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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을 흔든 큰 꼬리' 단일화 패배에도 안철수는 길 열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3.23 10:18:18

[프라임경제]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다'는 표현은 이제 그에게 사용하면 안 될 것 같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야기다.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희망했지만 23일 단일화 결과 오세훈 진영에 양보하게 됐다, 그럼에도 다시 그에게 눈길이 쏠린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찍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 연합뉴스

정치 입문 후 상당한 기대를 모았지만 매번 '철수만 한다'거나 '간만 본다'는 불만과 비아냥을 들으며 기대에서 점차 멀어졌던 게 사실이다. 독일로 가는 등 절치부심하며 다음 정치 구상을 하기도 했지만 이런 그의 노력은 대중들에게 큰 평가를 얻지 못 했다. 그가 지금 몸담은 국민의당이 갖는 정치적 크기는 한창 때의 안철수 바람 강도와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그런 그가 마라톤은 물론, 코로나 정국에서 본업을 살린(그는 의사다) 자원봉사 등으로 부활 노래를 시작했던 점은 의미가 컸다. 급기야 제1야당이지만 뚜렷한 대선 주자 등 거물 역할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국민의힘 상황을 지렛대 삼아, 안철수와 국민의당이 상황을 휘젓기 시작했다.

남의 불행을 빛 삼아 정치적으로 부각되는 반사체가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섞인 해석론도 있었지만 분명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제 그가 범보수 단일 보선 후보)이나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기라성 같은 진성 보수 정치인들과 당당히 겨루면서 존재감을 부각해 왔다. 

이번 보선 구도만 놓고 보면 분명 나름대로 그간 역경의 정치 행로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일명 발광체로 업그레이드 준비를 해 온 티가 확실히 난다는 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이제 보선에서 박영선 캠프와 안철수 진영이 칼을 섞는 구도는 형성되지 못 하게 됐다. 서울시장실의 열쇠 쟁탈전에서는 멀어졌을 망정, 그 다음이 열렸다는 점에서 오히려 나쁘지 않다.

철수만 한다는 비아냥을 씻어냈지만 그렇다고 끝간 데 없이 자기 고집만 피운다는 논란에서도 상당 부분 자유로워지면서, 오세훈 캠프와 단일화의 긴 늪을 통과해 냈다. 큰 꼬리로서 몸통격인 국민의힘을 흔드는 존재감을 과시한 것은 덤이다.

이제 다시 공식적으로는 작은 역할로 축소되지만 그림자가 한층 거대해질 것이라는 전망은 그래서 나온다. 안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대선 후보군과의 물밑 교섭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여지가 크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서는 다시금 대선 도전 등 모든 가능성을 열린 각도에서 재볼 자유마저 얻었다. 보선 단계 중 하나인 단일화에서는 졌지만, 올해 정국은 물론 정치적 이벤트가 존재하는 내년까지도 그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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