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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인빗, 강남경찰서 다수 경찰에 뇌물 공여 의혹

박현백 전 대표 "경찰이 뒤 봐 주겠다며 브로커 통해 돈 요구…돈 건넸다"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21.04.02 13:45:49
[프라임경제]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빗' 운영사인 엑시아소프트(회장 정기승 · 대표이사 김형섭)의 박현백 전 대표가 형사사건 수사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강남경찰서(서장 김형률)에 뇌물을 건넨 사실을 털어놨다. 형법 제133조(뇌물공여등) ①항에는 '뇌물을 약속, 공여 또는 공여의 의사를 표시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박현백 코인빗 전 대표가 형사사건 수사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강남경찰서에 뇌물을 건넨 사실을 털어놨다. ⓒ 코인빗 홈페이지


박 전 대표는 "강남경찰서에서 코인빗 퇴사자 A씨가 최창우 전 회장에게 제기한 폭행 사건을 수사하던 중 브로커를 통해 돈을 요구해서, 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본 사건은 2019년 1월 있었던 일이고, 이 때문에 최창우 전 회장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공동감금) 등' 혐의로 공판(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고단2695 형사22단독 판사 방혜미)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에 대한 제보를 받고 강남경찰서는 코인빗 수사에 착수했다. 박 전 대표에 따르면 △강력3팀에서는 최 전 회장에 대한 폭력·감금·공갈 혐의를 △지능3팀에서는 사기와 자전거래 의혹 등을 수사했다고 한다.  

당시 상황에 대한 코인빗의 입장 전달을 위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박 전 대표는 대뜸 "그 사람들(경찰)이 웃긴 게 뭐냐면 자기네가 수사를 하면서, 그 팀장이 또 다른 사람(브로커) 시켜서 일을 봐주겠다고 우리 쪽으로 접근했다"며 "일을 봐주겠다면서 우리한테 돈을 요구하고, 돈을 뜯어서 자기네끼리 나눠가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내용 모두 나중에 (돈을 주고 난 후에) 안 거다"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공권력으로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돈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했냐는 질문엔 "그런 부분은 그 사람들(경찰과 브로커)이 잘 했던 거니까 원하는 방식으로 바꿔서 줬다. 지금 솔직하게 다 말한 거다"라고 전했다.

그는 "근데 웃긴 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혜택을 보지도 못했다"며 "결국은 우리 돈을 뜯어내는 목적이었던 거다"라고 폭로했다. 금액은 얼마나 전달됐는지를 묻자 "정확히는 모르겠다. 꽤 되는 걸로 안다. 내가 직접 준 건 아니라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코인빗 설립부터 사내이사였던 박 전 대표는 2019년 4월11일 엑시아소프트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뇌물 공여 시점 그는 코인빗 수뇌부였다. 충분히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위치였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뇌물 공여 사실을 몰랐다? 왠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뇌물 공여 사실을 몰랐다는 박 전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보다 윗선인 최창우 전 회장이 독단적으로 뇌물 공여를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혹은 박 전 대표가 뇌물 공여에 관여했지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이 얘기했을 수도 있다.

◆"강남서 연결 브로커 '정 대표' 코인빗 사무실 드나들었다"

이를 확인하고자 코인빗 퇴사자 여럿(7명 이상)을 만나 당시 상황을 확인했다. 이들 중에는 현재 코인빗과 법적 분쟁 중인 사람도 있고, 이미 오래 전 퇴사 후 타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일관되게 "최창우 회장이 공공연하게 '경찰은 물론 정치권에 아는 라인이 있어서 이 정도(퇴사자 A씨 폭행사건)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전했다. 

그 중 몇몇은 "강남경찰서 조사 당시 정 대표라는 사람이 사무실에 드나들었다"고 말했다.

퇴사자 B씨는 "2019년 A씨가 재기한 형사사건으로 강남경찰서에서 코인빗을 압수수색 했다. 그 즈음 '정 대표'라는 사람이 코인빗 사옥으로 찾아왔었고, 최창우 회장은 그를 두고 '강남서(강남경찰서) 애들(경찰)이랑 연결해 준 애'라고 소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창우 회장은 '정 대표가 형사사건과 압수수색 등 경찰 관련 건에 대해 박현백 대표와 함께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라며 "이 얘기를 했던 날 강남경찰서에서 누군가에게 전화가 왔고, 최창우 회장은 유선 상으로 '형님이 계시면 제가 그리로 가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술자리에 다녀온다'고 말하고 코인빗 사옥에서 나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이었던 C씨는 "'정 대표'라는 사람은 수차례 코인빗 사옥 1층 카페테리아에 방문했고, 이 사람이 방문할 때면 임원급을 제외한 직원의 1층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퇴사자 다수 "브로커 정 대표는 현 코인빗 홍보전략본부장"…D씨 "나는 브로커 아니다" 부인

퇴사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코인빗과 강남경찰서 유착의 연결고리로 '정 대표'라는 인물이 지목된다. 그가 이 사건의 내막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현재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B씨와 C씨를 비롯한 퇴사자들에게 정 대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인물 사진을 보여줬더니 "이 사람이 정 대표가 맞다"고 확인했다. B씨는 "100퍼, 200퍼다. 딱 보니 알겠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 인물은 현재 코인빗 홍보전략본부장으로 활동 중인 D 본부장이다. D씨에게 진위 여부를 묻기 위해 전화한 결과 그는 "나는 그 일을 잘 모른다. 그 때 당시에는 아마 내가 없었을 것"이라고 부정했다. 브로커가 아니었냐는 질문엔 "내가 그런 일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코인빗에 언제부터 조인했는지를 묻자 "작년 8월"이라며 "그 이전에는 주로 외부 업무를 담당했다"고 답했다. 외부 업무가 무슨 의미냐고 질문하자 "홍보 업무"라며 얼버무렸다. 작년 8월 공식적으로 코인빗에 합류했고, 그 이전부터 코인빗과 연관돼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 것.

언제부터 코인빗과 연관된 업무를 했냐는 질문에 "2019년도 2월인가 3월부터"라고 대답했다. D씨의 대답을 정리하면 강남경찰서에 돈을 전달한 브로커는 아니라고 해명하지만, 퇴사자 폭행 건으로 강남경찰서 조사가 진행되던 시기부터 코인빗과 연을 맺은 건 사실이다.

◆수개월 간 강남서와 코인빗 뇌물 의혹 수사…경찰청 공식 입장 "공식 감사 기록 없다"

강남경찰서 경찰에 대한 뇌물수수 정황에 대해 경찰청(청장 김창룡) 감사관실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부서 소속 E 경위는 A, B, C씨 등과 수십 차례 전화를 하면서 코인빗에 대해 추적했다. 

E 경위는 조사를 위해 A씨가 있는 지방까지 두 차례 방문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고, 최창우 전 회장, 박현백 전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동향을 면밀히 관찰했다.

C씨는 "E 경위와 6개월가량 연락했고, 실제로 세 차례 정도 만나기도 했다"며 "그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고, 나는 최대한 수사에 협조했다"고 전했다. C씨는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해 수사를 중단한다는 내용의 통화를 마지막으로 E 경위와 연락이 끊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권영세의원실에 강남경찰서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내용이 없다고 통보했다. ⓒ 권영세의원실


본 감찰 건에 대한 수사 내용을 확인하고자 E 경위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E 경위가 다른 부서로 이동해 연락이 어렵다고 한다. 양해 부탁한다"는 동료의 답변이 돌아왔을 뿐이다. 감사 자료를 확보하고자 '권영세의원실'을 통해 경찰청에 감사 여부를 질의했다. 경찰청은 "감찰조사 내역이 없다"고 통보했다.

경찰청 언론담당관을 통해 E 경위와 다시 한 번 통화를 시도했으나 "타 부서 전출로 할 말이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E 경위와 직접 통화했던 경찰 직원은 "일반 전화로 전화해서 연결하는 방법 외엔 달리 (E 경위와) 연락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해당 번호는 물론 해당부서에서 사용하는 여러 번호로 수십차례 통화연결을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

수개월간 퇴사자와 연락하며, 수사에 열의를 보였던 담당자는 타 부서로 전출됐고, 이 일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감사를 진행한 기록도 전혀 없다. 수개월간 이뤄진 조사가 아무런 보고서도 없이 종결됐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지방으로 출장가고, 몇 명의 퇴사자에겐 조서까지 받았는데, 기록에 없다? 전반적인 경찰의 대응에서 수상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코인빗과 법적 공방 중인 퇴사자측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박주현 변호사는 "박현백 대표가 강남경찰서에 뇌물을 줬다고 말했다면 그 가능성은 매우 높을 것"이라며 "경찰 비리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일갈했다.

이어 "본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코인빗 관련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전면 재조사가 필요하다"며 "코인빗과 경찰에 대한 증거자료 수집이 완료되면 고발 등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인빗은 지난달 26일 최창우 전 회장과 박현백 전 대표가 물러나고, 정기승 회장과 김형섭 대표이사를 선임했다고 공지했다. ⓒ 코인빗


한편, 코인빗은 지난달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회장과 대표이사를 교체했다고 공지했으나 등기상으로는 변동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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