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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판결의 의미…한명숙 재심론, 대법원은 거북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5.08 10:48:41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뇌물 혐의가 대법원에서 7일 확정됐다. 사진은 청장 재직 당시 우수 경찰관을 직접 치하하던 모습.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정치적 파급 효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법원 3부는 7일 건설업자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청장에게 유죄 원심을 확정(징역 2년 6개월,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도 3000만원 부과)했다.

검찰의 기소 골격은 그가 2010년 8월(당시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직) 서울경찰청장 집무실에서 돈을 받는 등 부산 A건설사 실소유주인 B씨로부터 수차에 걸쳐 5000만원을 받았다는 것. 이 혐의에 1심 재판부는 "조 전 청장과 B씨는 많아야 4~5번 정도 만난 걸로 보여 수천만원 금품을 주고받을 만큼 신뢰 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진술 신빙성을 부정했다.

◆조현오 유죄 여부 둘러싼 '진술 신빙성 공방전', 의미는?

하지만 항소심은 "B씨가 뇌물 공여 경위를 검찰 조사와 항소심 재판까지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무고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허위 진술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그의 진술 대부분을 증거로 인정했다. 대법원도 이날 원심 판단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조 전 청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발언으로도 법정에 섰었다. 전직 경찰 총수가 연달아 처벌 그물에 걸리는 미욱한 모습을 보이며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현재 그는 MB정부 시절 경찰의 댓글 여론공작을 총지휘한 혐의로도 아직 다른 재판 또한 받고 있어, 노년에 자유로운 생활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그의 불행이 갖는 사회적 기여 효과가 없지 않다. 뇌물죄 처벌과 증언 문제의 현대적 의미를 정확히 규명했다는 것. 

강원랜드 사장을 지낸 '특수수사통' 함승희 전 검사는 뇌물과 증언 문제에 대해 "과거에는 준 사람 있고 받은 사람 있으면 처벌했다. 선진국도 후진국도 다 그렇게 했다"면서도 이후 증거와 증언에 대한 공소유지가 쉽지 않아지고 있고 점차 어려워지는 방향으로 갈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즉 이런 기조는 이후에도 유지됐으나, 다만 받은 쪽이 부정하는 경우 공방전이 치열해진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때 중요하게 부각된 것이 바로 '증언의 신빙성과 유죄 판결의 정당성'으로 함수 해법이 점차 복잡해졌다.

◆말년 불운 전직 경찰 총수, 한명숙 뇌물 재심 문제에 시사점

한 법조인은 뇌물 공여 진술의 신빙성과 처벌 문제에 대해 "유죄가 쉽게 나오는 게 아니다. 은밀이 이뤄지고 물증 제시가 어려운 간첩이나 뇌물의 경우 증언에 크게 의존한다. 이건 후진적인 관행이라고 가볍게 치부할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증언, 이것만 갖고 처벌하는 것도 아니다. 받았고 썼다는 심증을 굳힐 또다른 정황과 간접증거들이 동원되면 금상첨화다. 어쨌든 대법원까지 가는 긴 여정에서 검찰 측 논리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은 진술 신빙성이 대단히 상식에부합한다는 뜻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이 좋은 예다. 한 전 총리 사건은 총리 공관에서 돈을 받았는지, 의자 위에 올려 놓고 나왔는지 등 초반부터 다툼이 다양하고 치열했다.

그러나 뇌물 공여자의 진술 신빙성이 강하게 인정되고 뇌물 공여자와 일면식도 없는 한 전 총리의 동생이 문제의 수표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업자에서 한 전 총리에게, 다시 이것이 그 가족에게'라는 도식이 성립됐다.

대법원에서도 디테일에서만 작은 논쟁이 있었을 뿐 사건 얼개는 모두 인정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13명의 대법관이 9억원 가운데 3억 수수는 만장일치로 유죄 판단을 내렸고, 나머지 6억원 부분만 8명 대법관이 유죄, 5명은 무죄로 의견이 갈리는 데 그쳤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친문 세력 일각에선 한 전 총리가 억울하게 처벌받았다는 논리를 다시 부각하고 있다. 이는 검찰이 압박을 통해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끌어내고 이 태도를 유지토록 했다는 의혹에 기반한다.

한명숙 사면론 내지 한명숙 재심 추진이 집권 후반기 화두가 될 전망이다. 사진은 2010년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 내정자의 일명 노무현 비자금 발언을 규탄하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습. 그의 왼편으로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드루킹 외교공관 인사청탁 논란으로 유명해진 백원우씨가 보인다. ⓒ 연합뉴스

한 전 총리 본인도 금명간 자서전 출간을 할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를 두고 여권이 집권 후반기에 한 전 총리 재심을 강행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에서 벼르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사전 포석으로 한 전 총리 뇌물의 진실성 논란은 적절한 소재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의 압박을 통한 증언 조작론에 대해서 회의적 시각도 없지 않다. 

한 법조인은 "검찰의 무리수 관행을 완전히 단절하는 차원에서도 '한명숙 사면·복권' 대신 '재심'을 추진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다. 그걸 추진하는 심정도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변호사는 "대법원을 흔들어서까지 얻을 공익이 없다. 정치적 효과를 위해 사법 정의를 흔들면 소탐대실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면과 복권으로 선회 추진? "대법원, 부담스럽다 메시지 낸 것"

다만, 또다른 법조인은 사면도, 재심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사면을 하면 두 전직 대통령과 연계해야 하는데, 가능할까? 재심이 될 사안도 아니다. 그저 지금처럼 시끄럽게만 하면서 정치적 이용을 하는 것이지, 사법 이슈라고 애초 평가해 수 없다"고 힐난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뇌물 공여가 억지였다고 자신한다면 자서전 출간 등을 할 게 아니라 재심을 바로 요청하면 될 일이다. 분위기를 유리하게 조성하고 가자는 걸로 민주은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 보기엔 변죽만 울리는 것"이라며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상황이 어찌 갈지는 "검수완박이 어찌 될지에 따라 본격적으로 불붙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부수적인 가능성 전망을 내놨다.

아직은 열린 결말이라는 전망에 대법원의 이번 '조현오 뇌물 인정 판결'은 시사점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명수 원장은 이제 '어대(어쩌다 대법원장)' 소리를 듣는 선도 넘어섰다. 통진당 (전직) 의원이 법정에서 대법원에 욕설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지경까지 권위가 추락하지 않았나? 이런 상황에 한명숙 전 총리 재심까지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는 한 변호사의 풀이는 의미심장하다. 

대법원으로서는 편향성 시비를 떠안으면서 다뤄볼 정도가 아닌 사건 이를 테면 '뇌물죄 사안' 등에는 기존 태도를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를 발할 필요를 느끼고, 또 이를 행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간접적 메시지 전달은 정치적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사면 및 복권)으로 굳히는 방향타 전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명숙 자서전 디데이'가 다가올수록 상황은 복잡해지고 있다. 여의도는 물론, 청와대나 서초동의 장고는 정권 후반기 내내 지속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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