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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초장기 대출' 당정 제안에 은행권 '난색'

정부, 50년 만기 모기지 상품 검토…집값 재상승 우려까지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21.04.14 11:30:45

정부가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를 검토 중인 가운데 과감한 완화 대책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정부가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를 검토 중인 가운데, 과감한 완화 대책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금융위에 따르면 빠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주까지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관리방안에는 정부가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 혜택을 추가 제공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현재 최장 30년인 정책모기지(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청년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40년까지 확대하고, 청년층의 미래 소득을 반영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서민·실수요자에게만 부여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의 가산점을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상향하거나, 적용요건을 넓혀주자는 취지다.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만기 40년 정책모기지 상품은 이르면 오는 7월 출시될 예정이다. 보금자리론은 소득 연 7000만원 이하(미혼이면 본인만, 기혼이면 부부합산) 또는 주택 가격 6억원 이하 등의 조건을 갖추면 최대 3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정부는 더 나아가 50년 만기 모기지 상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의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국가보증제' 제안과 관련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상황이 바뀌면 또 (50년 모기지를) 연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40년 모기지 대출을 준비하고 있는데 청년 부담을 줄이려면 기간이 길면 좋지 않겠나"라며 "과거엔 10년물 국채를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30년물 국채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바뀌면 또 (50년 모기지를) 연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당정 모두 가계부채도 중요하지,만 무주택자와 청년층에 한해 주거 사다리를 놓아주는 의미에서 대출 규제를 풀어줘야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지난해 급등했던 집값이 최근 진정세를 보이는 만큼 실수요자에게 제한적으로 틈을 열어주자는 의미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9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직후 "무주택자와 청년층이 실제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자는 측면에서 금융 관련 부분은 (규제가)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제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40년 모기지가 주택금융공사 보증인 반면 50년 만기 상품은 국가가 보증하는 형태라서 국민 세금으로 특정 계층 대출을 지원해 주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은행권도 초창기 모기지를 위한 자금조달과 대출만기가 불일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어하는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만기 40~50년 모기지를 발행하려면 30년물 등의 장기채 발행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기지 상환 기간이 대부분 5~7년이다보니 대출만기와 장기채 만기가 일치하지 않는다.

금융회사는 단기운용자금은 단기채로 발행하고, 장기운용자금은 장기채로 발행해야 하는데, 대출과 채권만기가 불일치하면 운용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금리가 높은 장기채를 발행하고, 운용은 단기 저금리로 할 경우 이자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40년 만기 주택금융공사모기지도 마찬가지다. 주금공은 올해 만기 40년 모기지 공급 규모를 정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50년 모기지를 위한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은행들이 만기 50년 모기지를 취급하려면 주금공의 보증을 받은 MBS를 발행하거나 만기 10년 이상의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을 발행해야 한다. 장기채 시장이 성숙되지 않은 국내 시장에서 높은 금리로 발행하기에는 은행과 주금공의 조달비용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대출규제를 완화할 경우 경우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올해 대출 규제로 인해 집값 상승 등 매수세가 잦아들었지만,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규제를 풀어주면 청년층의 내 집 마련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규제를 통한 가격 잡기를 시도해 온 그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됐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서민들이 집을 합리적인 가격에 마련할 수 있는 정책이 나오는 것은 동의한다"며 "다만 경기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채권시장의 장기채 발행이 쉽지 않은데, 정부에서 모기지에 대한 요구를 해오면 은행들로선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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