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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SK 배터리 역대급 합의, 그 이후…

서로 경쟁이 아닌 글로벌 경쟁으로...K배터리 신뢰 회복 최우선

이수영 기자 | lsy2@newsprime.co.kr | 2021.04.12 10:27:04

서울 LG와 SK 본사 건물.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미국에서 배터리 소송으로 치열하게 싸우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이 긴 시간 갈등 끝에 화해하면서 한국 'K배터리' 위상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년이 넘는 양사 공방에 K배터리를 등진 자동차 업체가 나타났고, 그 사이를 중국 배터리 업체가 파고 들기도 했다. 글로벌 명실상부 1위였던 LG에너지솔루션은 왕좌를 중국 업체에 내주는 등 피해가 막심한 난투였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이제 우리 기업간 싸움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과의 경쟁을 다시 시작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전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더 이상 양사간 배터리 분쟁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지 2년 만에 국내외 모든 분쟁을 끝내는 것이다.

둘 사이 최대 쟁점이었던 배상금은 2조원으로 합의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금 1조원, 로열티 1조원 등 총 2조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는 역대 글로벌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다.

우여곡절 끝에 합의하면서 LG와 SK는 소모전으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두 기업 사이가 회복되기까지 관련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소송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미래 투자 여력은 물론 배터리 시장내 경쟁력도 위축되기 마련이라서다.

긴 분쟁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이미 깊은 내상을 입었다. 양사는 지난 2년간의 소송과 로비로 수천억원을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소송이 장기화할 경우 1조원 이상의 출혈이 예상된다는 관측도 있었다. 

특히 중국이나 일본 등 배터리 후발주자들이 적극적인 투자 공세를 펼치며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안에, 우리나라 기업은 서로 발목잡기에 몰두해 K배터리 위상을 굳힐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양사 모두 합의할 의향이 있다고 하면서도 좀처럼 입장을 굽히지 않는 바람에 이들과 계약한 기업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줬고, 소송 장기화로 인해 배터리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뼈 아픈 전망이 쏟아졌다.

LG와 SK를 향한 불확실한 전망이 잇따르자, 글로벌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은 LG와 SK가 공급하는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CATL 등 중국 기업이 주력하는 각형 배터리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합의가 더 지연됐다면 다른 자동차 업체에서도 손절할 위험이 있었다는 게 업계 후문이다.

아쉽게도 이미 K배터리의 경쟁력과 신뢰는 소폭 추락한 상황.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중국기업 CATL이 8GWh 사용량을 기록하며 2위 LG에너지솔루션(4.8GWh)을 제쳤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까지만 해도 세계 배터리 사용량과 점유율에서 1위였다.

늦었지만 LG와 SK는 다시금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마라톤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분쟁 기간동안 잃어버린 K배터리 신뢰를 복구하기 위해 우호적인 협력도 불사하겠다는 포부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2년 동안 LG에너지솔루션에 지불해야 할 배상금이 향후 투자 여력에 있어 부담으로 작용하고, LG에너지솔루션도 현대차와 코나EV 화재로 인한 리콜 금액 분담 등 지출 비용이 존재해 예전처럼 투자를 크게 확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아직 양사 소송 리스크가 잔존한 가운데 이들이 다시 세계에서 K배터리 명성을 떨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개화기에 들어간 배터리 분야에서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계기가 되는 한편, 양사가 선의의 경쟁자이자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생태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 1공장의 안정적 가동 및 2공장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미국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외 추가 투자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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