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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맥주 시장 양대산맥 오비맥주 vs 하이트진로…"올해의 승자는?"

하이트진로 승부수 '테라' 상승세…오비맥주 '한맥·올 뉴 카스'로 맞불

윤인하 기자 | yih@newsprime.co.kr | 2021.04.08 16:39:09
[프라임경제] 주류 시장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은 기업이 10년 이상 왕좌에 앉는다고 말할 정도로 1위 자리의 입지가 견고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만이 주류 제조·사업 등 관련 면허를 소지할 수 있게 한 주류법상 특징과 소비자의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반세기 이상 국내산 맥주의 시장의 양대산맥 기업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000080)는 약 10~15년을 주기로 교차하는 승부를 보여주고 있다. 2011년 오비맥주가 '카스' 브랜드의 성공으로 1위를 탈환한 지 올해로 10년째. 그러나 차석에 머문 하이트진로가 승부수 '테라'를 띄운 이후 연이은 상승세를 기록, 오비맥주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승부의 시작은 1980년대 맥주 대중화에서부터
 

지난 1994년 카스맥주 출시기념식(왼쪽)과 조선맥주 하이트 맥주 상표. ⓒ 연합뉴스


두 기업이 국내에서 정식으로 공장을 짓고 맥주 사업을 시작했던 때는 동양맥주(오비맥주)·조선맥주(하이트진로)라는 사명으로 존재했던 해방 직후다. 당시에는 고급술이던 맥주가 1980년대 들어서며 대중화했고 당시 동양맥주의 'OB(오비)맥주'가 시장을 선점했다. 

동양맥주가 약 15년 이상 오랫동안 맥주 시장을 독식하던 중 모회사였던 두산전자의 시련으로 예상 밖의 우여곡절을 겪게 되고 1996년 이 기회를 포착한 조선맥주는 '천연암반수의 깨끗한 물'로 만든 청정한 브랜드 이미지의 '하이트'로 돌풍을 일으키고 오비맥주를 누르며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하이트가 성공하면서 조선맥주 사명도 '하이트'로 바뀌었다. 오비라거와 하이트 대결에서 하이트가 승기를 가져갔지만 10여년 뒤인 2009년 외국계 KKR 사모펀드가 인수한 오비맥주는 '카스' 브랜드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이후 2010년대 초 다시 왕좌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30년간 끈질기게 승기를 주거니 받거니 한 두 기업의 승부는 그렇게 오비맥주의 승리로 저무는 듯했다. 

◆하이트 브랜드 노후화 '테라'로 격파

카스가 시장점유율 1위를 석권한 지 8년째 되던 해에 하이트진로가 띄운 승부수는 '테라'였다. 완벽한 변신이 필요했다. 

테라 캔과 병. ⓒ 하이트진로

그렇게 테라는 2019년 3월 '맥주=갈색병'이라는 공식을 깨고 등장했다. 맥주 맛은 본연에 집중해 톡 쏘는 탄산 맛을 중심으로 한 청정라거다. 

맥주를 먹을 때 건조한 안주와 톡 쏘는 탄산을 찾는 국내 소비자들의 꾸준한 취향을 잘 읽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를 출시할 당시 '필사즉생' '마지막 승부'라는 각오로 임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이트진로는 소주 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올린 것(시장점유율 60% 이상 추정)과 달리 맥주 사업 분야에서 6년째 적자라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렇기에 이번 테라에는 '전부'를 건다는 입장이었다.

회사의 기대 그 이상 테라는 출시 직후 최단시간인 5개월만에 2억병을 판매하고 출시 2주년에는 16억병을 판매하는 등 성과를 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맥주사업 분야를 6년만에 흑자로 전환 했을 뿐 아니라 한때 30% 이하로 내려갔던 시장점유율을 40% 초반까지 끌어올렸다.

소비자들은 국내 맥주 가운데서는 신선한 녹색병, 그리고 '테슬라(테라·참이슬 합성어)' '테진아(테라·진로이즈백 합성어)'라는 별명 등 여러 즐길 거리에 마음을 열었고 '먹어보니 맛도 좋더라'는 입소문을 타고 테라는 날개를 달았다. 그렇게 하이트진로는 하이트 브랜드 노후화를 테라로 격파했다.

◆"이름 빼고 다 바꿨다"...승부수 띄운 오비맥주  

올해 1월 정식 출시된 한맥(왼쪽)과 제품 주요 요소에 혁신적 변화를 도입한 '올 뉴 카스'. ⓒ 오비맥주


오비맥주도 올해 초 테라에 맞서 승부수를 띄웠다. 바로 신제품 '한맥'과 올해로 28년된 카스의 리뉴얼 버전인 '올 뉴 카스'다. 

올해 1월 출시한 한맥은 한국적인 맛을 구현하기 위해 100% 국산 쌀을 함유해 만들었다는 게 특징이다. 오비맥주는 이를 테라가 연상되는 녹색병에 담았다. 두 달 뒤 출시한 올 뉴 카스는 '이름 빼고 다 바꿨다'는 콘셉트로 카스 리뉴얼 버전 최초 투명병에 담았다. 

맥주병은 갈색 혹은 녹색 등 어두운 빛깔로 쓰는 이유가 있다. 맥주 원료에는 천연방부제 역할을 하며 맥주 특유의 풍미를 내는 첨가제로 '홉'이 있다. 맥주회사는 이 홉을 손상 없이 장기간 보관하기 위해 직사광선을 최대한 막을 수 있는 어두운 빛깔로 맥주병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오비맥주는 이번 테라에 맞서기 위해 특수 홉 제작, 2달 간격 연이은 제품 출시, 병 색깔 변경 등 부피가 큰 자본 투자를 감행, 개편에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두 기업의 성공 요인에는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인 젊은 층을 공략할 무기로 신선함을 택했다. 테라가 그 효과를 입증했고, 오비맥주 또한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올해 더 밝은 전망이 예측되는 하이트진로와 다시 한번 변화를 꾀하는 오비맥주가 전장에 나섰다. 올해 쏟아질 기업간 승부를 가르는 지표들이 이들 승부의 영원한 종착은 아닐 터. 앞으로도 두 기업이 선의의 경쟁으로 우리 맥주의 맛과 멋이라는 즐거움을 선사해 국내산 맥주 시장에 활기를 더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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