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인사이드컷] 또 '식판밥' 시험대…오세훈 인기 거품 빠질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4.21 08:42:19

[프라임경제] 급식은 어느덧 상징적 단어가 됐습니다. 초·중·고 내내 식판에 담긴 밥을 먹는 것은 어느 샌가 자연스러운 일이 됐는데요. 그래서 학생(보통 중·고생)을 가리키는 온라인 세상의 대명사가 '급식'이기도 하지요. 

이런 와중에 '무상 급식 문제'와도 생각이 맞닿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번 보궐선거 승리로 오랜만에 복귀한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바로 과거에 무상 급식 확대 이슈에 직을 걸었다가 한동안 야인 생활을 한 장본인이지요.

그는 복귀하자마자 공시가격 근거 재조사나 성폭력 공무원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 선언 등 민감한 문제들을 건드리면서 여당과 그 지지층을 자극하고 있죠.

하지만 그의 인기가 급속히 사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없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문제에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실책을 범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동산 정책을 일방적으로 그의 마음대로 펼치는 게 어려운 데다 가격 상승을 무한정 방치할 수도 없기 때문인데요. 

'맥주 거품'처럼 그의 인기가 빠질 공략 방법 및 세력 전환점 발견에 정적들은 주목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특별시 대 서울시특별시의회 사이의 대결이 일어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회는 주지하다시피 오 시장의 정치적 반대 세력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영아용 식판에 담긴 음식과 맥주 거품이 빠진 컵. ⓒ 프라임경제

그런 서울시의회가 오 시장의 아픈 구석인 무상급식 문제를 다시 교두보 삼아 공격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근래 나오고 있는데요. 자칫 '식판밥' 문제에 말려들어 맥주 거품처럼 오 시장의 인기가 푹 꺼질 길이 열리는 게 아니냐는 논란의 사정은 이렇습니다.

서울시의회가 먼저 유치원 무상급식 카드를 꺼내든 것이죠. 김인호 서울시의회의장은 19일 본회의 개회사에서 오 시장을 향해 유치원 무상급식 시행을 제안했습니다. "초·중·고 무상급식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유아기 아이들 또한 따뜻한 식사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무상급식을 유치원까지 확대할 것을 요청한다"는 명분인데요. 

사실 이미 상당수 광역지방자치단체(12개 시·도)에서 유치원 무상급식을 실시 중이므로, 서울시도 뒤늦게 이에 동참해야 한다는 데에는 논리상 큰 무리가 없습니다. 

다만, 오 시장의 민감한 과거 상처가 문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무상급식 대상 확대 문제에서 이념적 논쟁이 불가피했고 그는 시장직을 거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어쨌든 오 시장이 이날 시의회에서 즉답을 피했는데, 이것만으로도 그에게는 '상당히 아픈' 문제를 들쑤신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옵니다.

특히나, 유치원까지 무상급식에 포함시키는 문제는 지난 보선 당시에도 화제가 됐습니다. 박영선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측은 유치원 무상급식 공약을 발표하며 오 시장을 공격했었습니다. 지금 이를 선뜻 받아들이는 게 적의 공약을 이용하거나 혹은 좋은 안건이라 어물쩍 받아들이는 모양새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없을 수 없는 셈이죠.

다만 다른 시각도 존재합니다. 오 시장의 향후 행보에는 무작정 시의회와 대척점에 서는 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해석입니다. 즉, 시의회와 어느 정도 협력이 필요한데 이번 무상급식 제안은 일종의 견제구로 시의회 쪽에서 나왔다 손치더라도, 협력 관계 여부를 개선하고 그 정도를 가늠하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시대가 많이 변해 기준 자체를 새로 적용해야 하므로, 오 시장에게 소신이냐 협력(내지 굴종)이냐를 '식판밥 시즌 2'로 윽박지를 수 있는 구도가 아니라는 풀이도 가능합니다.

오 시장도 선거 기간 한 토론회에서 "(상급학교들의) 무상급식이 되는데 유치원만 빼놓을 이유는 없다"고 답한 적이 있죠. 10년 전과 상황이 크게 변했다는 것입니다. 무상급식은 이미 진보·보수를 떠나 보편적 복지의 자연스런 일부분이 됐는데 새삼 그만 다시 비장하게 저번처럼 대립각을 세우거나, 그걸 요구(내지 기대)할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오 시장이 능구렁이처럼 상황을 활용함으로써 자신을 별로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는 측을 약올리는 계기로 전환할 수 있을지 주목해 봅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회는 지난 15일 오 시장의 내곡동 처가 땅에 대한 행정조사를 철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미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행정조사로 이룰 게 많지 않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입니다만, 막강한 지지세를 업고 시장실에 복귀한 오 시장과 싸우고 싶지 않다는 판단이 작동한 것이라는 해석도 뒤따르지요.

그러므로, 일명 식판밥 문제로 날카롭게 이빨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고는 하지만 그 실질적 공격력의 치명도가 어느 정도겠냐는 회의적 분석도 가능하죠. 오 시장으로서는 아픈 문제지만 그렇다고 그가 외통수로 다시 직을 내놓는 등 극단적 구도로 갈 것인지는,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상당히 모호합니다. 엎치락 뒤치락 치열한 수싸움이 불가피하다는 추정이 그래서 가능합니다.

결국, 그런 처리 과정에서 자칫 실책으로 인기가 거품처럼 빠지는 악재가 될 수 있는지, 미묘함을 살피는 게 관건이고 관전하는 재미가 되겠죠. 

인기 관리와 소신은 별개의 문제처럼 보기이도 하지만, 유권자들의 표심은 의외로 복잡하고 슬기로운 경우도 많아서 대응이 쉽지 않습니다. 오 시장도 이번 유치원 급식 확대 문제를 그래서 마냥 허투루 볼 수 있는 건 아닌데요. 어쨌든 마냥 불리한 구도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코로나 사태로 복지 팽창, 이와 직접 연결되는 재정 부족 우려를 전부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재정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선별적 복지에 대한 소신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될지, 일부 바뀐 상황과 사회적 공감대에 대한 수용이 오 시장 장래에 득이 될지 저울질해야 할 일이죠.

한 정치인의 운명만이 아니라, 1000만 도시의 명운이 걸린 정책적 판단인 셈입니다. 식판에 담긴 아이들의 밥과 맥주잔 가득 부풀었다 시나브로 꺼진 거품의 장면을 보면서 평범한 시민도 골똘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