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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있어도 못 꺼낼 치킨게임…'자백'뿐인 대북전단 사건, 함의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5.01 17:56:35
[프라임경제] 북한인권운동단체가 '개정 남북관계발전법 적용 시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이 법이 고쳐진 이후에 첫 적용 사례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1일 당국에 따르면, 경찰은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을 대량으로 북측으로 띄웠다는 주장, 즉 남북관계법 저촉 '살포 주장'을 검토하고 있다. 일선에서 이에 대한 사실 관계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전언도 있지만, 서울지방경찰청 등 사실상 중앙경찰기구 전반에서 이를 유심히 들여다 보는 구조인 셈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경찰 등 당국이 이렇게 긴장하는 이유는 단체의 주장대로 실제 전단 살포가 있었는지 등을 파악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오리무중 때문이라고 대북 문제와 탈북자 인권 운동 관련자들은 이야기한다.

새 남북관계법 시행 국면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나선 인권단체가 있어 당국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 자유북한운동연합

현재 거론되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의 이른바 범법 상황은 지난달 25~29일에 걸쳐 비무장지대(DMZ) 인접 경기·강원 일대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는 것. 애드벌룬 10개를 띄우는 식으로 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0권 등을 배포했고 북한 주민들의 호기심 자극과 실제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라는 차원에서 1달러 지폐 5000장도 함께 살포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단살포는 지금 적용되는 일명 개정법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미수범도 처벌하는 나름대로 중요 사안이다. 아울러 적용 범위 해석에 관한 예규에서는 민간인통제선 이남, 먼 바다(제3국에서의 배포 기도는 포함 안 된다는 게 법조계의 조언이다) 등에서의 살포 행위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그런데 경찰 뿐만 아니라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왜일까? 첫째, 개정법 시대 배포사례로 처음이라는 면에서 관심을 우선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법상 처벌 조항 적용 여부와 방향에 대한 고려, 적용 후 법적 다툼 가능성 등에 관한 검토가 이번에 모두 그려지는 셈이다. 

둘째, 이번 일이 첫 문제 사안인 만큼 법 적용 과정에 통일부 차원의 해석 등 협력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이런 소리가 나도는 상황에 통일부 등 유관 당국이 처신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통일부 쪽에서는 "사실관계를 토대로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할 계획"이라며 "개정법 입법 취지에 맞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앞서 밝힌 바 있다.

다만, 최근 국제연합(UN) 특별보고관들은 우리 정부에 남북관계발전법 관련 재검토를 권고하는 방향의 서한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UN 등 국제사회가 우리 제도의 표현의 자유와 인권 운동 관련 침해 가능성을 의심하는 상황은 분명 부담이 된다. 당국자들의 UN 움직임 주시와 이번 사안 논의가 쉬울 수 없는 이유다.

셋째, 법조계 인사들과 법학 연구자에서는 이번 일을 '위트있는 도전'이라고 본다. 북한인권단체와 탈북자단체들이 그간 진보적 성향의 정권에서 활동 자제 압박을 음으로 양으로 받았다는 시각을 가진 관계자들이 더 그렇게 본다. 왜일까? 공격 측에선 우리가 이런 배포를 했다고 간단히 '던지면' 되지만, 이를 받는 당국에서는 '치킨 게임'으로 대적해야 하는 어려운 구도가 된다는 것.

"쉽지 않을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어마어마한 내용인데, 반대로 보면 자백뿐이니까. 자백만 갖고 처벌이 되느냐?"라는 한 변호사의 전망이 이를 방증한다. 배포했다고 거론되는 자료 사진이라도 '미수'라고 보기에도 애매모호한 것이다. 이를 굳이 무리하게 근거로 해 처벌 추진하는 자체가 어렵고, 나중에 심지어 자백을 뒤집어 버릴 우려도 있다. 

"행여 (기소)한들, 공소유지가 되겠나?"라며 우려하는 학원·노동 등 옛 공안사건 조사 진행 경험자의 평가도 나온다. 북측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구 여러 건이 여러 날에 걸쳐 날아간 점'이 당국 자료로 확보돼 있고, 또 증거로 제출된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설사 있어도 손에 쥔 카드를 내놓는 것을 당국 내부에서 저어할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 경우 엄청난 감시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사람들이 받아들이게 된다. 노크 귀순 등 다양한 기강 해이 사례로 몰매를 맞는 군 등 당국에서 초대형 역풍을 맞을 수 있으며, 보기에 따라서는 민간인 사찰(대북 인권운동이나 탈북자단체를 북측에서 넘어오는 간첩 등 경계 이상으로 밀착감시한다는 의혹) 문제로 파장 예측조차 불가능한 또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심지어 국제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여론전으로 갈 외통수만 될 수도 있다. "북한 주민 인권 보호 차원에서 말이 많은 법이라 이번에 공론화되면 정부가 다시금 개정하라는 압박에 시달리는 문이 열릴 수도 있다"는 한 학자의 전망만큼이나, 유쾌한 조롱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에 사실관계 조회를 하겠다고 나서면, 그것도 웃기지 않을까?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도보다리 회담 3주년 이야기를 하면서 북한에 짝사랑 발언을 했지만 지금 결코 남북이 좋은 상황이 아니지 않나?"라는 수사와 정치의 교집합적 고민을 던지는 조언도 있었다. 그야말로 '웃픈 치킨 게임' 차량에 강제로 올라탄 당국의 고심만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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