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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임금이라도" 공익채권 뒤로 밀려난 파견업체 '피눈물'

'임금성' 띄어도 최하순위…"직원들 월급 못 줘 자비로 충당"

김수현 기자 | may@newsprime.co.kr | 2021.05.07 16:07:34
[프라임경제] 공익채권의 사각지대 때문에 아웃소싱 기업들이 현장에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 연합뉴스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의 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기 위해 인정된 채무자에 대한 청구권이다. 회생채권, 회생담보권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회생절차와 관련 없이 변제를 받을 수 있고 일반회생채권 보다 우선해 변제를 받을 수 있다. 노동자의 임금과 관련된 항목이면 우선순위가 더 높아진다.

하지만, 파견 업체에 소속돼 근무한 노동자들의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용업주가 파견 업체에 제공하는 대가는 그 성질을 수수료로 볼 수 있을지언정 근로자의 임금으로 보이지 않는다.

업체로선 사용 업주가 회생절차에 돌입해 피해 입은 비용은 물론, 파견됐던 노동자들의 임금마저 떠맡게 되는 셈이다.

관련 업계에선 "내부 상황을 자세히 고려하지 않고 파견이라는 개념에 매몰된 기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용 못 받은 것도 억울한데, 임금까지 자부담"

최근 A 유통사가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공익채권 우선순위에 따라 지급이 이루지고 있는 상황, A 유통사에 판매 인력을 투입했던 B 파견 업체는 많은 피해를 입었다.

해당 업체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하청 업체 소속인데 이 근로자들은 '노동자'보단 '파견업체 수수료'로 분류된다.

파견 근로자의 임금은 형식상 파견 업체로부터 받도록 돼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사용사업주로부터 파견 업체에 교부되는 대가에 파견 근로자의 근로 대가가 포함된다.

임금채권은 근로자의 생존권 보호라는 정책적 요청에 따라 공익채권으로 분류돼 회생절차에도 불구하고 개별적 행사 및 우선적 변제가 허용된다. 하지만 파견 업체는 예외다. '수수료'라는 성질의 기업 간의 거래로 분류돼 사회적 약자인 파견 근로자의 생존권 보호로 이어지지 않는다.

B 업체 대표는 "관련 문제로 소송을 걸었으나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기각됐다. 다른 것은 둘째 치고 근로자의 임금만이라도 받아내고 싶은 심정"이라며 "(채권 지급) 순위가 밀리다 못해 거의 마지막 순번이다. 근로자들 임금을 주기 위해 빚을 끌어다 썼고 회사까지 망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파견 근로자의 노동력을 제공받고서도 그에 상응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사용업체의 부당한 행사는 고용노동부에서 관할하는 근로자파견법 기준에 맞게끔 운영하는 아웃소싱업체의 향후 크나큰 문제가 된다"며 "차후 파견근로자의 노동력 제공 및 임금을 모두 대납하고, 현재 판결대로 공익채권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누가 고용노동부에서 정한 근로자파견법에 맞춰 정상적인 이행계약을 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명확한 기준 세워져야"

근로기준법 제44조 도급 사업에 대한 임금 지급을 보면,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가 그 상위 수급인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발생한 경우에는 그 상위 수급인도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도급 업체의 경우 '용역 근로자에게 임금을 못 주겠다'고 버티면 형사법상 사용업주까지 연대 책임 으로 임금을 받아낼 수 있는 일 아닐까. 업계 관계자들은 '실상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아웃소싱 업체는 말 그대로 사람이 생명이다. 사정이 어찌됐던 간에 용역 근로자에게 임금을 주지 않으면 회사의 자산인 근로자들은 빠져나가고, 노동부의 경고로 큰 타격을 입는다.

한시라도 빨리 임금을 처리해야 하는 업체 입장에선 빚을 내거나, 회사 운영비로 임금을 충당한다. 

남은 건 공익채권으로 제대로 판결을 인정받지 못하고 채권순위도 밀려난 업체다. 근로자의 임금은 회사 돈으로 급하게 틀어막고, '수수료'라는 범주에 들어있는 노동자 임금과 관리비, 운영비를 기다린다.

한 법률 관계자는 "수수료 안에는 업체 이익금뿐 아니라, 관리비나 임금이 포함되어 있다"며 "(파견)수수료에 임금성이 없다고 보는 것은 피상적이고 외형적인 판단으로, 근로자의 임금은 공익채권으로 분류해 우선 변제할 것으로 맞다고 본다. 사회 정책적인 이유에서도 필요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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