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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교부터 조국까지' 원내대표 석패한 박완주 괄목상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4.17 09:20:12

[프라임경제] 이변은 없었다, 표 차이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석패'라는 표현을 굳이 사용해야 설명이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의 두 정치인, '윤호중 vs 박완주' 구도다. 정확히는 16일 신임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승자는 윤호중 의원이었지만, 박완주 의원이 보여준 야성에 관한 이야기다. 

민주당 의원 169명(재적 174명)이 참석한 가운데, 윤 신임 원내대표를 택한 이는 과반인 104표. 박 의원이 65표를 얻은 것을 감안하면 많은 매체들의 '여유롭게 제쳤다'는 표현이 수학상으로는 정확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65명의 최종 선택을 얻어낸 것이 대단하다는 점은 불가피한 상황논리상 윤 원내대표 쪽으로 기운 스윙보터들이 제법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번 '친문 윤호중호 출항'은 "재보궐선거 참패의 수습을 위해서는 윤호중이 안전한 선택"이라는 말에 농축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검수완박과 부동산정책 기조 유지? 근원적 물음 던져 

윤 원내대표는 4선에 수도권, 이번 21대 국회 들어 법제사법위원장을 역임하며 친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듣는 인물이다. 나이도 엇비슷하며 선수도 박 의원이 하나 적을(그는 3선이다) 뿐이지만, 비주류 소리를 듣는 상황에서 대적하기에는 저 상대가 녹록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너무 막강한 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적이 너무 강했으니 104:65만 해도 대단했다는 1차적 풀이만으로 충분할 수도 있겠으나, 앞서 언급했듯 현재 상황 속에서 스윙 보터들의 고심 끝 이동(안정 지향적 선택)을 고려하면 이 승리는 더 빛난다.

이번에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했던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천안중앙고를 나와 성균관대에서 한국철학을 전공했다. ⓒ 연합뉴스

재보선 참패 직후 민주당이 자성 모드에 들어간 듯 싶더니 결국 얼마 못 가 도로 친문 정당으로 돌아갔다는 식으로 사람들이 비판하는 현실, 그리고 그 당위성 여부는 일단 논외로 하자. 

민주당 구성원 상당수로서는 현재의 재보선 참패 구도에서 내년 대선 대처법을 고심하지 않을 수 없고, 그 결과 이율배반적이지만 결속 다지기를 우선 택하는 게 전혀 말이 안 되는 선택은 아니다. 적어도 진솔한 반성과 개혁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일단 기조 유지를 택하는 비판적 지지론이나 선택적 찬성론까지도 새로운 친문 원내대표 탄생 쪽으로 줄을 설 수 있다.  

박 의원 역시, 보좌관 출신인 데다 쌓은 경험과 치열한 거물들과의 선거전 이력, 여의도 입성 후 3선 관록 등으로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박 의원은 주류와 각을 세웠고 개혁을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의 변환 대신 검찰개혁 등에 대한 속도전을 예고하고, 일명 '조국 사태'에 대한 친문 성향에 가까운 입장 색채를 낼 때 박 의원은 수정 그리고 반성, 개혁을 갈구했다. 

박 의원이 '민심'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대어를 놓쳤을망정 나중이 기대된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재보선에서 드러난 성난 민심을 되돌리려면 개혁 속도 조절과 야당과의 협치가 필요하다는 외침은 비록 친문의 절박함, 즉 개혁의 기치를 내릴 수 없다는 생각에 부딪혀 일단은 좌절됐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박 의원 득표수는 적어도 윤호중호가 태풍을 등에 업고 지나치게 과속하는 것만은 막을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야당과의 협치보다는 다수결 원칙에 따라 문재인 정부 결사옹위식의 개혁 입법을 밀어붙일 때, 적어도 이 언내대표 경선 당시의 '추억'은 윤호중호의 폭주를 막고 보수 야당과 일말의 대화를 시도하도록 등떠밀 에너지로는 충분하다.

'서영교 위로' 미혹의 인물, 불혹 지나 지천명의 조국 비판 

아직 많은 이들은 박 의원에 대해 아리송하다는 평가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직설적 화법과 강경한 공세 태도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독해 안 되는 인물쯤으로 '저격성 평가'를 가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는 점을 떠올리는 이들은 이번 박 의원 원내대표 경선 도전과 석패 사정을 놀라워한다.

심지어 '서영교 사태'에서 '비판은 무시하라'는 류의 조언을 문자메시지로 보냈다는 점이 알려져 질타를 받았던 '박완주의 흑역사'를 새삼 들먹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 이들은 당연히 2016년의 이 사심에 기울고 공정성 감각 부족한 이가 오늘날의 '골리앗 윤호중, 다윗 박완주'로 괄목상대했다고 귀띔해 주면 경악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2016년 6월, 딸을 인턴으로 부정 채용했다는 논란을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빚었으니, 이제 불과 만 5년 가까운 시간이다. 정권이 하나 물러가고 새 대통령이 들어설 시간쯤인 셈이다.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짧은 이 시간 동안에 박 의원은 얼마나 변한 것일까?

물론 박 의원과 서 의원의 사이는 나쁘지 않기에, 그런 위로성 발언과 (개인적 교신임을 고려하면) 조금 과장된 편들기도 있었을 수 있다고 이해해 버려도 그만이다. 

아울러, 예를 들어 일로 얽힌 '케미'는 둘 사이에 (지금도) 상당하다고 볼 수도 있다. 서 의원이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떠맡을 때, 박 의원이 예산심사소위원장으로서 손발을 맞춰주기도 하고, 레저세 배분의 불합리성을 개선하려고 박 의원이 동분서주할 때 같이 토론회 마당을 열어주는 데 서 의원이 돕는 식이다.

하지만 이렇게 볼 여지도 있다.

서 의원은 자신의 딸 채용 문제가 터지기 전에도 동생을 보좌진에 합류시켰다가 도마에 올랐고, 심지어 검찰 간부들과의 식사 자리에 변호사 남편을 동석시켰다는 언론 지적이 나오는 등 비리 종합세트라는 비아냥을 모면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그런 점을 대략 모르지 않는 2016년 당시의 박 의원이 굳이 선을 긋는 대신, 인간적 관계를 중시했다면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보여준 2021년의 박 의원은 상전벽해나 괄목상대 수준으로 달라진 셈이다.

검수완박이나 부동산 못지 않게 뜨거운 화두였던 '조국 사태'에 대해 박 의원은 윤 의언과 달리 참회를 택했고, 당원과 소속 의원들에게도 이를 강조했다. 그는 "(조국 일가 비리가) 문재인 정부가 가치로 세운 공정 문제에 대해 큰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라고 짚었다, 

거물들과 싸울 때 오히려 크는 남자, 내년에 빙그레 웃을까?

특히 "예민한 학력 부분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는, 정부에 대한 의심을 갖게 한 측면이 있다"고 여당 내에서 다들 불편해 하지만, 실상 이번 재보선에서 표심이 돌아선 중요 이유 특히 20대의 이탈 원인 문제를 콕 찍어 의견 밝히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인연에 약하던 미혹의 남자가 흔들리지 않는(불혹)의 철학의 정치인으로, 하늘 같은 민심의 명을 아는 지천명 나이의 사내로 거듭난 셈이다.

박 의원의 이런 성장과 기세, 그리고 뚝심 원인으로 보좌관 생활을 끝내고 '자기 정치'를 시작하면서 거물들과 연달아 맞부딪혀 성과를 이뤄낸 경험을 꼽는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는 '박상돈&김호연과의 연이은 혈전' 무용담을 갖고 있다. 박 전 의원이 자유선진당으로 이적할 때 뎜벼든 바 있고, 빙그레와의 인연으로도 세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옛 한나라당 공천 김 전 의원과도 치열하게 싸운 끝에 여의도에 입성했다. 

이렇게 거물들과 싸울 수록 출혈로 고생하거나 주저앉기 보다는 맷집을 키워 더 크기를 불리는 박 의원,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보여준 비주류 박완주의 '결기'가 당이 진로를 설정할 때는 물론 그 자신에게도 큰 보약이 될 것이라는 풀이는 그래서 나온다. 내년에 치러질 대선과 지선 등 여러 선거에서 그가 맡을 몫에 관심이 모아진다. 

불과 5년 세월만에 '서영교에서 조국까지' 엄청난 태도 변신을 해낸 그이기에, 특히 내년 대선에서 충청권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그가 당을 위해 맡을 역할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중원을 얻는 자가 대권을 얻는다는 상황에서 스윙 보터들은 그의 이름값을 보고 얼마나 민주당에 쏠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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