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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미·일 정상회담 '굴욕' 올림픽 개최도 안갯속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1.04.23 15:00:44
[프라임경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난 15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정상 간 첫 대면 회담임을 강조하며, 의기양양하게 미국으로 떠났다. 방문의 목적은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대한 바이든의 지지를 확보하는 일. 

겐다이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출발 전 수상관저는 '대통령의 참석을 확약받아 개최의 기운을 높이겠다'라며 자신에 찬 분위기였다. 그러나 스가의 기대와 달리 바이든은 상상 이상으로 냉정했다. 

우선, 스가가 백악관에 도착할 때 바이든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현관 앞에서 일본 총리를 맞아준 건 의장대 뿐이었으며, 해리스 미국 부통령마저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부통령이 스가를 만나 처음 건넨 얘기도 외교 관례와는 거리가 있었다. 

해리스는 의례적 인사 대신, 전날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을 꺼내 들었다. 호스트인 대통령이 우방의 원수를 영접하지 않은 데다 엉뚱한 자국 내 문제를 들고 나온 부통령의 태도에 스가의 표정이 어땠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 정도는 시작에 불과했다. 일본 측이 끈질기게 요청한 만찬회가 배석자 없는 점심으로 대체됐다. 메뉴는 햄버거 한 개씩이었고, 식사 시간 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했다. 고령의 두 정상이 숨쉬기조차 불편한 마스크를 쓰고 멀찍이 떨어진 상태에서 친밀한 대화를 나누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스가는 일본 출국 전과 미국 도착 후 PCR 검사에서 문제가 없음이 확인됐고, 두 정상 모두 화이자 백신을 2회씩 접종한 상태였다. 

바이든이 먼저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화이자 백신의 유효성을 어필하면 스가는 이를 양국을 결속을 표현한 것이라며 치켜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바이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심지어 바이든 정부는 화이자 CEO와의 면담 자리조차 주선하지 않아 스가는 전화 면담으로만 만족했어야 했다.

중국 견제와 관련된 여러 현안에 대해서도 일본은 미국의 의도대로 중국과 적대적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그 결과 중국을 포위하는 PDI(태평양억제구상) 전략에 따라 본토를 타격하는 탄도미사일 배치 후보지로 일본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새롭게 부상한 홍콩과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문제에도 미국과 공조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중국과 더 이상 불편해지기를 원하지 않는 일본으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다. 

뿐만 아니라 스가는 미일 공동성명에 한국이 제외되길 간절히 바랬겠지만 '미일 양국은 한국과의 3개국 협력이 우리의 공통안전 및 번영에 있어 불가결하다는 점에 대해 의견이 일치했다'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마지막까지 기대를 걸었던 올림픽 개최에 대한 미국의 자세는 스가를 녹다운 시켰다. 공동선언 끝 첨가 형태로 붙은 올림픽 관련 조항에는 "이번 여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위한 스가 총리의 노력에 지지를 표한다"며 "양 정상은 도쿄대회를 목표로 연습에 매진하고, 올림픽 정신을 가장 잘 이어받는 형태로 참가하는 미일 양국의 선수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적혀있었다.  

즉, 일본이 궁극적으로 바랬던 바이든의 '올림픽 참가 의사 확정'이 아닌 '스가 총리 노력에 대한 박수' 뿐이었던 것이다. 

이번 스가 수상이 방미를 통해 확실히 깨달은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나 미국 여론이 도쿄올림픽 개최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은 올림픽 대표 선발을 위한 전미 육상선수권이나 수영선수권 대회를 아직까지 개최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오는 26일부터 오사카·고베·교토에 이어 수도권에도 3번째 긴급사태를 발령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감염자 수가 연일 5000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5월17일 방일하는 IOC 바흐 회장을 위한 '쇼'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늘어나는 감염자 수와 믿었던 미국의 배신(?)으로 올림픽 개최 가능성은 더욱 안갯속을 걷고 있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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