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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이모티콘, 혐오 표현 기준 '불명확'

잇따른 혐오 표현 논란에 우왕좌왕…카카오 "증오 표현 관련 내부 정책 점검 중"

박지혜 기자 | pjh@newsprime.co.kr | 2021.04.21 18:15:30
[프라임경제] 남성·여성 혐오 표현이 들어간 이모티콘이 지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035720)의 혐오 표현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버허버'라는 표현을 써 판매 중지된 카카오 이모티콘. ⓒ 카카오 이모티콘 캡처


지난달 카카오는 '허버허버'라는 단어가 남성혐오 표현이라는 지적을 받자 해당 단어가 들어간 이모티콘을 바로 판매 중지했지만, 여성혐오 표현이 있다고 지적받는 이모티콘은 계속 판매 중이기 때문.

'허버허버'는 무언가를 급하게 먹는 소리를 표현한 인터넷 신조어다. 여초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이 남자친구 뒷담화를 하던 중 '메기마냥 급하게 허버허버 먹는다'고 표현하면서 여초 커뮤니티에서 유행어로 퍼졌다.

이에 남성 이용자들이 허버허버를 남자 비하 발언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단어를 쓴 이모티콘들을 신고해 △망충하지만 적극적인 치즈덕 △민초가 세상을 지배한다! 민초토끼! △과몰입 망붕왕! 망상토끼 이모티콘이 판매 중지됐다. 

'허버허버' 표현을 쓴 이모티콘 판매 중지 요청 문의에 대한 답변. ⓒ 온라인 커뮤니티


당시 카카오 고객센터는 해당 이모티콘 판매 중지 문의에 대해 "해당 작품의 작가로부터 말씀 주신 의도가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면서도 "언어의 시대상을 반영해 작가 혹은 제작사와의 협의를 통해 해당 상품의 판매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여성혐오 표현들을 사용하는 이모티콘인 '보겸티콘'은 여성 이용자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판매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앙 개꿀띠', '이꾸요잇' 등 성희롱적 표현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보겸티콘. ⓒ 카카오 이모티콘 캡처


보겸티콘은 'BJ보겸' 유행어를 담고 있는데, 성희롱적 표현이 논란이 되고 있다. 보겸티콘에 있는 '이꾸요잇', '앙 개꿀띠' 등의 표현이 여성혐오적 용어로 지적을 받고 있다. 

BJ보겸의 유행어인 '이꾸요잇'은 '가다(行く)'라는 뜻의 발음이 '이쿠'인 일본어를 원피스의 흰 수염 해적단인 마르코의 말투를 이용해 만든 용어다. '이꾸요'가 성적 흥분을 뜻하는 의미로 포르노물에서 종종 나와 여성 혐오 표현으로 논란이 됐다.

또한, '앙 개꿀띠'는 '앙 기모띠'라는 유행어에서 만들어졌는데 '앙 기모띠'는 '기모치 이이'(기분이 좋다)라는 일본 성인 동영상에서 많이 나오는 일본말에 의성어 '앙'을 붙인 표현이다. 

이에 보겸티콘이 여성 혐오적인 표현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초등학생들에게 유해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이용자는 "아이들에게 유해한 콘텐츠를 차단해 달라"면서 보겸티콘 판매 중지를 요청했지만, 카카오 측으로부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답변만을 받았다. 

카카오 측은 "증오, 차별, 혐오 표현에 대한 정확한 기준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눈높이를 맞춰가는 과정이므로 이용자들의 생각과 일부 다른 점이 있을 수 있다"면서 "앞서 안내해드린 내용 외에 추가적인 도움을 드리기 어려우며 지속적으로 동일한 문의를 하시는 경우 더 이상 도움을 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현재 카카오는 올해 1월 개정된 카카오 서비스 운영 정책에 의거해 △출신 △인종 △외양 △장애 및 질병 유무 △사회 경제적 상황 및 지위 △종교 △연령 △성별 △성정체성 △성적 지향 또는 기타 정체성 요인 등의 이유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거나, 폭력을 선동하거나 차별·편견을 조장하는 행위에 대해 금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혐오 표현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여론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인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디지털 공간을 보다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증오 표현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증오 표현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높아지면서, 이에 발맞춰 갈 수 있도록 현재 관련 내부 정책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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