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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정의용, 외교판 이성윤? 친미파 '비우호적' 처리 논란

캐리어 외교관들에게 '공공의 적' 될 우려...자주와 동맹 넘은 '국익파 장관' 되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4.25 19:38:51
[프라임경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입니다. 서울대ㆍ외무고시 출신인 그는 상대적으로 외교ㆍ안보 인물 역량이 약한 노무현ㆍ문재인 정부로선 탐나는 인물이었죠.

그가 백신 스왑 구설수를 자초한 점은 그런 기대 측면에서는 의외의 악몽이었겠죠. 하지만 이번 참에 현 정권에서의 그의 길을 한 번 차분히 짚어볼 기회로 삼아보고 싶습니다.

빨간 불이 들어온 상황?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백신 스왑 실패와 이도훈씨 정리 논란에 관심이 쏠린다. ⓒ 연합뉴스

17대 국회에서 의정 활동을 하며 스펙트럼을 넓힌 그는 이번 정부 청와대 안보실장을 거쳐 외교부 장관이 됩니다. 

'강경화 피로 현상'을 누그러뜨리고 현 정부의 외교ㆍ안보 기조에 잘 발맞춰 줄 최상의 대체재로 풀이됐죠.

그런 그에게도 아픈 구석이 있으니 대체 동맹파와 자주파 중 어디에 속하냐는 의문이 요새 들어 제기되는 점입니다. 그가 장관 후보자가 되고 청문회 준비 국면부터 이런 얘기는 더욱 극성을 부렸는데요.

간단히 말해 미국 의존도를 높여서라도 전통적 외교ㆍ안보상 이득을 고수하자는 것인지 혹은 자주적 행보라는 당위성을 위해 다소 반미적 견지에서 대북 유연성 등에 더 초점을 둘지의 차이입니다.

정 장관은 이런 논쟁이 달갑잖은 듯 "자주파와 동맹파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하고 "일부 언론이 동맹파로 분류했는데 이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는 뭔가"를 묻는 질문에도 "철저하게 국익 우선론자"라고 비껴 갔습니다. 

구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조정관 등을 지낸 그를 이번 정부 초창기엔 통상전문가로 보는 견해도 없지 않았던 걸 상기해 봅시다.

무슨 얘기냐면, 정 장관은 과거 청와대로 들어갈 때만 해도 상대적으로 동맹파나 그에 가까운 인사로 풀이됐었습니다. 누가 봐도 강경한 자주파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문정인 연세대 특임명예교수 등과 달리 외교 스탠스의 균형추를 잡아줄 동맹파로 기대됐던 거죠.

하지만 이런 기대는 그대로 작동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일단 강경화 전 장관이 비고시 출신이라는 요소가 너무 두드러지는 스탠스로 일관했고, 오랜 해외 경험 등으로 그는 자주나 동맹 중 어디 잡기 모호한 상태였다는 것이죠.

그런 장관에 캐리어 출신(일본에서는 부처를 떠받친다는 자부심에서 고시 출신들을 캐리어라고 구분합니다. 일부 한국 언론에선 영어 발음대로 커리어라고 적는데, 원래의 뜻과 뉘앙스상 굳어진 캐리어로 적겠습니다)은 안보실장으로 있는 살짝 모호한 구도였다는 시각이 있죠. 

즉 동맹파로서 확실히 역할을 해 주기보다는 자주파의 지나친 준동 이미지를 희석해 주는 역할에 방점이 찍힌다는 억울한 오해 소지도 없지 않았다는 것이죠.

동맹파나 캐리어 외교관들로서는 모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 청와대는 자주파와 동맹파간 균형에 대단히 신중하게 대응하진 않는다는 심증을 제공했죠.

실제로, 가장 중요한 외교 상대인 미국을 두고도 정식 프로토콜보다 청와대 참모라인의 힘과 의중이 중요하다는 식으로 신호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문 1항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의 핵심축임을 강조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그런데 이걸 김현철 당시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지적하고 브레이크를 거는 일이 생깁니다. 이른바 커리어 외교관들을 당혹시킨 것으로 알려진 이 상황은 결국 청와대에게 대미 동맹이란 청와대 비외교라인에서 제동걸 수 있는 정도라는 메시지로 수용 내지 오독될 수 있는 신호였죠.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캐리어 출신으로 정통 외교 주무라인에서 살짝 벗어난 위치에 정 장관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외교관 출신 안보실장의 대두는 결국 군이 잡고 있던 안보실 기능과 관행의 벽도 허물었지만, 캐리어 중심의 외교부가 청와대의 폭주에 대처하기 아리송한 혼동 요소도 된 셈이죠.

어쨌든 청와대의 이후 행보는 결국 자주파 대 동맹파의 균형 강조에서 결국 자주파식 언행의 강조로 이동하는 쪽으로 계속 흘러갔다는 평이 우세합니다.

뭐 보기에 따라선 일명 문정인파 즉 '연정 라인'측 인사를 정 장관, 충돌 당시엔 정 실장이 민정  등을 움직여 흔들었다는 얘기를 정의용=동맹파 징표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문 교수 측에선 정ㅡ문 갈등설을 전면 부인하면서 자기 측 인사의 감찰설 등도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급히 진화했었는데요.

일단 일이 존재하지 않든 했든, 이 정도 갈등과 충돌은 자주파 대 동맹파의 철학 대결에 기인한다기보다는 그냥 비슷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자들간의 힘겨루기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정작 정 장관의 입각 상황에 새삼 무슨 파냐 논쟁이 일어나고 보기에 따라선 동맹파 분류마저 일어난 것이죠.

이렇게 일 열심히 하고, 자기 나름대로, 이전에도 상당한 위상까지 올라왔었는데 특히 이번 정부 들어 더 강렬한 영전 바람을 탄 케이스가 또 있죠.

좀 미안한 얘기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 검사장과 정 장관의 교집합 문제인데요. 차기 총장감 평가와 검사도 아니라는 힐난, 피의자로 몰린 상황 등 극과 극 지경인 이 검사장 정도로 파란만장하지는 물론 않은 게 정 장관의 위치죠.

다만 정권에서 원하는 방향대로 그 위치나 보직이 어울리든 안 어울리든 뛰다 보니, 논란도 없지 않은 상처도 입은 처지가 됐다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자주인지 동맹인지, 뭐 파가 중요하겠습니까마는, 이번 백신 스왑을 꺼내 들었다 말아먹다시피 지경에 처한 건 분명, 정 장관 이력에 확실히 적신호가 켜진 것이라는 냉혹한 평마저 나옵니다.

하물며, 그 실책의 원인 중 하나가 사감이 일부 가미된 인사조치가 빚은 나비효과였다면 글쎄요, 그건 아마도 이제 지혜가 흐려져 은퇴할 징후 아닐지요.

미국 외교가 인물들과 교분이 두터웠던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해외 대사직을 얻지 못한 채 그대로 옷을 벗는 것은 이례적 소식으로 받아들여졌죠. 

개인의 역량이 아깝다는 미시적 측면은 물론, 동맹파 역량의 보존에도 그의 에너지 활용과 계승이 조금은 더 필요했다는 거시적 즉 국익면의 측면 모두에서 말이죠. 특히 정 장관이 청와대에서 외교 수장으로 이동하게 된 터에, 이 전 본부장을 그렇듯 밀어낸 것은 정, 장관이 이 전 본부장과 불편했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처럼  떠돌았었죠.

대체로 한반도 이슈를 책임진 이, 미국과 그 어려운 일을 잇는 다리역을 한 이 중에 이 전 본부장처럼 떠나게 됐던 이는 찾기 힘듭니다. 외교 용어에 비유하자면 마치 '비우호적 인물'처럼 다뤘다고 할까요?

사정이 이렇고 보면, 그저 이전처럼 열심히 했을 뿐인데 내부적 신망을 크게 잃었다는 점에서 이 검사장과 정 장관의 동병상련 구석은 분명 있어 보입니다.

캐리어들에게 공공의 적이 되든 말든, 자주든 동맹이든 후세 사람들에게 의도도 순수하고 결과도 좋은 외교 안팎의 인재로 평가된다면 얼마나 영광이겠습니까? 

지금 청와대에 이어 외교부로, 동분서주하고 있는 그의 행보엔 그러나 위에서 본 바처럼 곡해나 악용의 소지도 있고 때로 속좁음의 오해마저도 덧칠돼 보입니다. 이를 모두 다 잘 딛고, 정 장관이 최종적인 한반도 평화 추진사의 승자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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