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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車대調] #2. 같은 플랫폼 다른 콘셉트…아이오닉5 vs EV6 '실력 대결'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1.04.09 16:52:36
[프라임경제] 대차대조표는 특정시점 현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경제적 자원)과 부채(경제적 의무), 자본의 잔액에 대한 정보를 담은 보고서를 말하는데요. 쉽게 말해 기업의 자금 상황을 알고자 할 때 사용되는 것이 대차대조표입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상황을 알고자 한다는 큰 골자는 유지한 채 한자를 조금 다르게 해서 대차대조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수레 차(車)와 고를 조(調). 바로 '대車대調'로 말이죠. 

세상에는 수많은 자동차가 있고, 그 자동차를 만드는 다양한 브랜드들이 존재하는데요. 그 속은 온통 라이벌 천지입니다. 경쟁자가 없는 세상의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생각만으로도 발전이 더딘 모습일 게 분명합니다. 고로 경쟁이 더욱 흥미진진해지려면 반드시 라이벌이 있어야 하는 법이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자동차 브랜드들 모두는 서로가 서로의 발전을 위한 경쟁상대인데요. 덕분에 그들은 경쟁에서 강한 임팩트를 발휘하고자 자신들만의 필승전략을 쉴 새 없이 선보이고 있죠.

다시 한 번 대차대조. 언제, 어떤 브랜드가 우위에 서게 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다양한 이야깃거리로 빼곡히 채워지고 있는 경쟁 속에서 재밌는 이슈와 트렌드를 선별하고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의 인기 모델인 롱레인지 모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고객에게 더 나은 일상" vs "고객 여정에 영감을"

정부가 저공해자동차 보급목표제를 행정예고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시행하려고 합니다. 저공해차 보급목표제는 자동차 회사들이 판매량의 일정 비율을 저공해차로 채우지 못하면 기여금을 부과하는 제도인데요.

덕분에 자동차시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친환경차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일례로 최근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자신들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브랜드의 얼굴이자 정체성을 대변할만한 전기차를 선보였죠. 주인공은 바로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인데요.

이들은 첫발부터 가히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이오닉5는 사전계약 첫날 2만3760대를, EV6는 사전예약 첫날 2만1016대를 기록했는데요. 더욱이 이는 국내 전기차시장에서 소위 잘나가고 있는 테슬라의 작년 한해 판매량(1만1844대)을 하루 만에 훌쩍 넘은 수치입니다.

왼쪽부터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외관. ⓒ 프라임경제


이제 두 모델을 살펴볼까요. 일단 같은 뼈대를 사용했습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기반으로, 차체 아래에는 SK이노베이션의 고전압 배터리가 낮고 넓게 자리 잡고 있죠. 아이오닉5와 EV6는 플랫폼은 같지만, 추구하는 콘셉트는 분명 다릅니다. 쌍둥이지만 성격까지 같은 법은 없는 것처럼 말이죠. 

아이오닉5 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가 아닌 고객에게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데요. 이는 고객의 더 나은 일상에 기여한다는 현대차 브랜드 비전인 휴머니티를 향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와도 일맥상통합니다.

'편안한 거주 공간(Living Space)'이라는 테마가 반영된 아이오닉5는 3000㎜의 넓은 휠베이스로, 생활과 이동의 경계를 허무는 공간으로 거듭났습니다. 무중력 자세를 만들어 주는 1열 릴렉션 컴포트 시트와 최대 135㎜ 전방 이동이 가능한 2열 전동 슬라이딩 시트를 활용해 실내를 △휴식 △업무 △여가 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죠. 높은 공간 활용도를 원하는 고객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매력입니다.

이와 달리 고객들의 모든 여정에 영감을 불어넣고자 설계된 EV6는 기아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가 반영됐으며, 차체의 성능과 주행거리 확보에 중점을 둔 모습입니다.

오퍼짓 유나이티드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서막을 열고 진보적 디자인을 구상해 나아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이런 철학에 걸맞게 EV6는 공기역학적인 패스트백 디자인을 채택하고, 주행성능을 강화했죠. 아이오닉5와 차별화된 주행가능거리와 성능으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을 듯 보이네요.
 
차량성능들은 어떨까요. 아이오닉5는 72.6㎾h 배터리가 장착된 롱레인지와 58.0㎾h 배터리가 탑재된 스탠다드 두 가지 모델로 운영됩니다. 전륜모터를 추가함으로써 후륜구동 방식과 사륜구동 방식 선택도 가능하고요. 후륜에 기본 탑재되는 모터는 최대출력 160㎾·최대토크 350Nm이며, 사륜 합산은 최대출력 225㎾·최대토크 605Nm입니다. 

왼쪽부터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실내. ⓒ 프라임경제


반면, EV6는 77.4㎾h 배터리가 장착된 3가지 모델과 58.0㎾h 배터리가 장착된 스탠다드 모델 라인업으로 구성됐습니다. 후륜에 기본 탑재되는 모터는 최대출력 168㎾, 최대토크 350Nm. 사륜구동 옵션 선택 시 전·후륜 합산 최고출력 239㎾·최대토크 605Nm의 동력성능을 갖추게 됩니다. 

기아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EV6 GT 모델도 선보입니다. 2022년 9월에 출시 예정인 GT 모델은 제로백 3.5초의 엄청난 퍼포먼스와 스포츠카에 들어갈 만한 다양한 옵션(형광색 브레이크 캘리퍼·스포츠 버킷시트 등)을 집어넣었는데요. 한편으로는 슈퍼카급의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며 "우리도 이 정도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라고 기아가 말하는 듯하네요.

두 모델의 최대 주행거리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으나 환경부 인증 기준으로 아이오닉5는 429㎞, EV6는 450㎞ 주행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또 두 모델 다 800V 초고속 충전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18분 만에 최대 80%까지 충전, 5분 남짓 되는 충전시간만으로도 100㎞ 이상을 달릴 수 있는데요. 

무엇보다 V2L(Vehicle to Load) 기능과 PnC(Plug and Charge) 기능으로 편의성을 대폭 향상한 것이 눈에 띕니다. 차량외부로 220V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V2L 기능 덕분에 아이오닉5와 EV6는 움직이는 에너지 저장소(Energy Storage System, ESS)로도 활용이 가능한데요. 

V2L 기능은 일반 가정의 시간당 평균 전기 소비량인 3㎾보다 높은 3.6㎾의 소비전력을 제공해 전기에너지로 인한 공간제약을 크게 넓혀줍니다. 이는 55인치 TV를 최대 24시간 동안 작동할 수 있는 전력량이며, 필요한 경우 다른 전기차를 충전할 수도 있죠.

이는 다른 전기차와는 차별화된 현대차와 기아의 핵심 필살기입니다. 더 이상 자동차가 아닌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가전기기로의 전환을 꿈꾸는 현대차와 기아의 핵심 모토가 담겨있어, 그 가치가 더욱 크게 느껴지네요. 

◆'전기차 셀럽' 테슬라, 불가피한 최대 경쟁자

이렇게 두 형제의 선의의 경쟁으로만 이어진다면 참 아름답겠지만, 사실 현대차와 기아의 주적은 따로 있습니다. 누구냐 하면 지난해부터 국내 전기차시장을 꽉 잡고 있는 테슬라인데요. '2020년은 테슬라의 해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잘 나갔을 정도니까요. 현재도 사람들의 많은 관심과 이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른바 전기차업계의 셀러브리티(Celebrity)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테슬라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졌는데요. 지난해 테슬라의 글로벌판매량은 36만여대로 3년 연속 부동의 1위를 차지했습니다. 여담이지만 테슬라의 주가는 한때 1000달러 가까이 치솟아 '천슬라'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애플의 주가가 대략 125달러 안팎인 걸 생각한다면 그 차이가 더 크게 실감되시지 않나요.

왼쪽부터 △테슬라 모델Y △테슬라 모델3 외관. ⓒ 프라임경제


기본적으로 테슬라의 주력모델인 모델3는 모델S의 실용적인 버전입니다. 차체크기를 줄이고 고가의 옵션을 삭제해 가격경쟁력을 갖춘 모델3는 지난해 글로벌판매를 주도하며 30만대가 넘게 판매됐는데요.

크게 모델3는 세 가지 모델로 구성됩니다. 후륜구동 모델 스탠다드, 사륜구동 모델인 롱레인지와 퍼포먼스로 나뉩니다. 고성능 모델은 최대 제로백 3.3초를 자랑하죠. 기본 탑재되는 모터는 최대출력 175㎾·최대토크 375Nm이며, 사륜 합산은 최대출력 340㎾·최대토크 639Nm입니다.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496㎞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델3의 SUV 버전인 테슬라 모델Y는 모델3와 상당 부분 부품을 공유합니다. 모델Y는 낮은 무게중심과 충돌 시 충격을 최대한 흡수할 수 있는 거대한 크럼플 존으로 승차감은 다소 떨어지나 안전성을 대폭 잡았습니다.  

현재 모델Y는 스탠다드를 제외한 2가지 모델(롱레인지·퍼포먼스)만 홈페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요. 모델Y의 최대 제로백은 3.7초, 최고속도는 250㎞/h에 달합니다. 모터성능은 최대출력 258㎾·최대토크 527Nm로,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511㎞로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죠.

이외에도 테슬라가 제공하는 자율주행 시스템과 자칫 심심해 보일 수도 있는 테슬라만의 디자인은 좋든 싫든 경쟁사와 차별화된 요소인데요. 이를 바탕으로 올해도 상당한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사 롱레인지 기준 성능 비교. ⓒ 프라임경제


한편, 지난 3월 전기차 보조금은 테슬라가 독차지했습니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가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상황을 적극 활용한 덕인데요. 본격적인 3사의 전기차 패권 다툼은 EV6 출시 이후인 3분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될 듯합니다.

지금처럼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적도 없죠. 과연 현대차와 기아가 현재 전기차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새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까요. 첫 출발은 좋았습니다만 점점 빠르게 고갈되는 보조금을 누가 얼마나 확보하느냐를 두고 어떤 방법을 모색할지 고민이 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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