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쌍용차 둘러싼 '법정관리·상장폐지' 숨 막히는 적막

법원, 채권단에 법정관리 개시 여부 의견 조회서 전달…부동산 자산재평가 진행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1.04.02 14:33:49
[프라임경제] 쌍용자동차(003620)가 2009년 이후 12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유력 투자자로 알려진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인 HAAH 오토모티브 홀딩스(이하 HAAH)가 법원이 요구한 시한(3월31일)까지 투자의향서(LOI)를 끝내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고, 법원은 쌍용차의 회생절차개시 여부 보류 신청서(ARS 프로그램)을 받아들여 결정을 2월28일까지 보류했다. 아울러 법원은 HAAH와의 협의가 진행되는 상황을 고려해 회생절차개시 결정을 지난달까지 재차 보류했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HAAH가 최종 투자결정을 지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회생법원이 쌍용차 채권단에 쌍용차의 법정관리 개시 여부에 대한 의견 조회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구체적으로 오는 7일 보궐선거가 끝난 뒤인 8~10일 사이에 법정관리가 개시될 것이라는 가능성도 나오고 있는 상황. 

무엇보다 현재 법원은 쌍용차의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에 더 무게를 두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강제 법정관리에 돌입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는 또 상장폐지 위기에도 놓여있다. 지난달 쌍용차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에 대해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한국거래소는 쌍용차 주권이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됨에 따라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될 것임을 알리는 동시에 이의신청시한은 4월13일이라고 공시했다. 쌍용차 주식은 현재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 쌍용자동차


그동안 생사기로에 놓여있던 쌍용차는 단기 법정관리인 P-Plan(Pre-packaged Plan, 이하 P플랜) 회생절차를 추진해왔다. P플랜은 법정관리를 통해 강력한 채무조정을 거친 뒤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 체제로 전환해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쌍용차가 계획 중인 P플랜에는 마힌드라가 감자를 통해 지분율을 낮추고 HAAH는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51%)가 되는 방안이 담겼다. 실제로 마힌드라는 쌍용차 매각을 위해 인도중앙은행(RBI)으로부터 쌍용차 보유 지분을 75%에서 25%로 줄이는 지분 감자를 승인받았다.

이에 발맞춰 쌍용차도 재판부에 P플랜 및 일반 회생절차에 필요한 1억4000만원을 납부했으며, 지난 3월31일에는 HAAH 투자의향서를 제외한 보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문제는 HAAH의 경우 여전히 쌍용차에 대한 투자의지가 있지만, 중동(재무적 투자자 2곳)과 캐나다(전략적 투자자 1곳) 등의 투자자들이 악화된 쌍용차 경영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투자액을 웃도는 3700억원 규모의 공익 채권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은 물론, 쌍용차의 회생계획안에 담긴 미래 사업 계획의 현실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HAAH는 산업은행에 자신들의 투자규모와 비슷한 추가자금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산업은행은 잠재적 투자자의 투자결정, 사업계획이 포함된 회생계획안에 대한 이해관계자 합의 등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즉, 지속가능한 사업성이 담보돼야만 지원이 가능하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는 것이다.

특히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쌍용차에 "뼈를 깎는 각오로 잠재적 투자자와의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밝히며, 인건비 삭감과 인력축소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듯한 입장도 내비쳤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가 무너질 경우 1차, 2차, 3차 협력업체뿐 아니라 지역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보니 정부 역시 쌍용차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문제는 "HAAH가 아직까지는 쌍용차 인수에 대해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포기할 경우에는 결과적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고, 이 경우에는 정부도 골치가 아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쌍용차가 10년만에 평택공장 등 자신들이 보유한 부동산에 대한 자산재평가에 들어갔다. 

구체적으로 지난 1일 쌍용차는 평택공장 부지를 포함한 165개 토지 자산에 대해 시세를 반영하는 자산재평가에 착수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장부가액은 4026억원 규모다.

자산재평가는 기업이 보유한 토지 등 유형자산을 구매 당시 가격이 아닌 현재 시장가격으로 다시 평가하는 작업을 말하며, 재평가만으로도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어 유동성 악화에 빠진 기업에 효과가 있다.

쌍용차는 과거 자산재평가를 통해 2600억원 이상의 자본증가 효과를 거둔 바 있는 만큼, 이번 자산재평가를 통해 완전자본잠식에서 탈출이 가능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