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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록 칼럼] 한반도 미래 주역, 20·30대...북은 억압, 남은 '표'로만 본다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 | khr6440@naver.com | 2021.05.02 08:36:45
[프라임경제] 선진국, 개도국, 그리고 후진국 등 어느 나라에서도 20·30대는 미래의 희망이자 국가의 기둥이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Y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 MZ세대라 한다. 

오늘날의 20·30대들이 바로 MZ세대들이며 이 젊은이들은 인터넷과 IT기술에 친숙해 현재 및 미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핵심세대다.

이들은 자신의 언행에 책임질 수 있는 연령대로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조건과 지적 잠재력이 가장 우수한 청년 성인세대다. 성인이 된 20대 청춘부터는 부모의 보호로부터 홀로 자립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기도 하다. 그래서 국가와 어른세대들이 그들에게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고 평등한 기회를 부여해 줘 노력한 만큼의 공정한 결과를 얻도록 사회정의를 구현해 줄 때 비로소 청년들이 나라 발전의 동력이 된다. 

이러한 희망을 주는 사회는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우리에게는 역으로 그 대열에 못 들어가는 부족함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최근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정치권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 운운하지만 흥미롭게도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남녘땅이나 북녘땅에선 똑같은 20·30대 젊은이들이 각각 상이한 이념과 체제하에서 사람대접을 못 받고 있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남쪽에선 서울과 부산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한 보궐선거에서 이른바 '이대남·이대녀'라고 부각시키면서 젊은 층이 선거에서 가장 큰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고 언론들이 자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철면피한 정치인들은 스스로 얼굴에 침 뱉는지도 모르며 20·30대가 분노했다고 말한다. 지고한 꿈과 희망에 부푼 미래 세대의 주역들을 오로지 '표'로만 바라보는 몰상식한 정치 패거리들이 부끄러워서 마치 다른 나라 얘기였으면 할 뿐이다. 모병제다, 군 가산제 운운하는 것도 진정으로 청년세대와 국가의 장래를 위한 고민이라기 보다는 표쟁이들이나 탐관오리들의 위선으로만 보인다.

필자도 20·30대 자식들이 있다. 국가를 위해 나 자신의 20·30대를 헌신해 온 한 부모이자 가장으로서 자식들 앞에서 이젠 할 말이 없어졌다. 어디서 누군가는 자신들의 20·30대 자식들을 위해 민주유공자 예우법을 또 만들자고 주장하는 꼴불견들도 있지만 말이다. 

남쪽에 사는 우리 부모 세대들은 처참한 동족상잔의 6.25전쟁을 겪고 나서 대부분의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왔다. 이후 자식이 군에 갔다가 돌아오면 사람된다는 말이 생겨났다. 군이 사람을 만드는 제조기도 아니고 군에 가는 자식들이 사람이 아니었다는 뜻도 더욱 아니다. 단지 성인이 되어 부모 곁을 처음 떠나 낯설기만 한 군에 다녀오면 부모님에 대한 효도심도 깊어지고 국가에 대한 충성심도 강해지며 웃어른을 공경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회인이 되어 의젓하게 돌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20·30대 당시의 소중한 기억들일 것이다. 

특히 얼마 전에 생긴 일선 군부대의 급식 부실과 입영 훈련병들에 대한 기본권 제한 논란을 접하고 부모님들의 걱정을 헤아려보며 우리 군의 실추된 위상이 마냥 안타깝기만 할 뿐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군이 아니라 사회와 국민 그리고 국가지도자들이 젊은이들을 표가 아니라 사람으로 대접해 주는 위대한 국가로 재탄생해야 한다.

지금 북쪽의 20·30대들은 1990년대 중후반 대량 아사자가 속출했던 고난의 행군시대에 태어났다. 이러한 북한판 MZ세대들에겐 안타깝게도 태어날 때부터 먹는 것도 부족했고 지금까지도 먹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최근엔 경제난과 민생여건 악화로 김정은 위원장이 "고난의 행군을 결심했다"고 선언하고 "새 세대들의 사상 정신 상태에서도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청년들의 옷차림과 머리단장, 언행,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통제해야 한다"며 20·30대의 기본욕구조차 억압했다. 

그런데 북은 태어날 때부터 잘 먹지도 못하면서 고난을 몸소 견뎌왔기 때문에 걱정이 덜 들지만 남쪽의 청춘들은 걱정이 많이 든다. 남쪽 MZ세대들은 먹는 것 걱정 없이 부유하게 자라왔지만, 이제 일자리도 부족하고 생활비도 모자라며 사회적 가치관도 혼돈스럽고 가정을 꾸릴 집값은 엄두도 내지 못할 지경이니 북쪽보다 얼마나 낫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청춘은 인생의 보배이자 미래 사회의 보배다. 남측에선 이러한 보배들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희망을 주지 못하고 언제부터인가 '표'로만 보아 왔다. 지금 남북의 20·30세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표나 고난의 행군과 같은 좌절과 체념이 아니라 무한한 꿈과 희망이다.

청춘!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청춘의 끓는 피는 인류의 역사를 바꿔 왔다. 남북의 정치 패거리들은 앞으로 청춘 알기를 우습게 알면 똑같이 대접받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황록 전 국방정보본부장 / 명지대학교 북한학 초빙교수 /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미국 상대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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