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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리테일 불거진 비율 시비, 이재용 vs 홍원식 스타일 기로?

 

임혜현·추민선 기자 | tea@·cms@newsprime.co.kr | 2021.05.06 09:57:56

[프라임경제] 재벌이라는 일본과 우리에 특유한 시스템의 존재 의의를 굳이 찾자면 무엇일까? 오너 일가가 옳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빠르게 조직을 움직이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풀이가 적지 않다. 당연히 그 선단을 이끄는 오너 일가는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고(과실은 따고 문제시 책임은 지지 않는 일부의 자는 아예 논외로 한다), 자신의 문제 인식 가능성이나 잘못 여부와 관계없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도록 압박도 받는다.

GS리테일(007070)의 합병 문제가 난데 없이 불거진 '남성 혐오 논란'으로 흔들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일어났다. 급격한 주가 하락이 연이틀 이어지자 4일 GS리테일 최상층부에서 나서서 사과하는 등 긴박한 대응이 이뤄졌다. 

5일 공휴일을 쉬고 6일 열린 장에서는 반등이 이뤄지는 듯 보이기도 하나, 일단 살짝 올려놓고 본격적으로 공매도를 할 것이라는 시장 투자자의 분석처럼 아직 연착륙을 완료했다고 보기 어려운 시점이다.

이런 터에 다시 주목받는 것이 바로 합병 비율 논쟁. 이 회사는 GS홈쇼핑(028150)을 흡수하는 식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생활경제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구상을 지난해 겨울 내놨었다. 

이때만 해도 일부 불만이 감지됐지만 양사 주주 모두 만족하는 건 아니라는 정도의 중립적 상황에서 매듭이 지어지는 듯 보였다. 2020년 11월,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양사의 막대한 고객 데이타 베이스, 매출 규모 증대에 의한 바잉파워 확대와 물류 효율화, 채널간 상품 교류를 통한 카테고리 확장 가능성 등이 합병 시너지"라고 짚었다. 

그는 "유동성 부채가 6000억원이 넘는 GS리테일 입장에서 GS홈쇼핑의 막대한 현금성자산으로 재무구조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고, GS홈쇼핑은 성장성 있는 신규 사업 투자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고도 설명했다. 물론 이 현금성자산 문제는 과거 대우건설에서 금호 일가가 벌인 현금성자산 수탈을 연상케 하는 구석이 없지 않다. 

특히 그는 "단기 주가 측면에서 성장성과 PER 멀티플을 감안하면 GS리테일 주주는 밸류에이션이 낮은 GS홈쇼핑과 합병하는게 불만일 수 있다"고 하는 한편 "자산가치와 PBR 멀티플을 감안하면 PBR 0.7배(GS홈쇼핑)와 PBR 1.2배(GS리테일) 주식 교환이기 때문에 GS홈쇼핑 주주 입장에서는 손해라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잘 설명했었다.

문제는 GS리테일이 단순 실수로 남혐 마케팅을 일회성으로 한 것인지, 고의로 조롱 숨겨놓기를 하며 즐긴 것인지 논란이 여전하다. 또한, 4일 수뇌부 사과 이후에도 회사 50주년 기념주화 홍보 포스터에 또 문제의 손 모양이 숨어있다는 주장이 새롭게 대두되는 등 진화는 당분간 쉽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터에 합병이 공매도 등으로 아예 무산되는(3만4125원선까지 주가가 실제로 떨어지면 주주매수청구권 발동을 모두 흡수하기 어려워 업체에서 스스로 합병 포기로 선회할 것이라는 해석) 경우가 관심을 모은다. 

그 지경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적어도 합병 비율을 재산정해야지, 왜 GS리테일의 앞으로 업황이 어두울 것이라는 문제와 메갈 리스크까지 GS홈쇼핑 주주들이 떠안아야 하느냐는 날선 반응은 분명 GS그룹 사람들에게 거북한 일이다.  

이런 터에 대처 방향으로는 두 종류가 거론된다. 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문제로 기나긴 검찰 수사와 기소 이후 상황에 시달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황을 떠올려 볼 수 있다. 

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경영권 강화 차원에서 도모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경영권 확립을 위해 국민연금이 삼성에 어깃장을 놓지 못 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넣었다는 혐의로 일명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한 곁가지로 영어의 몸이 됐다.

한 번 대법원에 갔던 이 국정농단 사건은 결국 파기환송심에서 끝이 났다. 삼성 측에서 재상고를 포기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됐다. 차라리 정권 말 사면을 기대해 보자는 계산이라는 얘기다. 다만 이도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닌 것이,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등 정권과 여당 인사들의 '갸우뚱 반응'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더 큰 문제는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 당시 시간을 끌다 뒤늦게 처리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문제에 다시금 JY가 엮인다는 점이다. 이렇게 일이 굴러가자 삼성에서는 최근 바이오로직스 건에서는 재상고 포기 때와는 달리, 강경하게 논증과 반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0월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을 체험한 장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신의 처지 때문에 다소곳하게 물러서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 연합뉴스

검찰은 이 합병을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로 규정하면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한다.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기 위해 삼성(특히 옛 미래전략실)이 거짓 정보를 유포했으며, 이 과정에서 JY가 재가를 했다고 본다.

또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권리)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검찰은 본다. 

검찰은 근래 열린 이 바이오로직스 사건 공판에서 "삼성물산과 주주들에 손해를 가하면서 오히려 회계보고서를 조작했다"며 "사실상 총수인 이 부회장에 의해 합병 비율이 왜곡되고 손해를 입힌 게 이 사건 실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부회장 측은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졌고, 회사들도 긍정적 효과를 봤다고 반박했다.

특히 삼성 측의 다음 발언이 재미있다. 삼성 측은 "제일모직이 고평가돼 주가하락이 예상됐다면 당연히 기관 투자자는 제일모직을 팔아서 손실을 최소화했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6개월간 국민연금은 제일모직 주식을 (오히려) 순매수했다"고 짚었다.

남양유업의 경우는 다르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불가리스 주가 조작 음모론'에 결국 머리를 숙이고 경영권의 상속 포기를 선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준법감시위원회 띄우기는 물론 '4세 경영으로는 이어지지 않겠는 단절 발언'을 했었지만, 이번에 바이로로직스 이슈처럼 난처해지자 결국 표변해서 강경하게 수사 및 기소 당국에 맞서는 모습을 보였으므로 그와 홍 회장 행보는 결을 달리한다는 평.

울먹이면서 홍씨 일가가 향후 남양유업 경영권을 물려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장면. ⓒ 연합뉴스

남양 측은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는데,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1차적으로 대단한 비판을 받았다. 2차적으로는 주가 관련 이벤트가 임박한 터에 굳이 가짜 호재를 띄워 부당한 이득을 도모한 게 아니냐는 지저분한 의혹까지 부각됐다.

결국 홍 회장은 국민들 앞에 사과하는 한편, 후손들의 경영권 참여는 없을 것이라는 어려운 결단을 발표했다. 이 발언을 하는 순간 그는 잠시 목소리가 떨리고 연설 내내 종종 눈물을 훔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해 사과 진정성에 대한 호평이 일각에서는 나왔다. 

사정 이야기는 다시 GS리테일 쪽으로 돌아간다. GS리테일은 지주사 보유분이 60%선이라 합병 반발 기류 관리가 쉬울 것이라는 게 이번 돌발 상황 이전의 대체적 전망이었다. GS홈쇼핑만 해도 그 비율이 낮아 이야기가 다르게 풀릴 공산이 큰 업체다. 특히 GS그룹은 4세대 경영 참여 문제가 있고, 그룹 지분이 다른 기업군 대비 엄청나게 많은 이들에게 자잘하게 쪼개져 있다는 점에서 집안 경영이라는 불가피한 선택을 할 정도다.

경영 체제 안정 측면에서 오너 일가가 좋자고 그린 그림의 스케치를, 더욱이 메갈 사태로 한 회사 주주들에게 부담이 더 커진 터에 이 스케치를, 그대로 고집해 그 위에 그대로 합병을 그리는 게 온당하냐는 지적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 것이다. 

JY처럼 허씨 일가 중 누가 잡혀들어갈 일까지는 아니라 쳐도, "남양은 회장이 사과하던데 GS그룹은 뭐 하는 것이냐?"는 투자자들의 질책이 온라인상에 쏟아지는 상황, 그리고 오프라인 편의점에서 폐기 김밥이나 도시락 등이 늘고 있다는 하소연은 분명 '합병론의 그림자'다. 이 와중에 이재용식 대처를 택할지, 홍원식 스타일의 아름다운 퇴장을 고려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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