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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인 주호영·정진석·하태경, 시간표도 셋…꼬인 '국힘 시방서'

지방 재보선 대승 이후 호다사마? 거물들이 혼란 주인공 '제 머리 못 깎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4.15 17:59:57

[프라임경제] 돈도 마련됐고 당국 승인도 순조롭고, 경기도 좋은데 건물을 올리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은 상황. 새로 공사를 진행할 때 기초적으로 들여다 봐야 할 '시방서'를 새삼 휴지로 만들고 새로 논쟁이 붙은 경우다. 

1년짜리 국민의 신임을 '당겨 쓰는 식으로' 실탄은 마련했음에도 '보수 재건'의 시방서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것 같은 바로 지금, '국민의힘 내분'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을 지난 7일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대대적으로 이기고 '정권 심판' 승기까지도 잡은 듯 했던 국민의힘 상황은 결국 '승자의 저주'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저렇게 계속 지리멸렬할 수도 있다는 투로 우려섞인 경고도 날렸는데, 일단 그런 적신호가 일단 적중하는 듯한 양상이라는 것.

◆주-정-조, 잘난 3인 화학적 결합 안 되는 상황?

우선 '자강론 논쟁' 이야기를 해 보자.

김 전 비대위원장은 일명 '안철수 추대론'을 놓고 언론의 질문을 받자 "잘 해 보려는 생각은 안 하고 몰려간다"면서 비판한 바 있다. 안에서부터 해 보고 안 되면 '걷어치우든 해야지', 자꾸 밖에서 동력원 심하게 말해 구세주를 찾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이의 미묘한 관계와 겹쳐 해석되기에 문제일 뿐이지, 완전히 떼어놓고 보면 그 자체로는 온당한 명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국민의힘으로서는 이 자강론과 통합론을 해결하는 게 좀처럼 쉽지 않다. 그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 국민의힘이지만, 지난 번 바른정당 통합 문제에서도 그랬고, '광주 무릎사과'에도 불구하고 계속 앙금이 남아있는 '탄핵 문제에 대한 시각' 등 매번 문제가 될 때마다 도대체 갈라진 당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대한 만점짜리 답안이 딱히 없다는 것. 

이런 터에 자꾸 안에서 정권 쟁취의 길을 찾을 것인지, 외부와의 연대를 모색할 건지 생각이 십인십색으로 다른 것은 어찌 보면 숙명적인 상황이다. 

비단 '안철수 이슈'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발 '제3지대론'을 바라보는 심경이 복잡하다는 문제 이상의 고민이 국민의힘에게는 있다. 

그런데 이번 재보선 이후 당대표 출마가 거론되는 의원들 사이에 자강론과 통합론을 놓고 이견이 표출되는 건 상황을 수습할 방법은 딱히 마땅찮고, 그 파급 효과가 엄청나게 크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도드라진다. 

예를 들어, 정치부 기자 출신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통합이 곧 자강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이나,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당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자강이 우선"이라는 다른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터에 합종연횡은 물론, 암중모색도 쉽지 않다. 위기 의식을 드러낸 다른 정치인들이 바로 공격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서다. 

14일 열린 중진급 의원들 사이의 비공개회의에서 홍 의원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당대표 대행 겸임)에게 저격성 발언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은 "얼마 전 주 권한대행과 정 의원이 만났다고 하는데, 민감한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담합을 한다는 게 사실이냐"는 투로 따졌다는 것이다. 구태 정치나 나눠먹기식 패거리 정치 더 나아가 밀담 등 다양한 '흑막 정치식의 단어들'이 사용되면서 고성도 오갔다는 전언. 

당연히 정 의원은 서운할 수밖에 없다. 당이 여당 측의 총선 직후 국회 운영 독주에 다 떼어놓은 당상(야당몫의 국회 부의장직)을 내던지는 등 대의에 충실했던 그로서는 당연한 구도다. 

하지만 '윤석열 영입론'에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충청 대망론'에 기우는 그가 당대표나 원내대표 선출 문제 등이 혼재된 현 정국에서 특정 라인에 밀담을 나눈다는 가능성은 당연히 견제구를 맞을 상황이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두번째 문제, 선수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가장 높은 급인 조경태-정진석-서병수 라인의 역할 부재론이다. 이들 최다선 그룹의 문제 논란은 주 원내대표에게 너무 많은 일이 짐지워진다는 분석과도 일정 부분 맞닿는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과 주 원내대표 사이에도 근래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던 것은 주지의 사실. 조 의원이 주 원내대표에게 거취 질문, 즉 "(전당대회 등) 당의 일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얘기하자 에둘러 "고려하겠다"는 취지의 답이 돌아왔다는 것에서 많은 이들이 불편함과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 

부산시장을 지내는 등 PK권에서 독보적 위상을 갖춘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그런 점에서 독창적인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일찍이 당권 불출마를 선언하고, 젊은 정치인들에게 일을 맡기자고 중진들과 당원 전반에게 호소한 바 있다. 

하지만 BS의 이탈만으로 바로 국면이 신진 및 주니어 부각으로 급반전되기에는 당의 덩치가 너무 크고 관성 에너지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BS식 정치 선언에 대한 참신성 평가나 높은 다른 기대치가 주어질지는 모르겠으나, 당장의 혼란을 정리할 브레이크로 완벽하지 못 하다는 것. 앞서 언급했듯 잘난 사람이 너무 많아 문제라는 당 사정이 원인으로 꼽힌다.

'조경태의 독자적 본산 구축'은 부산은 물론 전국 정치로 관점을 돌려봐도 특이한 것. 부산대 공대 출신으로 원조 친문 색채를 띠던 그가 방향 전환을 통해 국민의힘에서 남다른 크기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경제적 감각도 우수하고(기재위에서의 활약이 많은 정치부 기자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뚝심도 있으나 당을 전체적으로 좌우할 원로로 완벽히 녹아들었는지에 대해서 아직 의문이나 회의감을 표시하는 이들이 없지 않다.

이는 '해운대 정치인' '황교안 (당시) 총리와 설전을 벌인 거친 보수'로 이미지가 각인돼 있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마찬가지로 겪는 상황. 그는 강경 운동권 출신이나 치열한 고민 끝에 논리 전환을 했다. 열성적 보수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감이 있다. 

일각에서는 에너지 폭발성으로 보면 가장 주목할 대상 중 하나라고 그를 추켜 세우는 데 일견 타당한 부분이 있다.

지난 부산시장 보선 지원에 사이좋게 함께 차량에 오른 정진석·하태경·주호영. 이들 3인방이 3개의 시간표를 어찌 풀지에 국민의힘 미래가 달려 있다. = 임혜현 기자

◆하태경도 조경태식 문제의식 공론화, 시간표 3개 어찌 조율할꼬? 

재미있는 것은 하 의원도 자신처럼 '외부 인자'가 강한 조 의원처럼, 원내대표와 당대표 선출 문제에서 누구든 보직을 맡고 유리한 고지에서 선거를 치러서는 안 된다는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15일 하 의원은 당대표에 도전할 것이면 원내대표를 즉각 그만 두라는 통첩을 공식적으로 날렸다.

심지어 숙고할 틈이나 모호한 상황에서 침묵을 할 여지도 없이 "출마하지 않는다면 즉각 불출마 선언을 하라"고도 부연해 완전히 코너로 주 원내대표를 몰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사가들 일부의 이야기지만, 홍문표 의원 대비 하태경 의원의 에너지나 진동주파수가 오히려 현재 국민의힘 갈등 구도에서는 더 파괴적으로 작동할 수 있지 않겠냐는 주장도 있다.

하 의원처럼 강력하게 공정성 논란을 불붙이는 데다 좌고우면하지 않는 진행 태도까지 겹쳐진다면, 국민의힘은 현재 풀어야 할 3개의 시간표 매듭 정리에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원내대표 '조기 선출'에 대한 이야기가 15일 현재 공공연히 나도는 상황이라는 점은 대단히 뒤숭숭한 중진급 이상들의 심리를 방증한다. 비대위원급에서도 원내대표 조기선출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선뜻 의견을 모아 결론짓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정치인들은 그렇게 조기에 처리하자는 식으로 가면 "시장(여기서는 정치의 소비자인 국민 및 여론)에 잘못된 사인을 주게 된다"는 걱정을 하는 것이고, 그 우려의 타당성 때문에 갑론을박만 계속된다는 것이다. 

조금 문제를 좁혀 이야기하자면, 주 원내대표가 당대표 출마 여부를 발표하지 않은 상황인데, 이런 터에 조기 원내대표 선출을 섣불리 공표하면 당이 들끓는 선거 구도에 빨리 치우칠 수 있다. 

원론적 이야기지만, 분위기를 그렇게 타서 득실의 문제도 문제지만 '일의 선후가 바뀐' 혼선의 어음이 나중에 비싼 값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측도 있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의 양대 시간표에 지난 재보선에서 도움을 받은 '안철수 문제'가 부메랑으로 돌아와 있다. 전당대회 등 당의 일정을 결정하는 데 있어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전제로 하는 것은 결국 안 대표에게 끌려다닌다는 소리로도 귀결되는 바, 일부에서는 이를 불만스럽게 본다. 하지만 정치적 도의와 약속상, 안 대표의 위상 때문에 전면적 무시도 어렵다. 

'안철수 충격' 약간 더 범위를 추가하자면 '구수한 윤석열' 문제 등이 보수 통합과 당 재건에서 가장 큰 이슈인 것 마냥 대처하지 않으면서도 긍정적 요인을 빨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원래 같으면 이런 상화에서 조율과 화합을 가장 잘 해 줄 인사는 바로 주 원내대표. MB 측에서 대선 후보 시절 이래 가장 신뢰하며 곁에 뒀던 화합과 조율의 인물인데다, 근래에는 여당과의 대결에서 천박하지 않게 각을 세우는 능력도 돋보이는 그야말로 '발군의 정치인'이다. 

그렇지만 그의 출마 문제가 중요 사항인 터이고, 그런 맥락에서 정진석-하태경 등 거물들의 셈법이 얽히고 있기에 주호영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합당과 당대표 및 원내대표 새 선출 시간표들이 다른 정치적 중요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는 상황은 분명 당에게는 마이너스다. 

누가 당권을 가져가냐는 논란 자체는 자연스럽지만, 그게 지나치면 국민들이 보기에 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를 이들 거물들이 잘 숙지해 '따로, 또 같이' 나서서 '3개의 시간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당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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