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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라" 미중 패권 경쟁에 난감한 '삼성'

정부·반도체 업계 오는 15일 향후 대응 방안 모색 및 논의 예정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1.04.14 15:35:39
[프라임경제] 미국 백악관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열었던 반도체 관련 긴급 대책 회의에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참석했던 삼성전자(005930)가 곤란한 처지에 내몰렸다.

이날 회의에서 어떠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오갔는지 공개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반도체를 중심에 둔 미국 주도 반중동맹 참여 목적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삼성전자는 미국과 중국 양국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美, 노골적 '편 가르기' 나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글로벌 반도체 부족 사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반도체·통신·자동차 관련 기업들을 초청해 연 '반도체 화상회의'서 참여 기업들에게 미국 내 투자에 적극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화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 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하원 의원 65명으로부터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강화 계획을 지지하는 서한을 받았다면서 내용 속 "중국 공산당은 반도체 공급망을 지배하려고 공격적으로 계획하고 있다"라는 한 대목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는 기다리지 않고, 미국도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며 "우리는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중국이나 다른 이들도 그렇게 하고 있으니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견제 의지를 강하게 피력함과 동시에 회의 참석 기업들을 대상으로 노골적인 '편 가르기' 나선 것.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후 줄곧 중국의 반도체 개발에 대한 견제구를 던져왔다. 바이든은 지난 2월 희토류를 포함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우리의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 의존해선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회의 역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주재한 사실들은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안보'와 직결된 이슈로 보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반도체 화상회의에 참석했던 기업들이 미국의 직관적인 메시지를 받아들인 상황에서 미국 내 투자 및 반중동맹 참여라는 압박에 대한 답을 빠른 시일 내로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분석한다. 

◆불편한 中…투자 압박 가능성↑

미국의 종합반도체기업(IDM) 인텔이 가장 먼저 백악관의 요구에 화답하고 나섰다. 겔싱어 CEO는 회의 직후 가진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인텔 공장 네트워크 안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을 설계 업체와 논의 중이다"며 "6∼9개월 안에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또한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 역시 현재 미국 내 건설 중인 생산 라인에 핵심 인재 1000명을 파견키로 결정, 대대적인 선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 관련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전자 입장에선 투자 결정에 대해 부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차량용 반도체를 거의 생산하지 않고 있으며, 최대 고객사인 중국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과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재계가 대응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빅3 중 한 곳이다. 그러나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만큼은 후발주자다. 이처럼 삼성이 차량용 반도체를 거의 생산하지 않는 데는 차량용 반도체가 초미세화 공정을 통해 생산하는 고성능 메모리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생산라인을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맞게 변경하면 그만이지만 제조공정 구축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급작스럽게 해소되는 등의 불확실성이 잔존해 무작정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백악관의 요청에 즉각 화답한 인텔부터 최근 각국 정부로부터 쏟아지는 요청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량 증대 및 미국 내 투자 의지를 불태우는 TSMC까지, 이들의 적극적인 동참은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생산·공급에 나설 수밖에 없게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낸드플래시와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 초 증설을 진행한 시안 2공장이 가동될 시 올 중순부터 월 13만장의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생산해내는 양의 40%에 달하지만,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에게 '반도체와 5G(세대) 통신분야 협력'을 요청하는 등 지속 투자를 바라는 눈치다.

여기에 이번 백악관 회의를 지켜본 중국 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우리 정부를 향한 투자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오는 1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이와 관련된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회의에는 이정배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해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최웅선 인팩 대표이사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 △황호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등이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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