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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비정상의 정상화' 김윤일 vs '럭키가이' 박성훈

가덕신공항 착수 상황에서 지역경제 부흥 100년 대계 같이 맡은 '계선 대 참모'

서경수·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4.24 13:53:39

[프라임경제] 동남권 주민들의 숙원이던 가덕신공항 추진안이 급물살을 타면서, 경제에도 본격적으로 활력이 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근래 단행된 부산광역시 고위직 인사가 눈길을 끈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박형준 호'의 첫 뱃고동인 셈이기 때문이다.

김윤일 신임 경제부시장 발탁에 2030엑스포 유치 추진과 기업 체질 개선 등 산적한 현안 처리에 박차를 가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관가 안팎에서는 공직 사회에 흥분을 주는 요소로 '김윤일 경제팀' 선언을 받아들이는 기류가 감지된다.

국회와 靑 등 사정도 두루 밝은 천재 관료 박성훈

이는 단순 하마평이 아니라 부산의 경제 야전사량관 자리를 둘러싸고 색깔 분석을 통해 미래 발전 궤도를 그려보는 설왕설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 상황 전후의 부산시 경제 비전은 바로 전임자인 박성훈 전 경제부시장과 김윤일 경제부시장의 면모 비교대조를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풀이다.

재미있는 것은 박 전 경제부시장이 관료 생활을 접고 일종의 외도(그는 이번 재보선에서 부산시장 출마를 시도했으나 당내 경선에서 패했다)를 한 뒤 이번에 시청으로 돌아온 때와 김 경제부시장 임명이 같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박 전 경제부시장을 경제특별보좌관으로 발탁했다. 이미 경제부시장을 지낸 인물이 특보로 가는 걸 놓고 말이 없지 않다. 이번에 임명된 경제특보 자리는 1급 상당이라 경제부시장과 견줘 봐도 밀리는 자리는 아니기는 하다.

다만 실제 계선조직을 지휘하는 직이 아니라 참모나 싱크탱크 격이라는 점에서 밀린 게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김종인의 입방정' 덕에 미운 털이 박힌 게 아니냐는 소리를 하는 호사가들도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재보선 당시 박 시장(당시 후보)에게 당내 경선에서 밀린 뒤 백의종군하며 선거체제를 돕던 박 전 경제부시장을 당선 후 경제부시장으로 재기용하면 어떠냐는 발언을 내놔 잠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일종의 인사권 침해 우려를 낳는 발언이었다.  

어쨌든 박 전 경제부시장이 '박형준 당선'을 목표로 열심히 선거운동을 해 준 건 주지의 사실이다. 경제부시장으로 다시 뽑는 것까지는 어려워도, 하버드 출신 두뇌를 가까이 두고 싶은 일종의 절충안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박 시장으로서는 1년여 후 다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데, 박 전 경제부시장 같은 호랑이를 너무 키워주면, 스스로 발등 찍는 상황 정도로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어쨌든 이 제안을 박 전 경제부시장 측에서도 받아들인 것은 단순히 대의명분과 선당후사 판단만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이야기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야전사령관 자리는 아니더라도, 시와 몸담은 당을 위해 박형준 호가 순항하도록 도울 게 요청되는 데 이에 부합하는 자리라는 것. 즉 어쨌든 정계에 일단 발을 담근 이상 국민의힘 출신 시장을 돕는 자리로 나쁘지 않고, 경제 측면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이를 계속 갈고 닦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점에서는 자리 급수나 관계 미묘성 등은 작은 일이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이번에 같은 때 정무특별보좌관에 임명된 이성권 전 한나라당(오늘날의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를 보더라도 괜찮은 인선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 전 의원은 박 시장과 같이 17대 국회에서 부산권 의원으로서 일한 인연도 있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통칭 코트라) 상임감사를 지낸 적도 있다. 장관급 인사도 특보로 가는 상황이니, 이번 자리가 나쁘지 않은 발탁임은 분명하다는 것.

다만, 다른 이야기도 나온다. 박 전 경제부시장이 가진 의외의 구석이 이번에도 발휘됐다는 얘기다. 경제부시장직을 거쳐 뜬금없이 열리게 된 재보선에 급작스럽게 출마 의사를 밝히자, 성격적으로 까칠하고 자기만 아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단 불거졌다. 

아울러, 그를 불러들여 키워준 건 오거돈 전 시장이고 진취적이고 다소 진보적인 시각으로 열심히 창조적 공무원 생활을 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어려움에 빠진 더불어민주당 출마를 선택했어야 하는데 이후 정치적 행보(특히 다음 총선 출마 때의 당선 가능성)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관가 주변에서 나돌았었다. 

더불어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발탁됐던 점도 그가 빠르게 주요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경제부시장으로 영전한 바탕이라고 짚는 시각도 존재한다. 오 전 시장과의 발탁 의리에 궤를 같이 하는 일명 민주당 은혜론인 셈.

다만, MB 시절 청와대에서 행정관 경험을 쌓고 다시 박근혜 정부 선임행정관으로 청와대 경력을 재차 얻게 된 것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오거돈 신세론'을 펴는 걸 지양해야 한다는 반론도 존재하기는 한다.

어쨌든 지나치게 스마트한 얌체 쯤으로 보는 기류가 있었는데, 막상 당내 경선 실패 후 백의종군하면서 열심히 현장을 누비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의힘 부산시당이) 걸물을 하나 건졌다"고 호평하는 이들이 늘었던 것.    

그는 소년등과의 전형. 1971년생으로 서울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행정고시 37회로 공직에 투신했다.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 과장과 기재부 본부 국장 등을 지냈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6개 해외 금융기관을 유치하는 때 경제부시장을 지내서 일명 '럭키가이'로 꼽힌다. 듣기에 따라서는 기존에 남들이 일군 사업에 막 꽃을 피울 때 자리에 있었다는 점을 겨냥한 표현이기도 하나, 촉매 역할을 분명히 했고 시에 행운을 가져다 줬다고 보는 이들도 이 표현을 주저하지 않는다. 

친정인 기재부의 반대를 극복하고 처음으로 노후 전동차 교체 예산을 따내는 등 부산시가 국비를 확보하는 데에도 역할을 했던 강단, 남의 선거를 자기 선거처럼 뛴 담백함을 볼 때, 앞으로 소년등과 출신 특유의 한계를 극복하고 막 알을 깨고 나오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박형준 신임 시장의 부름으로 경제특보로 돌아온다. 사진은 재보선 도전 당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 프라임경제

'비정상의 정상화' 이룬 '정통 부산 공직자' 김윤일

그런데 김윤일 신임 경제부시장의 면모를 보면 상황이 상당히 재미있어진다. 바로 앞에 근무한 대단한 전임자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일을 잘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구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박 전 경제부시장이 이제 커나가는 상황에 두 사람 간에 미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경제특보로서 일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김윤일이 될 수 있다"는 일종의 기우인데, 그 이유는 이렇다. 1965년생인 김 경제부시장은 서울대 법학과 출신, 1992년에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부산시 통상협력과장과 경제정책과장 등을 거쳐 신성장산업국장으로 영전했다. 잠시 일선 자치구 부구청장(북구)으로 일한 외엔 '부산시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이자 '지역경제통'이라고 할 수 있는 코스를 밟은 것이다. 

이번에 오 전 시장의 성추행 관련 불명예 사퇴와 이를 메워줘야 할 부시장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사표를 던지는(변성완·박성훈 정치 투신) '웃픈 상황'에서도 묵묵히 고참 관료로서 공백을 자기 색채로 메웠다. 즉, 그 동안 시장 및 부시장 공석 사태에도 시 경제 관련 업무를 잘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김 경제부시장과 박 전 경제부시장은 모두 부산 출생. 거기에 둘이 대학 동문(정치와 법으로 세부 전공은 다르지만)인 상황에 나이도 과히 큰 차이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관계가 좀 미묘했고 앞으로도 전임 대 후임으로서 공적의 크기 비교라는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는 구도가 형성된다는 것.

1965년생과 1971년생인 두 사람은 시험 기수도 35회와 37회로 대부분의 행시생 대비 늦지 않게 괜찮은 성과를 얻은 사람 대 소년등과라는 다소 불편한 집단의 대변자 역할로 대조된다. 

거기에 김 경제부시장이 부산에서 일을 시작해 과장 및 국장직을 정통 경제전문가로 쌓아온 지방고위공무원의 자존심 상징이라면, 학교 후배인 박 전 경제부시장은 기재부 과장 및 국장 등 중앙코스 중심으로 밟아올라온 이라는 의미도 부여된다. 

김윤일 신임 부산시 경제부시장. ⓒ 부산시

시험 기수로 보나 경제통 그것도 '지역경제'를 잘 아는 이와 그를 롤모델로 숭상하는 후배들 입장에서는 '박성훈 경제부시장 발탁'과 그 아래서 일하는 구도가 형성된 점이 달가울 리 없었던 점은 부인키 어렵다. 

따라서 이번에 '김윤일 경제부시장 임명'이라는 뉴스를 '영전'으로 보기보다는 '비정상의 정상화'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존재하는 것이다. 

오히려 신임 경제부시장이 일을 너무 잘 할수록 전임자의 화려한 명성이 상대적으로 빨리 빛바랠 수 있다는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더욱이 실무를 장악하는 야전사령관의 호락호락하지 않음이 오히려 경제특보라는 시장의 참모 라인으로 일하게 된 박 전 경제부시장에 매번 일종의 태클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측은 의미심장하다.

김 신임 경제부시장은 정치적으로 성향이 뚜렷하거나 정치 동향에 민감한 인물은 아닌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그 정도 자리에 올라간 성공한 공직자들 대개가 갖춘 정도의 정무적 감각 내지 시장의 의중을 파악하고 업무 추진에 반영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데 탁월하다는 면에서의 정치성은 있다는 소리도 없지 않다.

일머리 있는 정통 지방 출신 선배가 굳이 연소한 전임자의 공로 흔적 지우기나 계선 대 참모 간의 구도에서 불필요하거나 불공정 내지 지나친 태클로 일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거는 시각은 위의 상황에 기반을 둔다.

두 사람의 선의의 경쟁이 주목되는 이유다. 이 두 사람이 애면글면 콤비로 일하는 앞으로의 몇 해간 성과가 부산의 제2도약 성공을 좌우할 것이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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