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록 칼럼] 북한은 몸 푸는데…잔인한 4월?

2021-04-03 22:49:42

[프라임경제] 북한이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감염증 여파로 북한은 대남·대미 도발카드를 잠시 뒤로 미뤄놓았었다. 그런데 이제 값비싼 핵무기 몸값을 받아내기 위해 워밍업에 들어간 듯하다. 

작년 한 해 동안 김정은은 3중고라는 내부위기 고조에 화들짝 놀라 노심초사하면서 임기응변의 통치술로 위기상황 다잡기에 나섰다. 그 결과 경제난은 가중됐지만 통치위기만큼은 모면한 듯하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 김정은은 위기 속에서도 총비서직을 챙겨 유일체제를 공고화했다. 이제 조기 당 대회로 전열을 재정비하여 나름대로의 내구력이 다져지고 있어 그동안 움츠렸던 몸을 몇 발짝씩 도약해보고 싶을 때가 됐다. 그렇지 않으면 위기가 재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여정을 포함해 여러 방향에서 도발의 명분을 쌓는 시그널들이 흘러나온다. 지난 3월15일 김여정의 입에서 남측이 따뜻한 3월 대신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고 말할 때부터 이미 시나리오는 시작됐다. 이틀 뒤 최선희가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보라"며 도발을 암시했다. 이윽고 북한은 순항미사일을 서해상에서 발사했다. 미국 언론이 뒤늦게 이 사실을 보도한다. 

미 국방부도 한반도를 불안정하게 하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25일 이른 아침, 북한은 동해상으로 개량형 KN-23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그리고 다음날 "새로 개발한 신형 전술유도탄 2기가 동해 상 600km 수역의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했고 이 무기체계는 "조선반도에 존재하는 각종 군사적 위협들을 억제하는 데서 커다란 의의가 있다"면서 "특히 탄두 중량을 2.5톤으로 개량했고, 저고도 활공도약 비행도 재확인했다"며 요격하기도 어려운 전술핵무기용임을 은근히 과시했다.

때마침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유엔안보리 1718호를 위반했다. (중략) 긴장고조를 선택한다면 상응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3월25일)하자, 이를 기다린 듯 핵·미사일 개발 책임자인 리병철이 담화(3월27일)로 "미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 국가의 자위권에 대한 로골적인 침해이며 도발 (중략) 미 새 정권의 호전적 자세는 우리가 어느 길로 가야 하는가를 다시금 가리켜주고 있다"라고 도발을 정당화한다. 

이후 유엔안보리의 회의소집 소식이 전해지자 유엔을 담당하는 외무성 국제기구국장 담화로 "주권국가의 자주권 침해로 유엔헌장에 대한 위반이라고 규탄한다"며 "자위권 침해 시도는 기필코 상응한 대응 조치를 유발할 것"이라고 위협해 본다. 

모두가 도발의 빌미를 잡으면서 명분을 축적하고 책임을 전가하려는 데 능숙했다. 북한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대응에 따라 맞대응하는 것이 아니고 준비된 각본에 의해 움직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특히 30일 김여정이 미사일 발사에 우려를 표명한 문재인 대통령을 '미국산 앵무새'라고 비하한 의도는 한국이 미국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북한 입장을 두둔하라고 협박해 책임을 뒤집어씌우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1차적으로 북한의 가장 손쉬운 도발지역은 한국이다. 한국에는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존재한다. 한국군을 도발하여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고 주한미군과 갈등을 유발시키면 미국과 중국이 개입하게 되어 진정시킬 것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김여정과 관계자들이 막말과 각본대로 대남·대미 책임전가식 도발명분을 단계적으로 각각 차등화하여 축적해 가고 있는 것이다. 핵 없는 한국에게 먼저 책임을 전가하고 도발하는 것이 북한에게는 유리할 것이다.

두 번째로 38노스가 이미 경고했듯이 북한은 동해 신포 조선소에서 수천톤급의 신형 잠수함을 이동시키려는 활동을 의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수의 SLBM 발사관을 장착한 동 잠수함은 2019년 7월에 김정은이 현장에서 완공 직전의 모습을 둘러보는 장면을 공개한 바 있다. 10월에는 수중 바지선에서 사출시험도 성공했다. 이번 차례는 실제 잠수함에서 사출 및 비행시험을 하고 작전배치할 순서다. 핵을 가진 미국에겐 시간을 끌며 접근하려 할 것이다. 만약 내부사정이 급할 시에는 대남·대미 양방향으로 동시적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 

김여정이 언급한 '위기의 3월'에 북한은 '도발의 빌미 제공 및 명분 확보 → 긴장 및 위기 조성 → 도발 → 대화와 협상'이라는 전형적인 '도발주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도발주기를 막 시작한 지금 이 시기,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처럼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전략적 메시지를 우리 정부와 군이 북한 측에 전달할 때임을 잊지 않길 기대해 본다.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 / 명지대학교 북한학 초빙교수 /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미국 상대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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