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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졸속 발표, 피해자들 급증할 것"

이해관계 따라 반기거나 반기(反旗) "구체적 보상 계획 시급"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1.04.13 15:55:54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 후보지인 △연신내 역세권 △불광동 329-32 인근 △불광근린공원 인근 지도. ⓒ 네이버 지도

[프라임경제]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직원 신도시 투기 여파로 국민들의 분통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존 공공 참여 부동산 정책 강행을 표명, 지난달 31일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대책 제1차 선도사업 후보지' 21곳을 선정했다. 본지는 현재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후보지 중 하나인 '연신내' 인근을 찾았다.

'LH 직원 투기 사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1일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 1차 후보지를 선정해 공개했다. 

2·4 대책 핵심 중 하나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은 △역세권 △준공업지역 △빌라촌 등 저층 주거단지를 고밀 개발하는 것이다. LH와 같은 공공기관이 사업을 주도하고, 용적률과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번 선정된 후보지는 △서울 금천구 1곳 △도봉구 7곳 △영등포구 4곳 △은평구 9곳 총 4개구 21곳으로, 공급물량은 2만5000여호다. 지자체 제안 후보지 중 공공이 시행 주체가 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에 부합한 곳으로 선정했다는 게 국토부 측 설명이다. 

특히 이중 연신내 인근 후보지는 입지상 지하철 3호선·6호선·GTX가 지나가는 '트리플 역세권'으로, 이번 후보지 선정에 의해 부동산 시장에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국토부 측에 따르면, 저층 노후주택 밀집지인 불광근린공원 인근(면적 6만7335㎡·1651세대)과 불광동 329-32 인근(5만6284㎡·1483세대)을 '주택공급활성화지구'로 지정해 총 3134세대를 공급한다. 연신내 역세권(8160㎡·478세대)의 경우 상업과 주거 기능을 활성화하는 '주거상업복합거점'으로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업계와 후보지 주민들은 '재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환영하면서도 '땅 투기 사태' 주범인 LH 주도 방식이라는 점에서 부정적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일부 주택·상가 소유주들은 보상 관련 구체적 계획이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반기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수익 보장 상가를 입주권 1개와 거래…어불성설"

대로변 상가들 사이 골목 안쪽에 위치한 '연신내 역세권 구역'은 간혹 신축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긴 했지만, 한눈에 봐도 낙후된 단독·집합주택들이 즐비했다. 

역세권 주변에서 만난 분양 입주자 및 세입자 등은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실제 역세권 빌라 세입자는 "교통망은 좋지만 도시 자체가 노후화된 동시에 치안 문제도 시급한 상황"이라며 "건물들도 곰팡이가 필 만큼 주거 환경이 너무 열악해 조속히 개발에 착수해 주거 이전비를 지원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연신내 역세권 대로변에 위치한 상가들. = 전훈식 기자

이와 달리 정작 건물 소유주들은 오히려 난색을 표하고 있다. 수입 기반 자체가 사라지는 만큼 '결국 손해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적지 않은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한 연신내 역세권 건물 소유자는 "임대료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내는 상가나 주택이 적지 않다"라며 "그런데 해당 사업을 시행할 경우 소득이 보장되는 소유권을 달랑 입주권 1개와 바꿔야 한다는 건데 이런 거래를 누가 호재라고 하겠냐"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토지주에게 민간대비 최대 30% 수익률 제공 △철저한 주민 보상 등 보상 계획 역시 현재 상황을 볼 때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강제 이주 "길거리로 내쫓는 행위"

"그나마 월세로 버티고 있는 상황에 보장된 입주권도 없고, 또 개발에 따른 보상도 얼마나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업 추진에 의해 강제 이주될 경우 자칫 길거리로 쫓겨날 수도 있다."

'연신내' 역세권 구역은 세입자와 건물 소유자간 이해관계에 따라 이견이 갈린 반면, 일명 '빌라촌'으로 불리는 저층 노후주택 밀집지의 경우 세입자들마저 정책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입주권 확보' 없인 개발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인 셈.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 후보지인 △연신내 역세권 △불광동 329-32 인근 △불광근린공원 인근 현장 사진. = 선우영 기자


"공공 개발에 대해 생각도 하지 않는 상황에 무작정 후보지에 선정됐다고 하니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다. 물론 추가적으로 사전 동의가 있어야 사업이 추진된다는데 정작 비싼 돈을 치른 내 의견이 묵살되고 제대로 된 가치 평가 없이 쫓겨날까 겁난다."

여기에 2·4 대책 이후 주택을 매매한 주민들도 갑작스런 후보지 선정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현금청산 문제로 공유 빌라를 가진 경우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놓을 뿐만 아니라 입주권 행방도 알 수 없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조차 여전히 개발 대책을 뒷받침할 세부 계획이 미비하다는 점에서 혼란이 가중되지 않게 발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졸속 발표로 주민들이 관련 정책이나 보상 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이해관계에 얽힌 피해자들이 쏟아질 것"이라며 "더군다나 LH 사태 이후 공공에 대한 불신이 가득해 하루 빨리 모든 이해관계자가 만족할 만한 보상체계를 정립하고, 홍보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공공주택특별법 일부 법률 개정안'과 관련해 날선 비난도 아끼지 않았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번 사업 추진을 위해선 근거법인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가 최우선 과제임에도, 아직 통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덜컥 정책만 내세우고 있다"라며 "게다가 공약으로 '민간개발 규제 완화'를 내세운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지금, 과연 정부가 주민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공공개발'을 향한 불만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 가운데, 과연 정부가 우려와 비난을 불식시키고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꿸 수 있을지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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