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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렌탈 상장 먼저"…수천억대 적자 호텔롯데, 상장 '빨간불'

지난해 3545억 영업손실 "당분간 통합지주회사 체제 가능성 낮아"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1.04.12 11:32:55
[프라임경제] 지난해 호텔롯데가 수천억원대 손실을 내며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단추인 호텔롯데 상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사실상 상장이 좌초된 호텔롯데가 올해 롯데렌탈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호텔롯데 상장을 다시 추진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타격으로 호텔롯데의 재무상황이 급격히 기울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4976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3조8444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48.0%나 급감했다.

호텔롯데의 채무보증액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작년 면세·호텔 계열사의 금융권 대출이 대규모 증가한 까닭이다. 이 금액은 지난 1월 기준 2조7878억원으로 전년(2조4658억원) 대비 13% 늘었다. 늘어난 만큼 호텔롯데의 재무적 부담이 커졌고 이는 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신평은 작년 11월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을 AA0에서 AA-로 한단계 낮췄다.

지난해 9월 미국 북서부 최대 도시 시애틀에 문을 연 롯데호텔 시애틀. © 롯데호텔


호텔롯데의 매출액이 급감한 것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롯데면세점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부진했던 영향이 크나 영업손실이 급증한 것은 롯데호텔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호텔의 매출액은 495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4% 줄었는데 영업손실은 무려 3545억원으로 전년(392억원)보다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호텔롯데의 영업손실 중 70% 이상이 호텔롯데에서 나온 것이다.

영업손실을 기록 중인 상황에 지난해 9월 미국 시애틀 호텔을 개장하는 등 투자를 이어간 것도 재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5년에도 거의 1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인 8억500만달러를 들여 미국 뉴욕팰리스호텔을 사들였고 '객실을 더 확충하겠다'는 자신의 발언대로 지난해에만 시그니엘 부산, 롯데호텔 시애틀 등 국내외 호텔을 잇달아 오픈하며 호텔 사업을 확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와 국내에 호텔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롯데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특히 상장을 추진해 복잡한 지배구조를 풀어야 하는 호텔의 경우 재무건전성 악화로 IPO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 롯데렌탈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의 '뉴롯데' 구상의 마지막 카드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의 실질적 지주사로, 일본 롯데의 지배에서 벗어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기 위해서 IPO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004990)를 통한 완전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롯데지주와 롯데쇼핑(023530), 롯데물산, 롯데렌탈 등 핵심 계열사의 주요 주주인 호텔롯데가 걸림돌이다. 

호텔롯데의 지분은 자기주식과 부산롯데호텔 지분을 제외하면 일본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L투자회사가 99% 이상 보유 중이다. 결국 국내 롯데 계열사의 실질적 지주사인 호텔롯데의 지분을 일본 회사들이 거의 100% 보유하고 있으니 일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롯데가 일본 그룹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호텔롯데가 상장하면 주주 구성이 다양해지고 일본 롯데 측 지분율이 낮아진다. 롯데홀딩스, 광윤사, L투자회사 등 일본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구주 매출(기존 주주가 보유중인 주식을 일반 투자자에게 공개적으로 매각하는 것)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되는 롯데렌탈 IPO는 호텔롯데 IPO를 위한 전초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위기에 빠진 호텔롯데의 부담을 덜어 향후 IPO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시각이다. 

일각에선 호텔롯데가 42%의 지분을 보유한 롯데렌탈이 추진중인 IPO에서 1조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으면 호텔롯데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돼 상장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거란 추측도 나온다. 롯데렌탈이 안정적으로 상장하면 최대주주인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도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렌탈의 최대주주는 호텔롯데(지분율 42.04%)이며 부산롯데호텔(28.43%)이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호텔롯데가 코로나19로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자회사 IPO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렌탈의 상장에 앞서 호텔롯데의 면세, 호텔 사업이 개선돼야 호텔롯데의 IPO 재개가 가능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년은 기저효과에 롯데쇼핑 비용효율화 노력 등 더해지며 롯데지주의 실적가시성이 높다"면서도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 호텔롯데 실적 회복과 IPO 재개는 쉽지 않아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 최종단계인 롯데지주-호텔롯데 통합지주회사 체제 형성 가능성도 당분간 낮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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