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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시장 부진 롯데칠성음료, '도수 낮추기' 전략도 위기

수년째 저조한 시장점유율과 매출 부진…올해 역시 "허리띠 졸라매기"

황이화 기자 | hih@newsprime.co.kr | 2021.04.07 15:05:56
[프라임경제] 롯데칠성음료(005300·통합대표이사 이영구)가 소주 도수를 낮추며 실적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이 소주 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 주류 부문은 지난해 매출 6097억원, 영업손실 26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사업 매출은 2017년부터 매년 하락했다. 또 4년 연속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주류사업 매출액과 영업손익. ⓒ 롯데칠성음료 사업보고서


다만 지난해 영업손실을 전년(589억원) 대비 300억 이상 줄이면서 올해는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올해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적자폭을 좁히면 수십억원대 영업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도수 낮춰 원가절감…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 흑자 전환 가능할까

롯데칠성음료는 올초부터 소주 도수를 낮춰 '원가 절감'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1월 이 회사는 대표 소주 브랜드인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기존 16.9도에서 16.5도로 낮췄다. 

소주 도수를 낮추면 원료인 주정을 덜 써도 된다. 업계에서는 소주 도수가 0.1도 내려가면 주정값 0.6원이 절감된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도수를 0.4도 낮추면, 소주 한 병당 주정값이 2.4원 줄어든다. 이같은 맥락으로 소주를 1억병 판매할 경우 2억4000만원의 원가 절감효과를 보는 것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이 같은 도수 낮추기는 단기적인 수익 개선 효과는 낼 수 있어도 롯데칠성음료의 소주사업 부진을 타개할 장기적 전략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지난달 소주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진로이즈백' 도수를 16.5도 같은 도수로 낮춤으로써 저도수 측면의 차별점은 사라졌다.

현재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사업은 1위 하이트진로에 비해 시장 점유율상 크게 뒤쳐져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소주 시장 점유율이 60~70% 수준인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지난달 롯데칠성음료 주주총회에서 주류사업 부진을 타개할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영구 대표는 "처음처럼 소주 시장점유율이 14~15%까지 회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뉴트로' 타고 MZ 사로잡은 진로이즈백…새단장 처음처럼은 "글쎄"

저도수 소주는 주류업계 입장에서는 일거양득 상품이다. 원가도 절감하면서 쓴맛을 덜 좋아하는 젊은층과 여성 고객까지 공략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순하면서도 소주의 맛을 살리는 것이 관건이다. 여기에 미묘한 맛의 변화를 살릴 수 있는 적절한 마케팅 전략까지 동반된다면 '히트 상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진로이즈백은 '뉴트로 열풍'에 맞춘 마케팅에 출시 7개월만에 1억병을 판매했다. 연간 판매 목표량도 2달만에 달성했다. 

하이트진로는 2030세대를 공략해 제품 디자인을 뉴트로 콘셉트로 재편했다. 병도 바꾸고 '진로 소주'의 상징 두꺼비를 캐릭터로 새로 제작했다. 뒤이어 두꺼비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 출시 및 광고 진행, 타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등을 다양하게 진행하며 빠르게 신제품 인지도를 높였다. 

반면 도수가 낮아지며 리뉴얼된 처음처럼은 산기슭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표현하는 디자인의 패키지만 겉면에 입힌 데 그치고 있다. 

처음처럼 리뉴얼 라인업. ⓒ 롯데칠성음료


다만 새 모델로 '제니'를 발탁한 점이 화제를 모으고 있어, 과거 인기 연예인이 광고한 소주를 선택하던 대중의 소비 트렌드가 이번에도 작용할지 주목된다.

◆"비용 효율적으로" 롯데칠성음료 소주 '혁신보다 유지'

주류업계에서는 새로워진 처음처럼을 앞세운 롯데칠성음료의 행보를 주시하면서도, 큰 기대는 없다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사업이 명맥만 유지하다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급격한 추측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칠성음료 내부에서도 처음처럼의 점유율 상승을 위한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사실상 표지 디자인 변경이 리뉴얼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처음처럼의 인지도에만 의지하는 유지 전략에는 곧 한계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부정적인 관측도 제기되지만 롯데칠성음료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마케팅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 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재작년 불매 이슈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점유율에 타격을 받아 지금은 신제품을 더 출시한다거나 마케팅을 더 강화하기보다 기존에 쓰던 비용을 효율적으로 쓰려는 방향"이라며 "올해는 앞서 진행한 리뉴얼을 강조하고, 제니라는 모델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마케팅이고 주력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굿즈를 활용한 추가 마케팅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 관계자는 "앞서 처음처럼도 스티키몬스터랩과의 컬래버레이션 등 다양하게 굿즈 협업을 진행해 왔다"며 "협업 마케팅 계획은 다양하게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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