을 수 있는 폭발력이 있다. 

물론 부동산이 서울의 현안 중 하나이긴 하나, 이번 보선에서는 분명 그 선을 넘어서서 부동산이 중심 키워드가 되는 상황이다. 두 후보 각자의 절치부심과 진지한 대결도 관건이나, 이들에게만 맡겨 놓을 수 없는 양측 진영의 고심도 여기에 있다. 

거물들까지 나서는 이 같은 중차대한 대결 구도가 내달 7일 본격 개막된다. 보궐에 불과하지만 다음 서울시장이 누구냐는 상황에 이후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모두 큰 후폭풍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파도를 타고 유유히 서핑을 하게 될 행운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23일 답이 나온 '안철수 대신 오세훈'이라는 중간 휴게소 앞에서 많은 이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그 다음을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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