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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우려와 기대 속 쏘아 올린 흑석2구역 '공공재개발 신호탄'

우수한 입지 바탕 '최대어'…이해관계 따른 엇갈린 주민 입장

선우영 기자 | swy@newsprime.co.kr | 2021.04.20 18:26:15

흑석2구역 현장 사진. = 선우영 기자


[프라임경제] '공공재개발 가늠자'로 평가받는 흑석2구역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특히 해당 사업을 주도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가 전례 없는 파격적인 사업 조건을 제시하면서 업계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다만 여전히 주민들의 찬반 의견이 확실치 않은 상황. 과연 현재 주민들 입장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직접 흑석2구역을 방문해 분위기를 살펴봤다.

SH가 지난 16일 흑석2구역 재개발 관련 주민설명회를 개최, 본격적인 공공재개발 신호탄을 울렸다. 

공공재개발은 '5·6 부동산 대책' 일환으로 도입된 수도권 주택 공급 사업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SH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해 장기 정체된 재개발 사업에 △용적률 상향 △분양가상한제 제외 △기부채납 완화 등을 제공해 조속한 사업 추진을 돕는다. 다만 증가한 용적률 20~50% 수준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공공재개발 후보지 가운데 흑석2구역은 가장 많은 주택 공급수와 훌륭한 입지를 바탕으로 '공공재개발 최대어'로 꼽힌다. 한강 조망권과 더불어 업무지구인 여의도나 강남과의 우수한 접근성을 자랑하며, 중앙대·중앙대학병원과 인접하는 등 우수한 조건들을 갖췄기 때문이다. 

물론 흑석2구역은 후보지 선정 이후 예상보다 낮은 용적률과 층수로 좌초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 및 SH와의 꾸준한 협의 끝에 후보지 최초로 구체적 사업추진 방안이 담긴 주민설명회를 개최한 것이다. 

SH는 이번 설명회를 통해 △용적률 600% 상향 △지하 5층~지상 최고 49층 △4개동 총 1324가구 규모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을 제시했다. 나아가 이전과는 다른 파격적 보상 제도를 도입, 오는 5월 주민총회 설립 후 사업 추진 동의율 50%를 받아 조속히 사업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본지가 직접 흑석2구역을 방문해 만난 결과, 결코 의외로 적지 않은 주민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였다. 물론 발목을 잡던 재개발 사업 시행으로 낙후 이미지를 탈피해 지역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순 있지만, 생활 패턴에 있어 적지 않은 변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 숙원 해결 여부 "세부 계획 없이 동의 쉽지 않아"

흑석역 3번 출구를 나와 중앙대학병원을 바라보면 흑석2구역을 접할 수 있다. 안으로 걷다 보면 곳곳에 낙후된 건물들과 신호가 없는 신호등 등 한눈에 봐도 개발이 필요한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런 지역 분위기 탓인지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주민들은 이번 공공재개발 사업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다. 특히 2008년 이전부터 거주했던 세입자들의 경우 임대주택 입주권 제공 대상이라는 이유로 개발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공공재개발 후보지인 '흑석2구역' 지도. ⓒ 네이버 지도


"재정비촉진지구 지정(2008년) 이후 주민들 찬반이 크게 엇갈려 14여년간 재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했는데, 이번에는 토지등소유자들이 시공사 선정에 참여할 수 있어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많다."

이처럼 대다수 주민은 공공개발을 찬성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반대 입장도 적지 않았다. 

실제 필자가 접한 주변 상가 및 흑석시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임대료로 생활하고 있는 토지등소유자는 물론, 장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상인들 입장에서는 '터전을 잃는다'는 우려 때문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곳(흑석시장) 상인들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은 서민들이 대부분이다. 만약 공공재개발 사업 진행시 이주가 불가피해 다른 곳에 새로운 터전을 꾸려야 하는데, 나아지기는커녕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2008년 이후 입주한 세입자들 역시 현행법상 임대주택 입주권이 보장되지 않는 만큼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같은 세입자임에도 불구,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적절한 보상은 둘째 치더라도 입주권도 없이 길바닥에 쫓겨날 순 없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대다수 주민들이 재개발 취지에 찬성하곤 있지만, 세부 계획 및 보상제도 제시 없인 동의를 얻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최근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제안된 보상이나 인센티브가 구체적이지 않아 다수 주민들 이해를 돕기 힘들다"라며 "조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선 확실한 계획 정립을 통한 주민들의 이해 확보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SH는 오는 5월부터 동의서를 징구한다는 입장인데, 구체적 계획도 없이 무작정 서명하는 주민이 어디 있겠냐"라며 "동의를 구하기 전에 주민들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게 적법한 절차"라고 첨언했다. 

◆민간보다 비싼 공공재개발 "평당 4200만…중도금 대출도 불가"

이번 흑석2구역 재개발에 따른 후폭풍은 단순 주민 반대에 그치지 않을 모양새다. 공공재개발임에도 불구, 전용면적 59㎡ 기준 추정 분양가가 무려 10억원 이상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SH가 주민설명회에서 제시한 분양가는 인근 시세 75% 수준인 4224만원(3.3㎡당)이다. 이에 따라 사업이 시행될 경우 전용면적별 분양가는 △39㎡ 7억551만원 △59㎡ 10억6189만원 △84㎡ 13억823만원 △115㎡ 15억6946만원이다. 

흑석2구역 인근 현장 사진. = 선우영 기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인근 '아크로리버하임(전용 84㎡ 기준)'이 21억2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세대비 결코 비싼 건 아니다. 오히려 6억원 이상에 달하는 시세차익도 예상되고 있어 '로또분양'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공공이 아닌 민간재개발로 추진될 경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현재 추정가보다 약 600만원 저렴한 3615만원에 그쳤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대다수 분양 물량이 중도금 대출 한도(9억원)를 초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계약금 20%와 중도금 60%를 합친 분양가 80%에 달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보유해야 청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공재개발이 민간보다 비싸다는 게 말이 되느냐. 더군다나 중도금 대출도 받을 수 없는 분양가라는 점에서 '부자'만을 위한 공공재개발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흑석2구역은 현재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공공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분위기다. 과연 정부 및 서울시가 여러 난관을 합리적으로 극복하고, 공공재개발 '모범 선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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