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 심화…국내 완성차업체도 간접 영향권

정부, 공급 부족 해결 위해 대만으로 "당장 해결은 어려워"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1.03.25 11:04:10
[프라임경제]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완성차 업체의 최대 골칫거리로 부상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촉발된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미리 재고를 쌓으며 지금까지 버텨왔지만 이제는 해당 재고물량들의 '완전소진'도 시간문제인 탓.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잇따라 차량 생산 감축 및 공장 가동 중단을 택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런 가운데 아직까지 직접 영향권에 들진 않았던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도 오는 4월부터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는 등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은 한국 산업계에까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줄줄이 생산량 조정 불가피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촉발된 시기는 2020년 하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완성차 업체와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 생산량을 조정한 것이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의 주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에 불어닥친 한파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됐다. ⓒ 연합뉴스


문제는 올해 잇달아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되면서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됐다는 점.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를 덮친 한파로 인한 단전으로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1·2위업체인 NXP와 인피니언의 공장이 한 달 이상 가동을 중단했고, 지난 19일에는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의 일본 이바라키현 나카 공장이 화재로 멈춰 차량용 반도체 생산 '톱3' 업체가 생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 업체의 공장 가동중단은 완성차 업체 입장에선 뼈아프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세 개 업체의 차량용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총 35%에 달하기 때문. 뿐만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 중 핵심부품으로 꼽히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자동차의 각 기능을 제어하는 반도체)의 경우 3개 업체의 총생산량이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라인 가동중단에 따른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의 직격탄을 맞아 줄줄이 생산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고 업계는 우려한다.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신음하고 있다. 미국 포드와 일본 도요타는 감산을 공식화했으며, 이미 감산 중인 미국 제너럴모터스(이하 GM)는 추가 감산 조치에 나섰다. 

25일 외신에 따르면, GM 미주리주 공장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오는 29일부터 4월12일까지 가동이 중단된다. 또한 하반기 중단 기간을 예정보다 2주 앞당기는 등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의 직격탄을 맞았다.

◆최악은 면했지만…우려 여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는 달리 현대차와 기아는 아직까지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 있진 않다. 그러나 곧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업계는 관측한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가 이르면 올 2분기에 감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일본 부품업체 덴소가 화재 발생으로 가동이 중단된 르네사스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는데, 이 덴소를 통해 현대차가 부품을 납품받고 있어서다.  

업계는 현대차와 기아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의 직접 영향권에 들진 않았지만, 곧 생산에 차질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 연합뉴스


그러나 생산량 조정으로 인한 약간의 차질만 발생할 뿐 생산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차질로 부품 재고 시스템을 재정비하면서 동시에 차량용 반도체를 선제적으로 확보해놨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확보한 차량용 반도체 재고는 최소 3개월, 최대 6개월 물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아이오닉5' 사전계약 물량이 첫날에만 2만3760대를 기록한데 이어 며칠 만에 국내 판매 목표(2만6500대)를 넘어서자 올해 생산계획을 7만대에서 9만대로 늘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해결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자동차에는 전자기기를 제어하는 반도체 200~400개 정도가 들어간다. 특히 아이오닉5 같은 전기차에는 주행 상황에 따라 전압·전류를 바꿔주는 전력 반도체를 비롯해 최소 500개 안팎의 반도체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현대차 입장에서는 당장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은 면했지만 많이 팔고 싶어도 부품이 없어 팔지 못해 그리 좋아할 수만은 없는 웃지 못할 상황에 놓인 것.

이에 우리 정부는 이달 초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와 UMC가 있는 대만에 방문해 왕메이화(王美華) 대만 경제부장(장관)을 비롯한 현지의 정부·재계 인사들을 만나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는 등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뿐 아니라 세계 각국 정부가 모두 대만 정부에게 반도체 공급 증가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 당장 국내 산업계에 만연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