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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소법 시행 한 달…보험업계, 업무 부하 급증 "부글부글"

 

김기영 기자 | kky@newsprime.co.kr | 2021.04.22 13:58:14
[프라임경제] 금소법(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한 달. 보험업계 일선은 혼란의 연속이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완전판매에 대한 규정이 까다로워지면서 책임이 현업에 지나치게 전가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는 오롯이 설계사의 업무 하중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25일 시행된 금소법은 사모펀드 환매 중단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면서 이를 해결하고자 제정된 법률이다. 금융기관이 사모펀드 운용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의무 이행 없이 상품을 판매해 금융소비자가 피해 받는 구조적 문제 해결이 금소법의 취지다. 은행·증권에서 촉발된 문제가 보험업계에 영향을 미친 데 억울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보험업계는 금융상품이 점점 더 복잡‧다양해지는 상황에서 판매처가 소비자에 정보를 전달하고 설명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업무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게 보험업계 지적이다.

금융상품의 성격이 강한 연금보험 등이 금소법 적용 대상이라는 데는 공감하지만, 자동차보험 등 소멸성 상품도 이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보험대리점에서 자동차 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자동차 보험은 손익이 정해지지 않은 금융상품과 달리 정액의 소멸성 상품"이라며 "그럼에도 금소법 적용으로 고객안내와 서류 처리 등 불필요한 절차가 늘어났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설계사 B씨는 "자동차보험은 1년 단위로 갱신하는데, 금소법 시행으로 늘어난 업무가 매년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관계자뿐만 아니라 고객 불편도 커질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손해보험협회도 모든 보험 상품이 금소법 대상에 포함돼 발생하는 업계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분주히 노력 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등 △단기성 △소멸성 △반복성 상품의 예외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금융위원회에 이 같은 상품에 대해 예외로 규정할 것을 건의한 상황이다.

이 같은 혼란의 원인은 금융당국·협회·업계의 소통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금융기관이라는 이유로 판매하는 모든 상품에 동일 잣대를 들이댄다는 건 상품 성격에 대해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다. 특성이 서로 상이한 상품은 특성을 고려한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 

자칫 설계사가 보험 판매직에서 보험약관 설명직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보험이 예측할 수 없는 미래 혹은 사고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태생했다는 본질을 되새겨 볼 시점이다.

보험업계에 금소법이 적용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포괄적이고 일괄적인 시행보다, 현실적인 상황에 기반해 적절한 대안들이 빠르게 제시되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자금 운용 현황 △수익·손실 발생 등 정보를 알아야 하는 금융상품이라면 당연히 소비자 설명의무가 강화돼야 하며, 판매자는 이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금소법 시행 이전부터 보험업계는 이미 소비자 보호를 위해 자구책을 마련해왔다. 그 결과 4~5년 전과 비교하면 청약서는 3배 이상 늘었고, 가입 절차 또한 까다로워졌다. 이 같은 노력은 간과된 채 금소법 일괄 시행으로 불필요한 업무가 가중된 상황이 못마땅할 뿐이다. 

금소법 졸속 적용이 금융당국의 '민심달래기'용 전시행정이란 느낌만 가득하다. 자칫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취지가 무색해질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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