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주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

2021-03-30 10:17:06

[프라임경제] 5명이 함께 피자 한 판을 만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그중 한 사람이 주인이라고 주장하면서 피자 한 판을 다 먹어버린다면? 나머지 4명은 황당해서 항의를 하겠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피자를 만드는 곳은 기업, 피자 한 판은 이익이다. 피자 한 판을 다 먹은 사람은 주주, 나머지 4명은 고객,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이다. 

이처럼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는 명제 하에 기업이익이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분배되는 시스템이 '주주자본주의'다. 이익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고객,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는 그 혜택에서 소외되는 일이 잦았다. 기업이익을 불합리하게 배분하는 현상이 심화되자, 이를 반성하고 바로잡고자 하는 조류가 생겨났다. 바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나 시스템도 과도하면 부작용이 생기듯 자본시장에서 당연시돼던 주주자본주의가 시험대에 올라 관심을 끌고 있다. 주주를 경영 중심에 두는 주주자본주의가 단기 실적 위주의 경영 왜곡과 양극화 심화 등 부작용으로 비판받으면서, 기업이 주주뿐만 아니라 고객,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중시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발점은 미국의 영향력 있는 CEO 181명으로 구성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이 "주주자본주의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이례적인 선언을 한 2019년 8월이었다.   

주주자본주의 시대에서는 기업의 목적이 주가를 최대한 올리고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있었다. 주주 이익이 강조되면서 고객,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은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일이 빈번해졌다. 

예컨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과도하게 배당한다면, 이익에 기여한 근로자들 연봉을 올리지 못하거나 거래기업에 단가를 올려주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또한 R&D 투자, 우수 인재 확보 등 장기적 성장을 위한 투자가 위축되면서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결국 이익이 감소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주주행동주의'가 일상화된 미국에서는 주주가 경영에 적극 개입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는 등 기업을 압박하면서 주주의 단기 이익을 추구하고 있어, 결국 주주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BRT는 기업지배구조 원칙을 새롭게 발표하면서, 기업 목적은 '고객,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봉사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고객들에게 가치를 전달하겠다 △근로자들에게 투자하겠다 △거래기업들을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대우하겠다 △지역사회를 지원하겠다 △주주들을 위해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선언이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기업이 중시해야 할 이해관계자 중 주주 순위가 맨 뒤로 밀렸고, 주주에게는 '장기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기업 목적이라고 밝혀 단기 이익 위주의 경영을 경계했다는 것이다. 20년 넘도록 절대적 기준으로 인식돼온 주주자본주의 종지부를 찍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선언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워렌 버핏이 경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배당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배당을 한 적이 없다. 주주들의 배당 요구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는 것은 배당 없이 자신이 회사를 잘 경영해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주주들에게 더 큰 이익이 될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즉 단기적인 측면보다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주주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에 힘을 쏟는 경영자가 많아야 이해관계자들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

"주주는 기업의 주인이다" 이러한 명제는 바뀌어야 한다. 이제 기업은 고객,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키는 경영을 해야 한다.

주주자본주의가 주주를 위한 일차원적 경영이라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이해관계자와 상생하는 입체적 경영이다. 세상의 변화를 빠르게 읽은 선각자들은 이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실천하면서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현석 서울IR 네트워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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