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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3시간 기다렸어요" 오픈 시간 전부터 명품관 앞 긴 줄

'보복 소비' 나선 MZ세대…SNS 문화도 '명품 소비' 자극

윤인하 기자 | yih@newsprime.co.kr | 2021.04.02 15:01:03
[프라임경제] "백화점 웨이팅은 소비 욕구를 자극한다. 매장에 갔는데 내 앞의 대기인원이 100명이라는 것을 보고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포기한다. 그러나 명품 소비자들은 편승 효과로 인해 오히려 예약을 하고 이 사실을 SNS에 공유한다."

지난해 장기 침체기를 맞았던 유통시장이 3월에 접어들며 활짝 폈다. 특히 명품을 중심으로 한 고가 상품 매출은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하늘길이 막히자 해외여행 수요가 명품으로 쏠리고 있는 '보복소비' 심리가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또한, 프리미엄가로 상품을 되파는 '리셀'이 활성화된 점도 명품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1일 오전 국내 백화점 명품관을 방문해 명품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명품 웨이팅' 오히려 소비 욕구 자극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인파가 모이는 장소를 피하지만 신세계, 롯데, 현대 등 백화점 3사 오전 웨이팅 줄은 예외인 듯하다. 오전과 점심 시간대에 가장 많은 인원이 몰린다는 명품관 대기는 평일, 주말을 몰랐다.

올봄 명품 소비 흐름에는 백화점 웨이팅이 있다. 국내 명품 소비자들은 '직구'가 온라인 비대면 거래라는 특징에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라는 장점이 있음에도 현장에서 기다리는 불편을 감수하기도 한다.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얼 오픈전.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웨이팅 인원이 매장 이용 예약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 윤인하 기자


서울 중구 한 백화점 명품관을 찾은 김지희씨는 "백화점 오픈 시간에 도착해 명품관을 방문하니 원하는 제품은 이미 다 팔린 후였다. 그때도 3시간을 꼬박 기다렸다"며 "오늘은 원하는 제품을 사기 위해 오픈 시간 보다 2시간 일찍 왔다"고 말했다.  

백화점 웨이팅은 한편 소비 욕구를 자극하거나 과시하는 수단이 됐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센터장은 "어떤 소비자 앞에 대기가 100명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대개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다른 날에 방문 하거나, 포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오히려 '나만 사는 게 아니구나' '나도 얼른 사야겠다'라고 생각이 들곤 한다"며 "소비자들은 웨이팅 후기를 종종 SNS에 올린다. 이는 다른 소비자들의 소비욕망을 자극하고 이 작용은 명품 소비를 강화시키는 한 요인이다"고 설명했다. 

◆'리셀(Re-Sell)' 시장 진입한 MZ세대의 명품 재테크

고가에다 시장에서 가격 변동성이 있는 명품은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리셀 업자들은 우스갯소리로 매일 백화점 3사 명품점 아침 대기열에서 얼굴을 알아차릴 만한 다른 리셀러들을 심심찮게 마주친다고. 

리셀은 일반 매장가에 한정판 프리미엄이 붙거나 특히 구하기 어려운 물건일 경우 웃돈을 더해 판매하는 개념이다. 

1일 오전9시 롯데백화점 면세점 입구의 대기열을 따라가봤다. = 윤인하 기자


리셀은 예전 나이키 한정판 신발에 프리미엄을 붙여 사고 파는 시장에서부터 성행했다. 몇년새 이커머스 거래가 크게 증가하면서 MZ 세대들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행해지는 명품 리셀을 익숙하게 받아들였고 자신들이 리셀러가 되기도 했다.

리셀 경험이 있다는 박다은씨는 "지난해 150만원대에 구입했던 제품이 지금 온라인에서 2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사용하기 위해 구입한 명품도 이후 중고시장에 내놔도 괜찮은 가격을 받고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MZ세대들은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몰두하는 자본주의 원리에 긍정적이다. 인기제품이나 희소성이 높은 제품에 터무니없는 가격이 붙더라도 받아들인다. 제품을 얻기 위한 과정과 노력도 금전적 가치로 여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복소비는 앙갚음·응징 의미…'보상소비' 더 적절 

"2018년 해외여행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횟수는 평균 2.8회였고 그중에서도 20대 여성이 가장 만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 발발 이후 이러한 수요와 욕구가 강제로 막히게 되면서, 소비자들(특히 MZ세대 중심)은 명품 소비로 이를 해소해 스스로에 위안을 준다. 다른 루트로 풀릴 수 있었던 소비가 명품 시장으로 집결된 양상으로 보인다." 

= 윤인하 기자

명품 소비 현상에 대해 '보복소비'가 아닌 '보상소비'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센터장은 "보복은 앙갚음, 응징의 의미이기 때문에 본 현상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용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타인에게 받은 대로 해를 준다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 '보상소비'라고 지칭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상이란 어떤 영역에서 열등감을 의식할 때, 다른 측면에 집중함으로써 그것을 보충하려는 마음의 작용이라 할 수 있다. MZ세대들이 주로 코로나 이후 명품 매출을 견인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심리를 살펴보면 그 원인을 짚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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