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달 칼럼] 코치의 악몽2

2021-03-24 10:44:28

[프라임경제] "어이구, 코치 선생님. 많이 기다리셨죠?"

30분 이상은 기다리지 않는 것이 내 나름의 수칙(守則)이어서 막 일어서려는데, 방문이 열리자 바쁜 듯 수선을 떨며 A 팀장이 들어왔다.

"아, 오셨네요. 오늘 시간이 안 되시는 줄 알고 막 일어서는 참이었는데…"

"어려운 걸음 하셨는데, 오늘도 또 한 수 배워야죠."

그래서 마주 앉았다.

"어떻습니까? 오늘은 나란히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며 대화를 해볼까요? 목적을 같이 하는 코칭은 이렇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하는 것이 좋거든요."

"그것 재미있겠네요."

2층 창밖으로는 북한산 산기슭의 봄 꽃이 목련을 필두로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의자를 끌어다 놓고 나란히 앉았다. 물리칠 수 없는 부탁으로 맡은 코칭이 이번이 3회차(回次)이지만 오늘 만큼은 그의 흰자위 많아 희번덕거리는 듯한 눈을 마주 보고 싶지 않았다.

"코치님, 오늘 주제는 지난 번에 이어 서울, 부산 보궐선거에 대한 전략을 좀 일깨워 주시지요."

"그건 팀장님 전문 영역이지 않습니까?"

제 일이기는 하지만, 코치님과 대화를 하다 보면 참신한 아이디어가 소록소록 생겨 나드라구요. 하하. 워낙 좋은 질문을 많이 해주시니…"

"모든 일이 마음대로 된다면, 어떻게 최종 결말이 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아이스 브레이킹이니, 클리어링이니 다 제끼고 직접 주제로 들어갔다.

"미니멈 일타 5피요." 

그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5피라면?"

"일 - 어떠한 수단을 써서라도 서울을 확보한다."

"일 - 선거 과정을 통하여 하부 구(區) 단위조직의 호남 주도 결속을 더욱 공고히 하여 전국적으로 지지 세력의 자신감을 확보한다."

"일 - 내년 대선(大選)을 위한 필승 전략과 전열(戰列)을 완성한다."

"일 - 부산을 전략 상 내어 주어, 부정선거 운운의 책동을 방지하고, 야권의 만심(慢心)을 최대한 조장, 범야 결집 노력을 최대한 흠집 내어 선거 이후 대척감(對蹠感)이 최고로 고조되도록 작업한다."

"일 - 두 곳의 승패와 관계없이, 여론조사, 선거관리, 투개표, 실황중계 과정을 세밀하게 설계하고 기획 실천하여, 대선을 위한 하자 없는 완벽한 시스템이 되도록 실증 실험을 거친다."

"호오? 벌써 철저한 검토가 되어 있군요. 팀장님의 그 전략 목표는 위[上-엄지 손가락을 치켜 보였다]와도 잘 align[한 방향 정렬] 되어 있는 건가요?"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더 높은 곳과도… 핫 하."

"그리고 각 목표에 대한 하부 목표와 전략도, 물론…"

"대체로 그렇습니다만. 실은 하부 전략에 재미있는 것이 더 많아요. 거기는 '플랜 B'가 다양하게 필요해서요."

"그렇다면, 기밀 사항이 많을 것 같아 디테일은 묻지 않기로 하구요. 전략 수행을 위한 특별한 전략 자산(資産)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좋은 질문입니다."

그는 음료수 병을 따더니, 벌컥벌컥 몇 모금 마셨다.

▲백신 접종 이미지. = 허달

"자금살포, 충성 조직, 여론조사기관, 선관위 활용 같은 뻔한 것을 물으시는 것은 아닐 테고… 부산 가덕도 같은 것은 블러핑(bluffing)이었던 거 코치님도 아시잖아요?"

나는 대답 대신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기밀을 지켜 주시는 분이니까 말씀드리죠. 제일 믿음직스러운 것은 아무래도 지난 총선 때 실증실험을 거친 선거 시스템이구요, 아재 백신 포함한 방역 이슈, LH 땅투기 포함 부동산 이슈, 윤총장 사임 이슈, 등 등 다 우리로선장계취계(將計就計)하는 전략 자산이자 무기이지요. 양날의 칼인 점도 있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칼자루만 놓치지 않고 있으면 되니까요. 의외로 상대가 약체(弱體)라서 칼을 쥐어 줘도 제 손을 베이거나 제 편을 베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하하."

"약체인 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큰집 바라다보는[從中] 야당 세력은 물밑 교감이 있고,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언제나 내각제 협상으로 회유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 아닌가요?"

"하, 들켰네요. 역시 예리하시단 말야. 그래서 이렇게 코칭을 받고 있는 거지만…"

"근데, LH 투기 문제, 윤 총장 사임 문제, 아제 백신 문제 등은 방어해야 할 악재(惡材) 아닌가요? 전략 자산으로 보시는 이유는요?"

그는 내 심중을 들여다보려는 듯 창밖에서 시선을 돌려 빤히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다, 아시면서… 제 전략을 다져 주려는 의도의 코칭 질문이시군요? 헤헤. 우선 현실 문제로, 이들 이슈로 인해 이번 보궐선거의 성추행 더불어당 단죄(斷罪)라는 이슈가 엷어지다 못해 아주 없어졌잖아요? 대선은 1년 뒤의 일이니 이번 두 선거를 박빙으로 이끌어 흥행에 성공하면, 이런 이슈들은 그때까지는 다 잊히고 말지요. 그런 관점에서 플레이하기 아주 재미있는 전략 자산이다 그런 말씀이구요."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아~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는군요' 정도의 공감은 해주어야 코치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인데, 고개가 잘 끄덕여지지 않았다.

"보세요. LH 사건은요, 그 본질이 정의감이거나 공의(公義), 공분(公憤)이 아니거든요. 애들이 배가 아픈 거지. 불평하는 친구들 선거 전에 돈 좀 풀어주면 그걸로 주식 투자 몰빵 하면서 잃든 따든 스트레스 풀고 잊어버릴 이슈예요. 윤 총장 이슈는 꽃놀이패 같은 거구요, 어차피 그깟 인기 아무리 얻어 봐야 아시잖아요? (여기서 왼눈을 찡긋) 대선 승부는 못 바꿉니다. 부정 선거 이슈가 미국에서 사그라들면서 동력 잃어버린 것 보았잖아요? 짱깨 성님들 처음에는 일내는 거 아닌가 불안불안 했는데, 그런대로 선방해 주었어요. 마음 여린 판사들 이미 겁주어 놓았으니, 검찰 반발 같은 건 범개 하는 놀이 지원해 주면서 너무 키우지만 않으면 되지요. 그리고 아재 백신이 아주 효자예요. 백신 자체에 대한 국민의 전반적 불신만 조금 더 확산시켜 키우면 화이자 백신 가져다 놓아도 맞기를 망설이는 호구들이 태반일 텐데, 백신 확보 제대로 않은 실정(失政)이 크게 부각될 걱정이 없어졌지요. 계속 백신으로 위협하고, 마스크 씌우고, 집회 통제하고, 보조금으로 길들이고, 또 사전 투표 장려하고 얼마나 좋은 호재입니까?"

그가 사악한 심중(心中)을 여과 없이 들어내자 나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맞장구치지 않는 내 심중이 그대로 그에게 읽혀지는 것은 아닌지? 나는 얼른 말 머리를 돌렸다.

"그렇다면 팀장님이 보는 위험요소, 장애요소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저쪽에도 팀장님 같은 전략가가 작전을 짜고 있다면…"

그가 잠시 침묵하며 초점 없는 시선을 허공에 던졌다.

"역시 안 놓치시는군요. 코치님 보시기는 어때요? 어떤 위험요소가 보이시나요?"

나는 빙그레 웃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말을 이었다.

"영감님들 자뻑 정말 못 말려요. 일사분란 작전 수행 중인데, 숟가락 얹으려다 파토내고… 그리고 언론이 개판 치는 거, 공중파 시청률이 유튜브를 못 미치는 판이라니… 유튜브 쌈 붙이기 작전 물론 수행 중이지만… 그것보다는 언론은 기본적으로 배신 위험이 있지요. 저것들은 늘 우리를 말[馬]이라 생각해요. 자기들이 기수(騎手}이고."

"더 예민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은 거지요? 대선까지 연결된 목표와 전략인 점을 고려하면 박통 사면, 미국과 중국 각각의 입장과 영향력 작용, 북쪽의 희망과 인터액션, 다 고려해 넣으셨을 텐데…"

그의 얼굴이 잠시 어두워지는 것을 보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좋은 지적입니다. 본심이든 아니든 바이든 정부가 우리의 대북정책에 제동 거는 것이 트통 때보다 더 노골적이어서… 우리로서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선거보다 차원이 더 높은 문제이지요."

그가 '우리'라고 말한 것은 누구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또 대책이란? 나는 대화 중에 생각했다. '국제관계에 프리 런치란 없다' 아무리 천방지축 모략 프레임 프로듀서들이라지만 이런 기본 원칙쯤이야 들어 알고 있지 않을까? 하기야 국익(國益)이 중요치 않은 무리에게는 소 귀에 경 읽기.

그가 일어서서 핸드폰 전화를 꺼내 드는 것이 보였다고 했더니, 이내 무대(舞臺)가 암전(暗轉), 장면이 바뀌었다.

두 명의 험상궂은 잠바 차림 거한(巨漢) 둘이 나를 의자에 눌러 앉혀 놓고 있었다. A 팀장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내게 다가섰다. 손에 커다란 주사기를 들고 있었다.

"코치님, 오늘 너무 많은 기밀(機密) 말씀을 들어서 아무래도 안 되겠네요. 하하."

그는 익숙한 간호사처럼 주사기 바늘을 치켜들었다.

"이거 특수 주문한 혈전[피떡] 제조용 코비드 백신이거든요. 하하. 귀하는 유감스럽게도 백신 접종 후 기저질환으로 돌아가시는 겁니다."

아앗. 팔을 꿰뚫는 주사바늘의 생생한 아픔에 잠이 깨었다.

'휘유, 꿈이었구나.'

그런데 어쩌면 그 불쾌한 꿈 속의 대화가 구석구석 이렇게 분명하게 기억이 난다지?


1943년 서울 출생 / 서울고 · 서울대 공대 화공과 · 서울대 경영대학원 졸업 / SK 부사장 · SK 아카데미 초대 교수 · 한국케미칼㈜ 사장 역임 / 한국코칭협회 인증코치 KPC · 국제코치연맹 인증코치 PCC 기업경영 전문코치 · 한국암센터 출강 건강 마스터 코치 / 저서 △마중물의 힘(2010)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2011)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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