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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위안화 절상 견딘 중국, 반도체 전쟁 대응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4.21 08:47:51

[프라임경제] 10년 전 이맘때에도 중국과 미국은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이 2011년 4월21일(이하 모두 현지시각) 위안화 절상과 인플레이션 관리 문제를 이야기한 것이 눈길을 끕니다.

그해 4월 동향을 살펴 보면, 대단히 흥미로운 구석과 함께 근래 미국의 중국 압박과 조금 다른 모습도 볼 수 있으므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우선 2011년 4월 18일부터 1주일 일정으로 해리 리드 당시 미국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끄는 10명의 상원 대표단이 방중했지요. 

20일 왕치산 당시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예방하는 등 협안 논의를 다양하게 진했는데요. 다만 베이징 외교가는 물론 워싱턴 쪽에서도 대표단의 활동에 의문을 표하는 기류가 강했습니다. 미 여당인 민주당의 실질적 지도자가 후진타오 당시 중국 주석은 몰라도 총리급은 만났어야 한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우선 일었죠.

회담 후 나온 성명도 중국의 기세등등함을 반영했는데요. 왕 당시 부총리는 "경제 문제의 정치화를 막아야 한다"며 미국의 중국 위안화 환율 문제 공세를 우회적으로 비판했지만, 미국 측에서는 신중한 태도로 대처했습니다. 리드 당시 원내대표가 낸 성명은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에만 매달렸죠. 평소 미 상원이 칼날을 세우던 환율 전쟁, 그리고 전가의 보도인 중국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으니 답답하다 소리가 사방에서 나왔죠

시카고 지역방송 WLS이 "국가부채 문제와 S&P의 등급전망 하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에 정치인들은 중국으로 호화 유람을 떠났을 뿐"이라고 맹비난한 게 대표적인 비판 기록입니다. 

미국이 압박을 가하는 양상인 것은 맞지만, 그에 이리저리 대처하면서 중국이 적잖이 실속을 챙기는 정중동 행보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대두될 수밖에 없었죠. 물론 중국 국내 경제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우려되지만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 등 준비한 대책들을 꾸준히 펼치면서 큰 어려움은 겪지 않고 있기에 가능하다는 추가 해석론도 뒤따랐음을 같이 보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당시 중국은 국제 사회가 요구하는 위안화 절상을 수용하는 듯 제스처를 취하면서, 대신 절상 속도를 점진적으로 유지해 충격을 줄이는 퍽 실질적인 이익을 얻었죠. 

이런 터에 위안화 절상을 통한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까지 노리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였겠지요?

아무튼, 미국 주요 경제 매체인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그해 4월21일, 중국의 위안화 절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는 기사를 싣기에 이르렀는데요. 미국 등 국제 사회가 중국에 당당히 압박하기 보다는 중국의 원만한 절상 속도에 변화가 생기기를 기원하던 상황이 잘 반영됐죠. 

이때 WSJ는 당시 중국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을 분석, 중국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위안화 절상을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함께 담았습니다. WSJ는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가 국무원 회의에서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잘 활용해야 하는 몇 가지 정책 수단 중 하나로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점 등을 주시했는데요.

WSJ는 중국 최고위급 관료가 인플레이션과 환율의 절묘한 관계를 활용하자는 견해를 드러낸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더 유심히 볼 부분은 이때 WSJ 기사가 오바마 당시 미국 행정부의 침묵 문제를 거론한 점입니다. 이 매체는 미국 당국 역시 중국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위안화를 절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면서도, 최근에는 미국 당국이 위안화 문제에 다소 침묵하는 분위기라고 짚었습니다. 

위안화(중국 경제권)와 달러화(미국 중심의 패권) 사이에서 우리 원화(한국 수출 경제 시스템)가 갈 길은 어디일까? 근래 논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 프라임경제

중국이 외부 압력이 아니라 내부 사정을 더욱 고려하고 있으며 이를 감안할 때 결국엔 알아서 위안화 절상을 용인할 것이란 판단이 깔렸기 때문인데요. 다만 앞서 언급했듯 당시 미국의 사정으로는 중국을 마냥 두들기는 게 쉽지 않다는 체력적 문제 때문에라도 숨고르기를 하며 어부지리를 바란 점도 복합됐다고 하겠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중국이 덩샤오핑의 개방 전략 이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장세를 보인 점, 특히 지난 10년새 '도광양회'를 거쳐 '대국굴기'하면서 미국과 충돌을 마다치 않게 된 점이 보이는데요. 양국 관계와 충돌 이슈가 무겁게 다가옵니다. 그저 단편적 사건사고가 많다는 점이 아니라, 이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결국 중국이 자존심을 세우려고 부단히 움직이던 세월 이래 하나의 거대한 흐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요.

지난 번엔 '무역 전쟁'이 한창 회자된 바 있습니다만 근래에는 '반도체 전쟁'으로 다시 중국 견제의 불길이 거세게 타오를 모양입니다. 우리나라도 그 와중에서 고래 틈에 낀 새우 상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데요.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봉쇄 추진에 걱정을 하면서 반도체 사재기를 하는 상황으로 각국 경제 주체들까지 함께 몸살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미국의 저력인데요. 

미국은 지난 번 위기 즉 2008년 터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경제 침체가 뉴노멀이 된 상황에서도 세계적으로 보면 가장 잘 버틴 나라로 꼽힙니다. 코로나 19 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대대적 양적 완화를 통해 버티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기약없이 팬데믹과 그 결과인 침체에 휘둘리는 상황인 것보다는 덜 고생 중이죠.

미국은 양적 완화 기조를 어느 정도 계속하겠다는 태도인데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기조를 어느 정도 유지하지만, '환율조작국 때리기' 같은 과격한 정책 기조까지 수용해야 할 정도라는 점이 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읍니다. 즉, 위기 의식이 높지는 않고 관리 능력에 대한 자신감도 높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아울러, 테이퍼링 등에 대해 내부 논의는 충분히 존재하고 지난 번 출구전략 때를 참조해 일을 진행하겠다는 뜻이 연방준비제도 내부에서 나오는 등 질서있고 튼튼하게 경제를 운영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미국이 전력을 다해 경쟁자 중국을 꺾고자 노력 중입니다. 중국의 완전한 멸망을 바라는 것은 아니라고들 하지만, 미국의 공세와 압박은 어느 갈등 국면보다도 크고 진지합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애써 쌓아온 공든 탑이 이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큰 구도입니다. 적당한 타협을 바라겠지만, 항우와 유방의 '홍문연' 대결처럼 결국 끝간 데 없는 지략 싸움이 펼쳐질 전망인데요. 당연히 유능한 참모들의 활약으로 유방이 살아서 자리를 뜰 수 있었던 것처럼, 지금 반도체 전쟁을 대하는 중국도 우군을 끌어들이고 싶겠죠.

삼성전자를 위시한 우리 경제 참여자들이 이 와중에 미국과 중국 양자가 서로 같은 길을 가자고 윽박지르는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죠. 한국 외교 당국자들이 줄타기를 최대한 잘 해서 경제인들을 구출해야 할 필요가 그래서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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