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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간절…세월호 7주기 추모 여·야 거물 '심기일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4.16 08:50:06

[프라임경제] 한국 행정의 가장 뼈아픈 실패, '세월호 참사'가 7주기를 맞는다. 2021년 4월16일을 맞이하는 정치인들의 경건함과 간절함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오랜만에 보수를 대변하는 제1야당과 초거대여당이 하나 되는 모습이 연출된다는 점이 더욱 뜻깊은 상황이다. LH 투기 비리 등으로 시끄러운 통에 '민생'이라는 주제를 다시금 상기하는 점에서도 이번 참사 앞에 고개를 숙이는 정치인들의 움직임은 눈길을 끈다.

2016년 2주기 추모식에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됐던 원유철 당시 원내대표가 참석했으나, 2017년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세월호 갖고 3년 해 먹었으면 됐지,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며 불참한 바 있다. 

이번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세월호 어젠다 앞에서 함께 옷깃을 여민다는 점에서 눈길이 쏠린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일단 코로나19 자가격리를 마치자마자 세월호 7주기 추모에 나서는 것이라는 점에서 세인들의 관심을 모은다. 그는 희생자 묘역에 들를 예정이다. 하지만 단순히 '정치적 의미'로만 입길에 올리기에는 이 전 대표의 행보가 간단치 않다. 

그는 국무총리 재임 시절인 2018년 4월21일에도 세월호 구조 희생 잠수사 동상에 참배하는 등, 세월호 관련 이슈에 공사다망한 가운데서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유가족의 국회 앞 농성장에 찾아가 맨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노변정담'을 나누듯 진솔하고 소탈한 모습을 연출했던 장면이 기자들 사이에 종종 회자된다. 

물론 정치적 의미가 전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구수한 윤석열'의 대두와 민주당 내에서도 지지도가 역전당하는 등 이'낙연 대선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즉, 부랴부랴 '마법의 치트키'처럼 진성 지지층 끌어들이기 카드로 세월호 문제를 활용한다는 폄하는 이 전 대표에게는 적당하지 않다는 반론이 나오는 것. 

2018년 4월21일,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세월호 관련 활동 중 희생된 잠수사 동상을 찾아 추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낙연 추월 상황 굳히기'에 들어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식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특히 그는 개회식과 국민의례에 이어, 추모사도 낭독할 것으로 알려져 이날 가장 조명을 받는 인물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사는 진성 친문과 불편한 사이다. 일각에서는 탈당론을 빙자해 그를 찍어내려고도 한다는 게 정설. 그러나 그는 시계공장 소년 근로자 출신으로 고학을 통해 자수성가한 인물이자, 그럼에도 자기 성공신화에 매몰돼 천민자본주의나 귀족정치로 흐르지 않고 민주당 정서에 투신했다는 점에서 대체불가의 '상징적 자산'이다.

특히 근래 민주당 당권 주자군이 그에게 줄을 선다는 호사가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등 민주당 내 유력한 구심점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단순히 세를 과시하는 차원에서 세월호 7주기를 추모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의 특수한 정치적 위상에서도 금년 이날의 의미는 각별하다.

그가 재판에 시달리고, 반대파와 당내 견제 세력에 흔들리면서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에는 엄청난 추진력과 민생 정치인이라는 키워드가 뒷배가 돼 준 것을 주목해야 한다. 경기도 여러 계곡들을 사유재산처럼 쓰던 불법 영업 식당과 주점 등을 일소해 버린 바 있고, 논란이 있기는 하나 코로나 창궐 국면에서 방역 법리를 무기삼아(그는 중앙대 법학과를 나와 변호사 자격을 땄다) 신천지를 흔들어 놨다. 

사법기관이나 중앙부처가 아닌 '경기도지사로서' 이처럼 권한을 합법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강한 캐릭터의 유례가 드문 데다, '민생'이라는 대의명분을 적극 어필하고 실현한 경우도 정치사 전반을 훑어도 드물다. 그런 이 지사이기에 세월호 같은 국가적 책무 미완수의 사안 앞에 얻을 '선명성'은 더 극적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겸 대표 대행)의 세월호 생각과 향후 정국에 대해 이 사건을 통해 얻을 영감도 깊을 수밖에 없다. 13일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주 대행을 비롯한 원내 지도부가 세월호 7주기 기억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주 대행은 근래 가장 극적인 정치적 이미지 격변을 겪고 있는 인사다. 판사 출신으로 합리적이고 온화한 정치인의 상징이었던 그는 180석 초거대 사이즈의 여당과 맞서는 최전선 지휘관으로 치열하고 각진 이미지로 전환을 경험했다.

물론 백봉신사상에 가장 어울리는 정치인답게 금도를 넘는 진흙탕 싸움은 지양해 왔으나, 근래 당내 당대표 선출과 원내대표 교체 문제, 거기에 '안철수 진영'과의 합당 일정 조율 등 3대 시간표 분란에 휘말려 있다.

당대표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일각의 질시에도 묵묵히 일을 하고자 하나, 쉽지가 않은 게 주 대행의 상황. 이런 터에 민생의 가장 원초적인 요청을 되새겨야 하는 세월호 참사에 그를 위시한 지도자급 인사들이 추모 참석을 결정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논란에도 일단 획을 그은 탄핵 사과 등 정치적 입장 정리를 상당 부분 이어받아 새 보수를 세우고, 세력을 결집해 다가오는 대선 승리를 이루겠다는 뜻을 다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그에 더하여 '광주 무릎사과'로 상징되는 '왜,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하는가?'라는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메시지를 유권자들은 물론 소속 정치인들(특히 각자 속내가 다른 점에서 갈등이 노출되고 있는 당내 주요 인물들)에게 던질 수 있다. 

경건해야 하는 추모의 자리지만, 오히려 내년 4월16일보다 더 많은 생각이 얽혀 있을 수밖에 없는 '2021년 대선 1년 전'의 4월16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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