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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루의 언어 에세이] 새벽 맞이

 

이다루 작가 | bonicastle@naver.com | 2021.04.30 10:09:17
[프라임경제] 여기, 매일을 새롭게 사는 방식이 있다. 오늘의 해가 뜨면, 어제와는 다른 내가 되어보는 것이다. 하나의 몸으로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마음을 달리 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희망과 슬픔은 해와 함께 저물기 마련이고, 격동의 하루도 어둠의 적막감에 감응되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의 상쾌한 기분(平旦之氣)'이 하루의 아침을 새롭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러니 아침이 찾아오면 기지개를 켜고 격하게 맞이해야한다. 

오늘도 나의 아침은 그러했다. 서재에 앉아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고 있자니 어제와 다른 희망이 솟아났다. 어쩌지 못한 아쉬움일랑 머릿속 어느 곳에서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토록 잔인했던 감정도 아침이 되자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고 고립되고 말았다. 그건 마음이 움직인 탓이었다. 어둠을 뒤로 하고 밝음을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이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뀐다. 모든 것의 시작은 결국 나 자신의 마음에서부터다." - 조윤제의 『다산의 마지막 공부』 중에서 

아침마다 마음을 달리하는 것으로 하루가 변화되면, 머지않아 인생의 변화도 기대할 수 있겠다. 하루하루의 마음먹기가 길게 이어진다면 끝내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변화란 순식간에 찾아오지 않는다. 서서히 조금씩 시간만이 변화를 이끄는 법이다. 그러므로 아침에는 기지개를 켜자. 눈부시게 밝은 기운에 마음이 가닿도록.

기꺼이 아침의 광명을 맞이하면 설익은 온도에 살결은 쭈뼛해도 들숨은 가히 상쾌하다. 몸이 가볍고 에너지가 넘쳐서 하루가 덩달아 신이 난다. 그야말로 온 하루가 세상의 응원을 받는 격이다. 마땅히 온종일 좋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아침을 예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새벽기상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자주 들린다. 하지만 유행을 좇는다는 말로 새벽기상을 운운하는 건 어렵겠다. 유행은 아주 짧게 끝나고 사라지지만, 아침의 시간은 날마다 새롭게 반복되니 말이다. 

또 새벽기상을 예찬하는 이들은 아침에만 마시는 들숨의 맛을 진정 알고 있다. 그것은 제 삶을 변화시키겠다는 각오이자 다짐이다. 새로이 뜨는 양지 위로 제 몸을 돌려서 마음을 달리 해보겠다는 것이다. 나 또한 새벽의 청명한 기운을 벗 삼은 하루하루가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온전히 지지한다. 

새벽은 하루의 시간 중에서 가장 온전한 시간이다. 오롯한 나로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며 의무적이고 의도적인 일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신성한 시간이다. 그래서 새벽기상을 하는 사람들은 본연의 모습을 사느라 열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저마다 새벽을 지내는 방법도 다양하다. 글을 쓰거나, 조깅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또는 명상을 하기도 한다. 각자 마음이 끌리는 일을 함으로써 자신만의 시간을 개척해 나간다. 그럴 것이 새벽만큼 잔잔한 시간도 없다. 그 시간이야말로 인생의 작은 물살을 일으켜봄직하다. 훗날 작은 물살이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는 순간, 삶의 표적 또한 바뀔 것이다. 

우리의 해는 날마다 다르게 떠오르는 것을 아는가. 해는 단 한 번도 똑같은 빛으로 세상을 밝히지 않았다. 조금씩 다른 빛으로 사물을 비추다 어스름하게 지고 나면 다음의 해가 다시 찾아왔다. 꼭 우리네 삶과 닮았다. 

그러니 새벽마다 새로워지는 기분을 만끽해보자. 새벽은 모든 것들이 시작하는 시간이다. 그때는 등급이나 순위 따위도 필요치 않다. 한없이 너그러운 그 시간이야말로 어떤 희망도 꽃이 될 수 있다.



이다루 작가 / <내 나이는 39도> <기울어진 의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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