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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금융] 이제 연금 시장에서도 ESG, 그게 뭐길래?

기후변화 위기에 ESG 더욱 부각…영국 연금제도 개편까지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21.03.31 16:21:49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뜻하는 말로 경영부터 펀드까지 다양한 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 미레에셋

[프라임경제] 올해 들어 기업과 관련된 뉴스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ESG' 입니다. 'ESG'는 경영부터 펀드까지 다양한 곳에서 등장하는데요. ESG란 과연 무엇일까요.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합니다. 투자 의사결정 시 '사회책임투자' 혹은 '지속가능투자' 관점에서 기업의 재무적 요소들을 함께 고려하는데요. 여기서 '사회책임투자'란 사회적, 윤리적 가치를 반영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존에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했지만, 현재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ESG 등 비재무적 요소를 충분히 반영해 평가하는 것이죠.

최근에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기사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빈부 격차 확대, 자연재해 증가, 전염병 유행 등 개인 능력만으로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사회·경제적 문제가 만연하면서, 기업과 정책 결정권자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연금 운용 기관의 경우,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모습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죠. 미국 연금 시장의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32.3조 달러(원화 3경5조원/원·달러 1100원 기준)로 한국 GDP 1조6000억 달러(19년 말 기준, 원화 1760조 원) 대비 20배에 달할 만큼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이러한 변화가 글로벌 자산시장에 끼칠 영향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적 책임, 새로운 성장의 축 'ESG'

21세기 가장 뜨겁게 다뤄지고 있는 이슈는 기후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는 기후 관련 정책이 실패할 경우 사회적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며, 올해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위험 중 가장 큰 위험으로 기후변화를 꼽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정치권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미국 민주당 상원 기후 변화 특별 위원회는 특별 보고서를 통해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 위험이 매우 크며, 주요 금융 기관이 여전히 이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위험이 장기적으로 노동자 연금 가치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죠.

미국 민주당 상원은 중앙은행과 규제 기관이 석탄 연료 관련 투자에 대한 페널티를 부과하고, 그린 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는 정책과 규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기관투자자들도 이런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습니다. MSCI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주 지역 기관 투자자는 투자 시 향후 5년 이내 가장 크게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기후 변화'를 꼽았습니다. 실제 적극적인 투자 결정을 내린 사례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지난 1월25일 뉴욕시 공무원 퇴직 기금과 뉴욕시 교사 퇴직 기금은 화석 연료 관련 회사에 대한 투자 회수를 의결했고, 향후 5년에 걸쳐 이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과거에는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라 하면 '규제 강화'를 떠올렸지만, 이제는 '새로운 성장의 축'으로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ESG 관련 ETF는 360여개, 총관리자산(AUM)은 1000억달러(원화 110조원)에 이릅니다. 대부분의 ESG 신규 상장 펀드와 자금 유입은 E(Environment)에 해당되는 친환경/그린테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S(Social), G(Governance) 관련 요소에 집중한 투자 상품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연금제도 개편, 인프라 투자하는 '영국'

국가 차원에서 연금제도 개편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영국이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영국 정부는 확정기여형(Defined Contribution, DC) 퇴직연금 등 연금 계좌에서 비유동성 자산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영란은행에 따르면 영국 연금 시장이 확정급여형(Defined Benefit: DB)에서 확정기여형으로 전환하면서 인프라, 벤처캐피털과 같이 투자 수익을 얻는데 장시간 소요를 필요로 하는 민간 투자가 줄어들었습니다.

DB형 퇴직연금은 회사가 가입자를 대신해 장기적으로 운용해주는 데 비해 DC형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수시로 상품을 바꿔줍니다. 이 때문에 DC형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언제 회수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비 유동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을 느끼기 어렵겠죠.

문제는 인프라 투자가 단순히 연금의 수익률을 높여주는 역할 뿐 아니라 사회 안전망 강화와 경기 부양이라는 사회적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공항을 만들고, 도로를 건설하는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는 대규모 인력과 자본이 투입됩니다. 

최근 영란은행 총재인 앤드류베일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피해로부터 빠른 경기 회복을 위해 DC연금 제도의 규제 완화를 재차 언급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사실 연금 가입자 입장에서 인프라, 벤처캐피털에 대한 투자 기회가 열리는 것은 분명 이득입니다. 이들 자산은 보통 높은 이자를 제공하고, 시장에서 매일 가격이 변동되는 자산들과는 상관관계가 낮습니다. 다른 자산들과 함께 투자하면 자산배분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죠.

과거에는 낮은 환금성으로 인해 주로 장기 투자가 가능한 기관투자자에게만 투자 기회가 제공됐지만, 만약 영국에서 연금형 펀드에 비유동성 자산에 대한 투자가 확대된다면 연금 투자자는 폭넓은 투자 기회를 통해 연금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긍정적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OECD는 연금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 시키자는 의견에는 찬성하지만, 특정 의사결정자 입맛에 맞춰 연금이 함부로 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변화는 연금 자산에 보다 높은 사회적 책임감을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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