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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넘버 3만4125…GS리테일 안티들의 공매도 기우제

소설 같은 이야기 일축에도 대차잔고 등 반영한 이야기 구성 자체는 귀담아 들을 만

임혜현·추민선 기자 | tea@·cms@newsprime.co.kr | 2021.05.06 07:43:36

[프라임경제] GS리테일(007070)의 '남혐 기업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기업 수뇌부에서 4일 나서서 사과문을 띄우는 등 진화 움직임에 하락하던 주가가 간신히 일부 만회했지만, 같은 날 재차 논란이 불거졌다. GS리테일 50주년 기념주화 발매 소식에 이 홍보물에도 남혐 손동작이 숨겨져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GS리테일 측에서도 폭발했다.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점주 등의 손해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취지의 강경한 반격이 나온 것. 하지만 이는 오히려 네티즌들의 불만을 증폭하는 악순환이 연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심지어 "공매도에 기대를 걸어보기는 처음"이라는 악담까지 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공매도란 주식값이 떨어지기를 기대하며 이뤄진다. 해당 기업의 주가가 곤두박질쳤으면 좋겠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심지어 전문 기술(?)을 구사해 이 같은 일을 누군가 이루어줬으면 하고 바라는 간절함까지 버무려져 있는 발언이라 오싹하기조차 하다.

편의점에 오뉴월 서리 내리고 공매도도 내리고 

오뉴월 서리처럼 원한 가득한 이런 온라인 커뮤니티 발언은 과연 전혀 소설 같은 이야기일까?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측하고 주식을 빌려 이를 팔고, 추후 주가가 하락하면 싼 가격에 주식을 사서 이를 갚는 방식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오히려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는 이중적 위상을 갖는다. 주식을 갚기 위해 구매에 들어가는 일명 '숏커버링(short covering)’의 힘이다. 주식을 빌려 일을 벌인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이자 비용 논리가 작동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2019년 8월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가 낸 '중장기는 고배당주, 트레이딩은 숏커버 종목으로 시장을 이긴다' 보고서는 "하락장에서의 특이점은 공매도 증가 및 잔고 상위 종목군의 성과가 매우 높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락장 때 주가가 내려간 종목을 숏커버하기 위해 주가가 단기적으로 오를 수 있는 것.

이달 3일부터 시가총액 상위 종목(코스피200 및 코스닥150)에 대해서는 공매도가 재개됐다. GS리테일도 이 대열에 속해 있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은 GS리테일이 도마에 오른 계기인 남혐 논란이 '일시적인 수급 이슈'로 끝날지의 여부다. 증권가에서는 일시적인 수급 이슈로 주가가 주춤할 때야말로 오히려 투자에 나설 타이밍으로 본다. 혹시 공매도에 시달린들, 상황을 봐서 역으로 매수를 해 볼 필요도 있다는 조언이 성립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4일 양일간 LG디스플레이(034220)의 주가 움직임과 공매도 폭탄의 한계가 이를 방증한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공매도 재개 첫날인 3일 490억원, 4일 266억원 등 양일간 756억원 규모의 공매도에 시달렸다(공매도 거래 비중으로 거래 대금의 27.6%). 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주가는 3일 0.82%, 4일 0.62% 하락하는 데 그쳤다. 특히 연기금이 LG디스플레이의 주식을 180억원대나 사들였기 때문이다.

공매도의 침공에도 이런 지원군이 나타나려면,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거나, 근래 실적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탄탄한 이익을 유지하고 있다는 등 매력 포인트가 존재해야 한다(LG디스플레이의 경우 실적 개선 기대감이 가동됨). 

◆3만4125, 공매도 비중·대차잔고 규모 고려한 '소설 같은 저주'

한 증권사 관계자의 "공매도 세력들은 주가가 많이 올랐거나 고평가된 종목군을 위주로 공격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은 위의 맥락을 정확히 반대로 뒤집어 놓은 명제다. 즉, 공매도가 일방적으로 좋고 나쁜 게 아니고, 지수 측면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지만 종목별 공매도의 효과 방향과 영향력 크기는 천차만별, 각양각색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매도 재개 직후인 지금 상황에서는, 공매도 잔고 또는 대차잔고 비중이 높아진 종목 중에서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을 안고 있는 종목들의 단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 소지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GS리테일의 지금 상황이 어떠냐는 분석에서 공매도 기우제를 지내는 이들의 일방적이고 근거없는 패악인지, 혹은 예상가능한 시나리오인지가 가늠될 수 있겠다.

대차거래 잔고는 어떨까? 대차거래란 주식을 보유한 기관이 차입기관에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준 뒤 나중에 돌려받기로 약정하는 거래를 말한다. 공매도를 하려면 반드시 주식을 빌려야 하므로 그 물량을 가늠할 대차거래 잔고는 공매도의 선행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3만4900원대에서 형성 중인 남혐 논란이 터진 후 근래 며칠간의 GS리테일 주가는 그 자체로 이미 참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매직 넘버 3만4125를 외치는 이들이 존재하고, 이 방법으로 공매도 폭우를 거론하는 심리가 작동하기에 추가 하락 우려가 뒤따른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주린이(주식 초보)들을 위해 짧게 부연하자면, GS리테일은 현재 GS홈쇼핑(028150)과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GS홈쇼핑은 단순히 TV 시청자들에게 물건을 파는 전통적 포맷에서 온라인 그리고 모바일로 방점을 옮겨 찍기 위해 노력해 온 생활경제계의 기린아. 편의점과 슈퍼마켓, 랄라블라(화장품가게) 등 모두에서 미래성장동력 고민을 하고 있는 GS리테일로서는 꼭 붙잡아서 시너지를 도모하고픈 친척이다.   

그런데 공매도 거래 대금 비중을 살펴보면 GS리테일의 경우 남부럽지 않은 순위를 보인다. 삼성카드가 56.37%, 오뚜기는 43.18%을 기록했고 그 뒤로 현대해상(42.87%), 한진칼(41.96%), 한화(36.28%), 동서(34.1%)가 자리한 아래에 GS리테일이 33.51%을 기록한다. 바로 그 다음 순위 빙그레(31.32%)에 비해 약 0.2%p 높다.

관련 개념을 잠시 이야기하고, 대차 관련 이야기를 추가로 더해 보자. GS리테일과 GS홈쇼핑 합병에는 모든 이들의 전면 동의와 축복만 있는 건 아니다. 양쪽 모두에서 반대하는 이유가 존재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GS홈쇼핑 주주 측의 불만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GS리테일 주주로서도 반대 의사가 있을 수 있다.

이때 합병의 효과나 그 제반 주식 처리(가치 산정)에 회의적이거나 불만이 있는 이들은 주식을 회사에서 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한 주주청구권이 발동될 마지노선이 GS리테일의 경우, 3만4125원이다. 이 가격까지 주가가 빠지고, 주주들은 합병에 우호적이지 않은 속내를 내비치면서 매수를 청구하는 상황은 GS리테일 사측에게는 달갑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때 일어날 부담이 3500억원에 달하므로 합병 포기 선언이 나올 것으로 내다본다. 따라서, 남혐 기업 GS리테일의 응징을 위해 공매도를 기원한다는 발언은 단순한 안티의 저주라고 볼 건 아니다. 

결국, 지금 주가가 3만4125원까지 떨어지라는 소리 그에 더해 공매도 준비 후 호시탐탐 기회를 보는 대차 규모 쪽에서 어느 정도 이를 실행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소리를 모두 합친, 여러 문제를 두루 반영한 (있을 법한 이야기로서의) 소설 같은 소리라고 '중간정리'할 수 있다.

◆합병 이슈로 고평가된 종목? 충분한 매력 갖춘 종목?

다시 대차 문제다. 대차잔고의 개념은 위에서 간략히 살펴 봤지만, 시가총액 대비 대차찬고 비율이 높은 종목을 살펴 본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대차잔고 증가가 반드시 공매도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점을 다시금 상기할 필요는 있다. 대차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헤지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고, 종목별 보유 비중을 맞추기 위한 효자 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차잔고가 갑자기 늘어난다든지 하는 것은 우려 대상이고, 따라서 대차잔고 비율이 3월말 대비 1%p폭이 넘게 상승한 종목이라든지, 공매도 금지 이전 공매도 잔고 비율 5% 이상 종목 등은 사람들이 유심히 보고 있다. 

GS리테일의 경우 이들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한편, 시총 대비 대차잔고 비율이 높은 순위권 기업을 추리면 여기에는 GS리테일 이름이 나타난다. 케이엠더블유(14.54)와 두산인프라코어(9.68), 호텔신라(8.99)와 셀트리온(7.21) 다음 순위에 해당하는 게 GS리테일(6.79)이다(금년 4월27일 기준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등의 자료 참조). 

이를 고려해 주의깊게 이번 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다만 이런 공매도 폭우 우려란 실현 가능성이 없어, 그저 기우라는 반론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상황의 의미와 제반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GS리테일이 프로 의식을 갖고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냥 소설 같은 이야기다"라는 평을 내놨다.

근래 GS리테일이 성장 가능성과 이익 면에서 고민이 있으나, 탄탄한 실력과 배경을 갖췄다는 여전한 매력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많다. 

"바이오나 성장주, 고PER(주가수익비율) 종목 위주로 대형주 기준 약 10%의 주가 하락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금융권 관계자의 공매도 허용 여파를 고려할 때, 특히 부각되는 GS리테일의 매력은 무엇일까?

"업종 내 시가총액이 가장 비슷한 4개 종목과 비교할 때 자산가치 대비 지금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PBR과 순이익 대비 지금의 금약을 나타내는 PER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라는 지적에서 보면 이 업체의 상황은 대단히 미덥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지금 공매도가 쏟아지든(이것이 과연 3만4125를 이룰 수 있는 실력과 의지가 전부 충분한지는 별론으로 하고) 말든, 이를 투자 기회로 판단해 '물량을 받을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제3의 의견도 대두된다. "'공포 국면에 사라'는 격언이 있지만 이 회사의 주가는 지금 공포가 '분노'를 만난 것 같다. 분노가 지나가고 공포가 올 때 사러 오겠다"는 한 투자자의 촌평은 곱씹어볼 만하다. 

어쩌면 외국인이나 기관 등의 동향보다 이런 투자자 하나둘이 모여 매직넘버 3만4125를 빚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예를 들어, 공매도가 가능한 전제로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사전교육을 이수한 인원만 해도 약 1만명이라 하고, 별도 교육 없이 공매도 투자가 가능한 전문투자자만 해도 지난 연말 기준 1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들이 GS리테일을 차갑게 바라볼지, 애정과 신뢰의 눈빛으로 볼지 그리고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는 전적으로 회사 측 대응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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