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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자민당 장기집권의 원동력, 파벌의 태동과 위력⑤

총리보다 입각과 당 요직을 노리는 '니카이파'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1.04.13 10:50:32
[프라임경제] 통칭 니카이(二階)파로 부르는 시스이카이(志帥会)는 자민당의 초대총리 하토야마를 시조로 한다. 1956년 하토야마가 정계를 은퇴하자 파벌은 오노파와 고노파로 분열되고, 고노파의 적통을 이은 나카소네가 등장해 나카이파의 초석을 구축한다. 파벌 분류상 이 라인을 보수방류의 춘추회(春秋会)계라 명명한다. 

나카소네는 1966년 파벌을 결성하고 20년 이상 영수로 지냈으나, 뇌물사건이 터지면서 파벌을 와타나베에게 위탁하고 한동안 자민당을 떠난다. 

특히 1998년 파벌 내 대규모 이탈이 발생해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때마침 타 파벌을 이탈한 가메이 그룹과 합병해 시스이카이로 확대 재편한다. 시스이카이는 '확실한 목표와 꿈(志)은 기력과 기개의 근원(帥)'이라는 맹자의 가르침을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 회장으로 무라카미가 취임하고, 나카소네는 최고고문에 추대된다. 이후 나카소네는 중의원 연속 20회 당선 기록을 세우고 2003년 85세로 은퇴할 때까지 파벌을 위해 왕성하게 활동한다. 

2003년 시스이카이는 2대 에토를 거쳐 가메이 회장 체제로 넘어간다. 가메이는 우정민영화 법안을 놓고 고이즈미 총리와 맞서던 중 중의원이 해산되자 2005년 파벌을 떠나 국민신당을 창당했다. 이어 노동대신을 역임한 이부키가 회장에 취임해 2007년 총재 선거에서 후쿠다를 지원하고 간사장이 된다. 그러나 2009년 중의원 총선거에서 자민당이 대패하고 정권은 민주당으로 넘어간다. 

그 여파로 자민당 각 파벌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가 복당파 2명을 이끌고 시스이카이에 합류한다. 니카이는 자민당에서 의원 생활을 시작했지만 다케시타파가 분열할 때 자민당을 떠났다가 10여 년 만에 복귀한 인물이다. 탈당 중 그는 오자와의 측근으로 신생당과 신진당의 창당에 참여해 주요 당직을 거치며, 오부치 연립내각에서는 운수대신으로 첫 입각에도 성공했다. 

복당 후에는 자민당 총무국장으로 2005년 중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고이즈미와 후쿠다 내각에서 연이어 경제산업대신에 발탁된다. 니카이는 2012년 자민당이 승리를 거두고 이부키가 중의원 의장에 취임하자 5대 회장 자리에 오른다. 아베 정권에 이어 스가 정권에서도 버팀목 역할을 하는 니카이 시대가 열린 것이다. 

현재 니카이파는 회장이 공석인 채 2인의 회장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니카이가 2014년 총무회장에 취임하며 회장직을 내려놓았기 때문. 자민당 파벌의 회장은 총리대신이나 중·참의원의 의장, 간사장·총무회장·정무조사회장 등 집행부 임원이 되면 재임 기간 중 파벌을 떠나는 것이 관례다. 

니카이는 2016년 간사장으로 옮기는데, 이 또한 회장을 겸할 수 없는 자리여서 7년째 공석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니카이는 후임을 지정하지 않고 파벌의 통칭도 그대로 두고 있다. 이는 니카이가 파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특히 니카이파에는 중의원 37명과 참의원 10명 외 무소속 특별회원이 2명 있다. 타 파벌에 없는 특별회원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제명됐거나, 입당을 원하는 야당 인사인 경우가 많다. 이들이 복당이나 입당을 하면 공천권 문제가 발생할 것이 자명해 타 파벌의 반발이 심하다.

그러나 니카이는 "자민당은 겸허하게 받아들일 정도의 아량이 있어야 한다"며 "동지가 모여야 큰 힘이 되고, 그것이 정치다"라고 통 크게 반론한다.

니카이파의 최대 고민은 1999년 결성 이후 아직 총재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니카이를 비롯한 중진급 대부분이 나이가 많고, 젊은 의원은 인지도가 낮다. 이로 인해 현재 상태로선 2021년 총선을 지휘할 총재 후보를 낼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따라서 니카이파는 자파 의원의 입각과 자민당 집행부 진출을 늘리기 위해 적합한 후보를 보유한 쪽과 협상하는 쪽이 유력해 보인다. 

이는 지난해 9월 스가가 출마 의사를 밝혔을 때도 니카이파는 선제적으로 지지를 표명해 타 파벌의 동참을 유도하고 짭짤하게 실익을 챙긴 바 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 계속.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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