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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릉·반여 사람들 녹인 이낙연, '촉촉해진 고구마' 원인과 파장은?

군소 후보 추락 위험 상황에 당 보선 전망도 우려…이중고에도 소박한 소신 대처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21.04.04 14:07:58

[프라임경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총리직 사퇴 후 당대표 역임 효과를 좀처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7일 재보궐선거에 대처하는 그의 자세가 눈길을 끈다. 

부산 반여시장에서 시민과 상인들이 비가 오는 와중에도 우산을 쓰고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지원 연설을 듣고 있다. ⓒ 김영춘 후보 선거사무소

LH 사태 등 워낙 여당에 어려운 상황 속에서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사투를 벌이는 상황. 당초 그는 총리에 이어 당대표를 '잠깐' 한 다음 사퇴해 당내 장악력을 극대화, 대선 가도를 질주한다는 복안이었다는 해석이 정설이다. 

그러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치고 나와 그를 앞서 나가고, 오히려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큰 점프 기회를 잡지 못하는 와중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등장해 버리는 상황까지 겹쳤다. 이번 보선에서 서울과 부산 모두에서 여당이 패배하면 당대표가 선거 결과를 받아보지 않고 자기 대선 시간표에 뛰쳐나간 탓이라는 뼈저린 지적까지 뒤집어 쓸 판이다. 

이런 추락 상황의 주요 원인의 비중을 보는 시각엔 이견이 있겠으나, 일명 '고구마 화법' 등 분위기 문제에, 전직 대통령들 사면 제안 등 안 좋은 선택이 겹친 탓이 상당하다는 점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그런 와중에 선거 지원에 나서는 그의 화법과 태도가 조금씩 감지된다. 언론인 출신인 그는 원래도 말과 글을 못 다루는 편은 아니었다. 신중하고 신뢰감 가는 화법을 갖췄다. 그러나 이게 잘못 작동하면 고구마 화법과 타이밍을 놓친 느린 사태 대처로 평가된다는 위험 요소가 공존하는 것. 

그런데 이 위험의 부작용을 그간 겪어 왔다면 다시 상황을 반전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3월30일 서울 성북구 정릉시장의 장면을 상기해 보자. LH 비리 등 부동산 투기 난맥에 집권당 대표와 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책임자로서 그는 한껏 고개를 숙였다.

현란한 화술 대신 "어째서 생선을 맡기긴 맡겼는데 그 중에 고양이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했는가, 굉장히 후회가 되고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때마침 '시장 맞춤형 어물전 발언'을 했다. 

그 다음날인 31일 회의 후 기자들에게 자신이 제안한 바 있는 '주택부 신설' 재추진 발언을 여기에 겹쳐 보자. 만약 정릉의 상인과 시민들에게 진정성 있고 처절한 저 사과 발언이 없는 가운데, 앞으로 LH 비리 이후 국면을 대처하겠다는 식으로만 대처했다면 과연 그의 발언 진정성이 받아들여졌겠는지 장담할 수 없다. 

심지어 정부와 청와대까지 난타를 당하는 와중에 '이낙연은 자기 대선 욕심에 자기가 꺼낸 이야기만 하는 정치만 한다'는 식으로 역풍이 불지는 않았겠는지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효과가 당장은 느리지만 진솔한 방법으로 다가섰다는 것.

이후 3일 부산을 찾은 '우중 유세' 상황에서도 이런 그의 대처는 빛났다. 해운대 반여시장에서 그는 문재인 정부가 부산에 내놓은 가덕신공항에 대해서도 크게 공로만 강조하며 표를 요구하는 대신, 2030 엑스포 추진 등 지역 경제 현안에 대해서 쉽고 간명한 언어로 설명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중앙 복지정책까지 연결하는 스케치 효과로까지 나갔다는 점이 의미있다. 쉬운 시정의 언어로 당장은 피부로 와닿지 않는 중장기 국정 현안 방향까지 말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는 반송 주민들에게 "그러면 부산경제는 2030년까지 가만히 있어도 된단 말이냐. 그렇지가 않다. 환갑날 잘 먹으려고 10년을 굶을수는 없잖나. 지금부터 해야 될 일은 무엇이냐. 우선 어려우신 분들부터 도와가는 것 이것이 제일 중요하다. 모든 분들 한꺼번에 다 도와드리면 좋겠지만 순서가 있을 것 아닌가. 어려운 분들 먼저 도와드리고 넘어지지 않고 일어설 수 있도록 지탱해 드려야 한다"고 문재인표 복지를 '당장은 미워도'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두 개 정당 중에서 약한 쪽에 더 마음이 많이 가는 그런 정당은 그래도 민주당 아니냐. 균형발전을 위해서 더 많이 생각하는 정당. 그래도 민주당이다"라며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부산대 앞으로 이동, 유세를 치를 때까지도 우천 상황은 계속됐는데 부산대 앞에서 그는 "10번쯤 부산에 왔는데, 올때마다 조금씩 김영춘 지지가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면서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당선될 수도 있겠다는 확신이 오늘 처음 든다"고도 좋아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 부산 유권자들이 좋아하는 '부산 갈매기' 노래를 다른 민주당 관계자들과 함께 열창하기도 했다. 

어떤 보선 결과를 받아들든 그로서는 당장의 '이재명 질주+윤석열 부각' 상황을 한 방에 만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고구마 화법이라는 이미지 족쇄를 완전히 풀지는 못했더라도 나름대로의 극복 방법을 찾고 자기 페이스대로 가는 내려놓음을 이미 시작한 게 아닌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실 생각해 보면, 오히려 완전한 화법과 대처 방식 변경도 그간 그가 시도해 보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버럭하거나 당내 친문 계파에 기대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 것. 하지만 초조함 끝에 택했던 그런 방법은 결국 온화하고 중도 성향인 그의 장점을 가리기만 하는 리스크로 오히려 작동하고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고구마 이미지를 기본적으로는 갖고 가면서, 속은 촉촉하다는 격으로 신뢰와 믿음, 재발견을 쌓는 이번 보선 지원의 패턴 변화가 의미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많은 고생만큼 당장 보답받기는 분명 어렵겠지만, 2개 대형도시에서 '모두 큰 폭으로 패배'하는 최악만 면한다면 대선 주자 가도는 일단 그런 경험과 기반을 통해 '쇼 머스트 고 온'으로 역전을 다시 노려볼 만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답답하기만 한 고구마에서, '겉바속초'로 바뀐 자체가 의미있다. 비를 맞으며 유세 현장을 누빈, '촉촉해진 고구마 이낙연'을 볼 때 역시 경제든 정치든 "답은 현장에 있다"는 금언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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