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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결혼 강행하려는 마코 공주, 고민 깊어지는 황실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1.04.28 10:25:23
[프라임경제] 나루히토 천황의 조카 마코(眞子) 공주의 혼례 문제가 연일 매스컴을 달구고 있다. 1991년생 마코의 결혼은 지난 2017년 9월 아키히토 천황의 재가를 받아 정식으로 발표됐다. 

아카사카 저택에서 마코와 결혼 내정자의 기자회견도 있었다. 상대는 법률사무소에 근무하는 같은 나이의 대학 동창 고무로 게이(小室圭). 고무로는 미국 한 대학 로스쿨의 사법시험 준비생이기도 하다. 

곧 궁내청 주도로 이듬해 가을로 예정된 약혼식을 위해 납채 등 준비절차가 진행됐다. 그러나 이 계획은 뜻밖의 암초를 만나며 연기됐다. 

그 원인은 고무로의 모친이 약혼자로부터 받은 자금의 성격 때문이었다. 고무로는 10살 때 친부를 여의고 제과점 알바로 생활을 꾸린 엄마 손에서 자랐다. 고무로가 대학에 입학할 무렵 모친은 A라는 남자와 약혼을 한다. 그리고 2년 간의 약혼기간 중 A로부터 400만엔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약혼이 파기된 후 그 자금이 '빌려준 돈'이었다는 A와 '증여금'이였다는 고무로 측 주장이 대립하며, 언론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고무로 모친이 시댁의 유산을 받기 위해 재혼 사실을 숨겼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마침내 마코의 부친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는 "많은 사람이 축복하는 혼례 아니면 납채를 할 수 없다"라고 밝힌다. 헌법에서 인정하는 결혼을 막을 수 없지만, 궁중의 전통 혼례의식은 치르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이러한 혼란 속에 심적 부담을 느낀 A가 지난해 12월 한 주간지와 인터뷰를 통해 "400만엔에 대해 더 이상 변제 요구를 하지 않겠다"라는 의사를 밝힌다. 이로써 사태는 진정되는 것처럼 보였다. 

한동안 잠잠했던 분쟁에 불을 붙인 건 고무로였다. 고무로는 지난 4월 초 NHK 등 언론을 통해 A4용지 28매 분량에 이르는 장문의 입장문을 발표한다. 이 입장문을 통해 "A씨가 받지 않겠다고 한 자금은 증여금으로 처음부터 변제 의무가 없었다. 따라서 변제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A씨의 의사표명은 잘못됐다"라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었다. 법률 전공자답게 중요 항목에는 각주를 붙여 놓았고, 녹음테이프가 있다는 점도 밝혔다. 

고무로의 입장문이 발표되자 마코는 "이번에 발표된 내용을 읽고 여러 사연이 있었다는 것을 이해해 주는 분이 계시면 감사하겠다"라는 의견을 냈다. 사전에 고무로와 마코가 협의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많은 언론은 온실에서 자란 마코가 "법률가로서의 고무로, 혼자서 두 아들을 잘 키워낸 모친을 신뢰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입장문을 통해 거금을 지원한 은인에 대한 고무로 모자의 비정함이 드러나며, 그동안 우호적이던 일부 언론마저 등을 돌리게 했다. A도 작심한 듯 "고무로 모친이 요구한 생활비와 입학금, 유학비 등으로 400만엔을 입금했지만 계속되는 금전 요구에 부담이 커 파혼할 수밖에 없었다"며 고무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71세의 A는 현재 비정규직 수입으로 월세를 내며 어렵게 지낸다고 알려졌다. 그로부터 4일이 지난 12일 고무라 측이 A에게 합의금을 주겠다는 반전이 일어난다. 이번에도 언론은 마코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이렇듯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결혼에 집착하는 마코의 속내에 대해 일본 일간지 겐다이는 "어떻게든 황실을 떠나려는 마음인 것 같다"며 "그 배경에는 고리타분한 부모와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점, 자유의 맛을 알았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마코는 대학도 황실과 귀족의 자녀가 다니는 가쿠슈인(学習院)이 아닌, 자유로운 미국식 학풍으로 유명한 국제기독교대학(ICU)을 택했다. 고무로를 만난 것도 그곳이었다. 

나루히토 천황은 지난 2월 "마코가 부모님과 대화를 잘 나누고, 지난번 부친이 말한 대로 많은 사람에게 축복받는 결혼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자유를 갈망하는 마코의 의중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마코는 올해 10월을 결혼의 적기로 보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고무로의 미국 사법시험 결과가 10월에 나오고, 만 30살이 되는 것도 이때이기 때문이다. 마코가 비난을 감수하면서 고무로의 가정사에 개입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고무로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다. 왜 하필 고무로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전통혼례를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에 황실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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