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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욕 들은 '김명수 대법원'에 법조계 "중대사건?" 냉소

공정성 논란에 리더십에도 회의…'자업자득' 비판 쏟아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4.30 08:53:51
[프라임경제] '김명수 대법원'이 암초에 부딪혔다. 위신도 이미 여러 번 땅에 떨어진 바 있지만, 최종적인 상황까지 경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통합진보당 의원 5명이 제기한 '국회의원직 회복 청구'에 판결을 내놨다 욕을 먹는 지경에 처한 것.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9일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의 원심을 확정해, 이들이 의원직을 되찾을 수 없음을 선언했다. 통진당은 헌법재판소의 심사 끝에 반국가적 성향 등이 문제돼 해산됐고, 2014년 12월 당 해산과 소속 의원들은 직의 상실이 결정된 바 있다. 이에 당사자들이 헌재의 판단이 부당하다며 2015년 1월 소송을 냈다.

◆"의원직 상실 정당"에 욕설과 "국가배상" 맞불

대법원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돼 해산됐음에도 불구하고 소속 국회의원이 직을 유지한다면 그 정당이 계속 활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의원직 박탈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문제는 오병윤 전 통진당 의원이 재판부가 "상고를 기각한다"고 밝힌 직후 "개XX들아. 너희가 대법관이냐"라며 격렬하게 항의한 점이다. 

그 외에도 김재연 전 통진당 의원도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에게 "오늘 '김명수 대법원'은 법치를 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배상을 포함한 모든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법조계에서 '어대' 즉 어쩌다 대법원장이 됐다고 조롱받아온 김명수 대법원장이지만, 이제는 반국가성향단체 및 전직 구성원들로부터도 판결을 믿지 못 하겠다는 힐난을 듣는 처지가 된 셈이다.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김재연 독트린'이 '개**' 욕보다 더 문제라는 지적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김명수 대법원'이라고 지목한 것은 사실상 사법부나 재판 제도를 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김명수(대법원장)가 지휘하는 현재 대법원'을 구체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 편쯤으로 생각했다 그게 안 되니 저렇게 극언이 나오는 게 아니겠나?"라는 한 변호사의 추측은 연이은 공정성 시비와 낮아진 위상을 방증한다. 

특히 최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최근 임기 종료)가 "사자 뱃속의 기생충"으로 김 대법원장을 강력하게 비판할 정도로 정치권의 불신은 높다. 다만 정계의 불만이 아니라, 사법 시스템 운영에 대한 비판이라 법조 안팎의 문제의식이 비등하고, 이를 정치인들이 대리 표출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지난 2월에는 사직서를 낸 간부급 판사를 고생시키기 위해 수리를 거절하는 꼼수를 썼다는 의혹이 일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을 두고 "보도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3차례 반려했다"고 전제하고 "심지어 3차례 사표를 반려한 후 여당은 임 판사만을 탄핵하는 안을 꺼내들었다"고 짚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공정성 시비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구 통합진보당 구성원으로부터 판결 자체를 모욕당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사진 우측은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그는 "헌정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이 거대괴물 여당과 괴물 눈치만 살피는 '쫄보' 수장의 합작품이라는 국민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공격했다.

청와대가와 현 사법부는 그간 '양승태 대법원'을 '재판 거래'와 '사법 농단'이라는 프레임으로 공격했는데, 이것이 자승자박이 됐다고 이번 통진당 재판 잡음을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재판 거래' 부메랑 되나? 법정모욕죄 강수 두기도 곤란

한 법조인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으로 과거의 논쟁적 판결들이 모두 도마에 올랐다. 통진당이나 KTX, 전교조 등이다. 사안들 중에서 들여다 봐야 될 구석도 적지는 않다. 하지만 재판 간섭이라는 충격적 카드를 꺼내들어 활용하면서, 온갖 문제와 생떼까지도 과거사 검증이라는 도마에 같이 올려줘야 하는 부담을 스스로 지게 된 셈이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사법부 스스로 내부적 해결을 하지 못하고 검찰 수사와 구속 등으로 법관들을 넘겨 줬다는 점은 스스로 위상을 추락시킨 것이다. 결국은 위헌으로 해산된 정당 구성원들에게서 '국가배상 재판으로 다시 한 판 붙자'는 식으로 바로 위협을 당하지 않나?"라고 탄식했다.

특히 욕설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론과 회의적 시각, 안타까움이 혼합된 반응이 나온다. 차라리 무색무취한 가운데 소극적이기만 한 사법부였다면 위신을 회복하는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었을 텐데, 공정성 시비가 임기 내내 따라붙었던 '김명수호'가 항해 방향을 잡기엔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

법정모욕죄로 사법부에서 직접 처벌 추진(고발 등)이 이뤄지기에는 재판 거래와 사법 농단 상황으로 이미 만신창이가 된 터이고, 사법부에서 재판을 해야 하는 구조상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문제가 생긴다.

판결 직후에 강하게 항의하고 소란을 피운 자가 이미 법정모욕죄로 처벌받은 전례 등도 있어서, 법리상으로는 문제가 없다. 다만 사실적 곤란 우려가 있다.

즉, 법정모욕죄는 일반 모욕에 특별경합관계가 된다. 판사가 개인적으로 모욕감을 느낀 경우라도 당연히 이 죄목으로 처벌한다는 것이다. 강력한 보호수단이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나서서 인지 수사를 하기도 곤란하다. "대법원과 대법원장, 대법관 등을 '모두 졸'쯤으로 보는 상황에 어느 경찰관이 통진당 출신을 건드릴 수 있을까?"라는 의견(법조인)과 "'김명수 대법원'으로 투쟁 대상이 명확해진 셈인데, 굳이 경찰이 나서 주겠는가? 수사권 독립 등으로 이번 정부 들어 얻은 게 많은데 조직 기류가 여당은 물론 진보에 괜히 강하게 칼을 겨누는 걸 용납치도 않을 것(또다른 법조인)"의 우려 발언의 시사점이 크다.

검찰이 나서는 게 여러모로 사법부 보호 측면 등에서나 예우 상으로도 적당하겠지만 과거도 아니고 지금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풀이가 존재한다. "욕을 먹은 건 안 됐지만, 이게 중대범죄냐?"는 한 수사기관 출신 변호사의 냉소는 검찰의 처지는 물론 대법원이 처한 모호한 위상을 모두 반영한다. 

남은 날 어떻게 항해할 것인지 근원적 질문 던져진 셈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 시대에 경찰 수사를 늘상 지휘하는 위치를 잃었을 뿐더러, 직접수사권한마저도 대폭 축소됐다. "이른바 6대 중대범죄에 법정모욕죄가 해당이 되는지 의문이다. 선거 사안도 아니고, 공무원 범죄도 아니다(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나서지 않는 고위공무원 사건이 해당됨). 경제 사건도 당연히 아니고. 그렇다고 대형 참사겠는가?"는 그의 지적처럼, 권위를 세우고 이를 보호받아야 하는 문제에서 근래 대법원과 검찰이 겪어온 풍파로 너무 많은 것이 변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그런 폭풍 상황에 그저 에피소드이거나 이미 치명상을 입은 터에 당한 확인사살이지, 새삼 처음 당한 봉변이나 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스스로 공정성 시비를 빚어 온 현 대법원으로서는 이런저런 지적들이 더 뼈저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스스로 방향을 잡고 남은 김 대법원장 임기 동안이라고 수리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입법부(국회) 공무원은 "전적으로 사견을 전제로 말한다"면서도 의미있는 평가를 해 줬다. 그는 "어쨌든 한 기관이 권위를 인정받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것은 결국 그 구성원 전체의 노력이나 태도에 달려 있다. 다만 가장 높은 분이 어떻게 이끄느냐가 그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결국 이번 사건은 평가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스스로 풀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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