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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를 게 없다?" 박영선의 부동산 정책 어떻게 볼 것인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3.30 10:13:34

[프라임경제] "이러면 오세훈과 다를 게 뭐냐?"라는 소리도 없지 않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추격 중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부동산 정책 이야기다. 과연 둘은 어떻게 다른 걸까?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 연합뉴스

이른 바 '박원순 시대'가 끝나면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전임 시장 시절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피로감 위에서 치러진다. 

꼭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LH 사태와 부동산 가격 폭등 여파 때문이다. 

여당 소속인 박영선 캠프에게는 원래부터 비난과 불평을 감수하며 치러야 하는 불리한 선거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방법이 마땅찮은 게 사실이다. 박 후보도 오 후보와 마찬가지로 층고 제한 완화를 시사한 데 이어, 강남 재개발·재건축의 경우에도 공공주도 형태를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복안을 드러내는 등 '유연하게 가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렇게 박 후보가 보수진영 오 후보의 '규제 완화' 경쟁에 뒤따르는 양상이 되면서 우려가 없지 않은 것이다. 오리지널 논쟁은 사치이고, 효과가 있겠느냐는 의심을 해소해야 표와 연결된다는 지적이 불가피한 것. 

또한, 박 후보가 지금은 저렇게 완화 기조를 이야기하지만, 여당 소속인 그가 부동산 문제에 엄격한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서 벗어나 정책을 밀어붙이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분명 뼈저린 '현실'이다.

과연 이게 다일까? 그렇지 않다는 반론이 대두된다. 어려운 선거이고, 부동산 정책 전쟁이 분명 어려운 과목이지만 '희망의 노래가 들린다'는 소리가 성급하지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여당 출신이라는 점은 분명 강점이다. 부동산 정책과 세제 관련 권한이 중앙 정부에 있는 만큼, 시장의 힘만으로 정책을 고치긴 힘들지만 모든 것은 아니더라도 일부 지원과 양보, 결단을 이끌어 내서 서울시 부동산 정책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그래서 존재한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어려운 가운데 보수쪽 정책 기조를 일부 차용하면서도, 박영선 캠프만의 색깔을 입히고자 하는 고심이 엿보인다는 부분이다. 즉 민주당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잃지 않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박 후보가 이번에 꺼내든 중소기업 장기 재직 근로자를 위한 주택공급 확대 카드가 한 예다. 어찌 보면 오세훈 캠프와 박영선 캠프 간 차이점을 극명히 강조하면서 그간 밋밋했던 부동산 정책 경쟁에서도 '선명성 대결'이 이제 시작되냐는 것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대결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확대 해석도 가능하다. 

중소기업에 5년 이상, 동일 기업에 3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울시 공공주택 특별공급 비율을 5%까지 마련하겠다는 것은 무슨 함의를 갖는가? 중소기업 종사자, 특히 직장 초년병(청년 계층)에게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돌파의 수로 읽힌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이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좌절감을 주고 있다는 점, 이른 바 이남자, 이여자(20대 남자, 여자)들의 민주당 지지 이탈 현상에 민주당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내놓은 모범 사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국 서울대 법전원 교수의 자녀 입시 비리 논란에 분노한 청년들에게 청와대는 오히려 "마음의 빚이 있다"고 조 교수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 허탈함을 안겼다. 부동산 주무부처 장관 누구도 책임있게 해법을 내놓지 못 하고 "(아파트를) 빵 찍어내듯 찍어낼 수 있었으면" 등 오히려 화를 돋우는 발언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의원과 정부 고위 관계자(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역임)를 두루 지낸 그가 사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잘한 것은 없다는 수긍 발언을 하고, 이번 지원 정책 제시를 한 것이다. 가장 소외됐던 중소기업 종사자들에게 주택 특화 포인트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사과의 뜻을 보여준 것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박 후보가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한 주택공급 확대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한편, 우수한 인재가 중소기업에서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그간 잘못한 점, 미진한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길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정표를 다시 제시하는 일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촛불 정국에 기대를 걸었던 서민들의 공정성 요구는 공산주의식으로 남의 것을 무조건 나눠 달라는 것은 아니다. 결과에 승복할 수 있게 최소한의 출발선 보장은 해 달라는 작은 소망에 가까운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바로 그런 기대를 등에 업고 등장했지만, 특히 부동산 영역에서 기대에 부응하기는 커녕 오히려 망치는 역할만 했다. 그런데, 지난 임기 동안 문재인 정부가 미처 이를 채우지 못한 점을 박영선 캠프가 긁어주고 나선 것이다.

"정직하게 일하고 저축해서 내 집을 마련하고, 부동산 가격에 좌절하는 서울시민이 없도록 박영선표 부동산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박 후보의 외침과 호소는 실로 단순하고 교과서적이다. 

하지만 이번 중소기업 주택 지원책의 예에서 보듯, 그런 교과서적 설명서에 담긴 묵직한 울림이 있다. 때로 보수 같은 완화 정책 기조도 빌려 쓰지만 어떻게든 원칙과 정의대로 가겠다는 그런 교과서 같은 태도에 신뢰를 실어주는 정책들이 이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박영선표 부동산 정책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그저 그런 말의 잔치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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