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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이해충돌방지법, 죽순을 넘어 대나무의 길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4.14 10:02:36
[프라임경제] "이것은 죽순인가, 대나무인가?"

죽순과 대나무의 구분 방법은 무엇일까요? 죽순은 주지하다시피, 고급 식재료로 꼽힙니다. 대나무는 팬더의 주식이죠. 사람이 먹을 만하면 죽순, 팬더나 먹을 상태로 들어가면 대나무로 볼 수 있습니다. 

마디가 아직 잡히진 않았으나 대나무답게 훤칠하게 자라난 모습. ⓒ 프라임경제

다만 보통 우리가 떠올리는 바와 같이, 죽순은 미사일을 닮은 오동통한 몸매에 아직 껍질이 채 벗겨지지 않은 채 서로 엇갈려 있죠. 또 머리엔 순이 있어서 '뭔가 다음 단계를 위해 지금 상황을 돌파 중'임을 온몸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편 대나무 단계로 들어가면 쭉 뻗은 이미지가 잡히고, 대나무의 특징인 마디가 잡하기 시작하지요. 

저 사진은 아직 어린 대나무로 들어가는 직전 상황 정도랄까요?

일명 '이해충돌방지법'을 둘러싼 현재 국회 상황을 보노라니, 이제는 드디어 죽순 단계를 벗어나 어린 대나무로 볼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직자 190만명에 해당하는 이 법이 14일 중에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할 전망인데요.

원래 13일 중에 정무위 처리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으나 '기술적인 세부 내용 처리' 때문에 지체되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여야가 잠정 합의까지 모두 이룬 터라, 14일 정무위 단계를 순조롭게 매듭짓고 4월 안에는 본회의 통과도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법안이 처음 논의 및 발의된 것으로 따지면 장장 20년 만의 상황인데요.

이해충돌방지법은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직무수행 중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와 얽힌 경우 스스로 이를 피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직무관련자와의 금품 거래도 규제 및 감시 대상이며 공공기관의 가족 채용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한때 말씀드린 저 핵심 골격들을 '김영란법' 마련 당시에 핵심 조항들로 넣는 방편도 추진됐었지만, 결국 국회 논의 과정에서 김영란법 삽입은 성사되지 못 했지요. 결국 빠진 이 내용들을 다시 별도 입법으로 틀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번에 이해충돌방지법 추진이 급물살을 타게 된 데에는 '일명 LH 비리 사태'로 이번에 여론이 급격히 조성된 힘이 큽니다. 하지만 긴 시간 동안 지지부진한 와중에도 핵심 동력을 잃지 않고 성사되는 데에는 여러 사람의 공로가 숨어 있습니다. 이번 국회 논의 상황과 일원화 정리에서 여러 정치인들의 아이디어 못지 않게 정부안이 상당한 바탕이 돼 준 점이 눈길을 끄는데요. 이처럼 그간 정부 관계자들이 지구전을 펼치며 튼튼하게 내용을 쌓아왔구요.
 
2016년에 채이배 당시 국민의당 의원(그는 20대 국회에서만 국민의당→바른미래당→민생당으로 당명이 거듭 바뀌는 파란만장한 의정활동을 했습니다)은 이 문제에 큰 의욕을 보였던 점을 특히 기억해 둘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간에선 그를 '패스트트랙 대충돌' 와중에 감금 논란에 휘말렸던 불운한 정치인쯤으로만 기억하지만, 회계사와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등 경력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는 데 일가견이 있었던 걸출한 분이었죠.

오른쪽이 채이배 전 국민의당 의원. 사진 왼쪽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보인다. ⓒ 연합뉴스


그는 "국민권익위원회가 김영란법 제정 과정에서 삭제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담은 '공직자 등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을 만들어 검토하고 있다"고 언론에 밝히는 등, 이 문제의 불씨를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공직사회에 주는 효과가 클 것"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었죠. 

물론 공직자 190만명에 효과를 미치게 되는 이 법의 탄생과 그 이후 수리 문제에는 각종 잡음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공직자윤리법 등 기타 법안과의 중첩 우려가 우선 부각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그런 중복 내용에 대해서는 추가 조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금 조율 및 통과가 '서행'으로 진행되는 것이지요. 

과잉규제 논란에 따라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지만 이들에 대한 제재는 필요시, 언론 관련법이나 사립학교법에 해당 내용을 넣기로 정치권에서 합의가 된 상황입니다. 위헌 논란 때문에 소급적용이 아예 빠질지 등 다른 쟁점들도 남아 있습니다.

다만, 공직자윤리법과 상충하는 내용인지 등 쉽지 않은 그야말로 '난맥상'을 뚫고 결국 다음 단계로 넘어서게 된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 만큼, 그 자체로도 우리 사회의 청렴도 제고에 '진일보'라는 자체는 충분히 기억해 둘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 바탕에서 부족한 점을 채우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이지만 이제라도 속도를 내면 되지 않겠나,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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