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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조작국 피했지만…'민주당 올가미 리스크' 남아

의회 강경파 변수…트럼프 궤도 답습이라는 '최악의 상황' 면한 틈새 살려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4.17 09:21:03

[프라임경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세계 금융계와 수출입 관계자들을 궁금하게 했던 환율 관련 정책 방향이 일단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일단 환호성을 올릴 만한 상황이다. 다만 '다음'이 문제라는 기우도 일부 존재한다.

미국 재무부는 16일(이하 모두 현지시각) 내놓은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 대만 등에 대한 등급을 제시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탄생 이후 첫 환율 보고서다. 한국과 중국 등은 일단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시켰다. 

한편, 베트남과 스위스에 대해서는 환율조작국 지위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이제 환율조작국 지정 상황인 나라는 일단 0이다.

환율조작국으로 정조준당하는 상황을 면한 베트남 및 스위스는 일단 심층분석대상국이 된다. 아래에서 다시 설명하겠지만, 심층분석대상국이나 환율조작국이나 사실 조건은 차이가 없다. 일명 조건 중 3가지 모두를 충족하는 점에는 심층분석대상국도 마찬가지라는 것. 그런데 기존에 환율조작국으로 지목됐던 베트남이나 스위스에 이어 대만을 심층분석대상국에 미국 당국이 추가하는 강수를 뒀다는 점은 특이하다. 

대만은 종전에는 관찰대상국이었다. 상황이 미묘하게 나빠진 것이다. 특히, 대만은 미국이 현재 중국을 봉쇄 및 압박하는 상황에서 경제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파트너다. 

대만 해협에 미국 함정이 모습을 드러내 중국 해군을 압박하는 상황, 대만 정부가 중국과의 경제적 교류 경색을 무릅쓰고 미국의 '반도체 전쟁'에 동참하는 게 좋은 예다. 이는 단순히 대만 기업들이 반도체에 강세를 보인다는 점 이상의 정치경제적 복합 요인을 깔고 있다. 

위안화를 세는 은행원. ⓒ 우리은행

그런 터에 환율 문제에서는 강경한 조치가 나온 셈이다. 대중국 봉쇄 전쟁에 동참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일단 미국 시장을 위협한다면 대만일지라도 봐 주기가 없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특수성을 그나마 감안, 환율조작국으로 막바로 올리지는 않은 것으로도 볼 수 있겠다.

미국은 1998년 종합무역법에 의거해 환율조작국과 비조작국으로 구분하는 기준을 채택해 왔지만, 이와 함께 2015년 무역촉진법 시스템에 따라 △ 지난 1년간 200억달러 초과의 확고한 대미 무역 흑자 △ 국내총생산(GDP)의 2%를 초과하는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 △ 12개월간 GDP의 2%를 초과하는 외환을 순매수하는 일방적이고 지속 성향의 외환시장 개입 등 3개 항목을 기준으로 각국의 환율 정책을 평가한다.

이러한 3대 기준 중 2가지를 충족하면 관찰대상국이 되는 것이며, 3가지 모두에 해당하면 환율조작국에 준하는 것으로 알려진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야기로 특정해 보자. 한국은 대미무역 흑자(250억달러)와 경상수지 흑자(4.6%) 등 2개 섹션에서 관찰대상국 기준에 걸렸고, 2016년 이래로 보면 늘 관찰대상국에는 저촉되는 상황을 겪어 왔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한국은 2019년 봄 환율보고서 당시를 제외하면 모두 이 두 기준에 해당됐다.

한편 미국 당국은 중국에게 외환개입 행위와 환율관리 체제의 정책 목표, 해외 위안화 시장 행위의 투명성을 제고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관찰대상국이다. 객관적 기준에 따른 선정이므로 정성적 평가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엄격히 보자면 각 국가의 중앙은행이나 재무 당국의 행위에 대한 가치 평가(예를 들어 지속적이고 일방적인 환율 개입 조건)가 없을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결국 중국을 봉쇄하고 G2 사이의 패권 전쟁을 분명히 할 것이지만, 그 우군을 오히려 더 옥죄는 형식도 마다치 않는다는 미묘하고 복잡한 미국 측의 카드 사용이 이뤄지는 셈이다. 한국이 현재 상황을 유리하게 보거나 안심할 수만은 없는 대목이다.

심지어, 15일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우려가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단은 오보'가 되기는 했지만, 미국 전문가들이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환율 관련 방어 등에 어떤 시선을 보내는지 짐작할 만한 방증이다.

로이터통신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다각도에서 한국의 환율 개입 문제에 대한 우려는 나오고 있다. 미국의 현 여당인 민주당 주요 정치인들이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판정에만 일을 맡겨둘 수 없다며 별개의 올가미를 만드는 법안 준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기준 외에도 일정 기준시 환율에 개입하는 국가에 대한 제재를 강제하는 게 법안의 골자가 될 전망이다.

일단 환율조작국이나 그보다 유사품인 심층분석대상국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바이든 집권기를 살아가는 한국의 운명 자체가 임기 내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기조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기우가 여기에 기인한다.   

물론 우리로서도 할 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한국을 위시한 동아시아 국가의 환율 개입이 불공정 행위인지, 전염병 대응용인지에 대해 좀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호소를 할 여지는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중시 기조가 환율 문제에도 조금 더 반영되도록 외교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점에서 외교 당국의 역할론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 제법 매섭게 이뤄진 조작국 지정이 효과가 없고 정치화 우려를 촉발했다는 점, 국제통화 정책에서 덜 대립적인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이것이 먹히도록 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 나온 이번 환율 보고서에서는 희망과 절망이 섞여 있다. 대만 등에 대한 조치를 보면 우리에게도 마냥 우호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부각된다.

다만, 분명한 점은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무역 분야만큼은 피아를 가리지 않았던 트럼프 정권의 기조를 답습할 것이라는 '최악의 우려'는 피해간 것으로 평가된다. 옐런 장관이 환율을 공격적으로 사용하진 않을 것이라는 점과 민주당 일각의 강경 입법 조치의 용두사미 가능성을 지켜 보면서 줄타기를 할 타이밍을 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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