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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끝 손절'했던 문재인의 '한명숙 구하기', 전망은 싸늘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1.05.08 11:25:18

[프라임경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억울한 옥살이 논란, 정치적 처벌 의혹이 집권 후반부 화두가 될지 주목된다.

한동안 사면 및 복권론과 재심 추진론이 혼재되고 있는 상황인데, 본인이 억울하다는 주장을 책으로 펴내는 수순을 밟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폭발력을 갖고 터져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예 무죄인데 사면 등으로 풀 필요가 없다"는 강경론에 사면·복권론이 한때 밀렸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에 대법원에서 조현오 전 경차청장 뇌물 사건 판단을 통해 '무리한 재심 제기'는 곤란하다는 간접적 메시지를 청와대와 여권에 보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이므로 무게 중심이 다시 사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그러나,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가진 구도상 속단하기 어렵다는 '일말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는다. 

민주당의 지도부 얼개, 즉 송영길 대표-윤호중 원내대표에서 친문 색채가 강한 윤 원내대표 위주로 흘러가고 송 대표가 이를 어느 정도 브레이크 거는 선에서 매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점에서는 '한명숙 이슈'도 강한 드라이브가 가능하다. 다만, 송영길 민주당 대표 체제가 그의 뚝심있게 처리하는 태도상 마냥 골수 친문 판단대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그래서 청와대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에 장고를 거듭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검찰의 수사 당시 진보 정치권에서 반발한 것은 물론, 만기출소에도 정치적 이벤트로 격화될 정도로 민주당 측 인사들은 센 발언을 내놨었다. 추미애 당시 당대표까지 나서 발언을 했고, 김현 당시 대변인도 치밀하고 날카롭게 비판 발언을 내놔 언론의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당에서 그 정도의 화력을 보여줄지 확언하기 어렵다. 재보궐선거 대패에도 당 골격을 친문이 틀어쥐거나 친문의 세력과 의지를 과시한 건 분명 맞다. 

그럼에도 '송영길 대표 체제의 향배'를 완전히 확신하기는 쉽지 않다. '검수완박'의 일환으로 국회와 법무부 간 유기적 협력으로 문제를 접근하려 해도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이 처한 구도가 전임자들(박상기-추미애 전 장관들) 시절보다 녹록치 않고 장관 개인기도 부족하는 의견이 대두된다.

김부겸 국무총리 내정자가 '한명숙 사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며 우군으로 참전하는 양상이나, 실제 전투력은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던졌던 자신의 '과거 정치적 승부수' 때문이라는 풀이가 유력하다. 그는 두 번의 대선 도전으로 결국 청와대에 입성했지만 한때 대단히 입지가 위태로웠던 적이 있다. 민주당이 아직 새정치민주연합 간판을 달고 있던 2015년, 그해 겨울 정국은 문재인 당시 민주연합 대표에게 유독 추웠다.

친노 세력 후계자로 꼽히던 그의 입지가 당내 세력 구도 때문에 정치적으로 대단히 불안했던 것이다. 일명 '비주류의 친노패권주의 경계' 여파였다. 

그때 그가 단행한 두 강수가 바로 '한명숙 당적 정리 압박'과 '유력한 젊은 정치인들의 총선 출마 만류'였다. 그는 "한 전 총리의 결백을 믿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정치적인 거취를 결단해 주면 좋겠다"는 뜻을 감옥으로 전달했고 답을 받아냈다. 

김영배·민형배 등 재기발랄한 정치인들에게 다가오는 총선에 나오지 말라고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이들은 문 당시 대표와 청와대와에서 같이 '노통'을 모셨던 데다 정치적 역량도 탁월했다. 

그런데 "노무현-문재인 사단이 대두되고 있다"는 비주류의 압박이 우려되는 상황 때문에 "일선 구청장 자리에 좀 더 머물러 있으라"는 사인을 보냈다는 얘기다. 읍참마속을 할 정도로 절박한 당시 당대표 시절을 극복, 결국 청와대 입성을 한 것이다.

'박근혜 탄핵 처단'과 'MB 장기간 구금'까지 완수해 냈다고 해도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마음 한 켠에 그런 부담감과 마음의 빚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 변호사는 "지금 재심이 쉽지 않다. 경찰청장 사건을 보면 신빙성 있는 뇌물 공여 증언이 있는데 재심으로 엎어질 가능성, 10년 20년간은 제로다"라고 주장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결단해 달라고 탈당을 시켰다면, 재심이 더더욱 쉽지 않다. 법적 상식을 깨자는 것 아니냐"라고 우려했다. "양쪽 모두 힘든 상황이지만 차라리 청와대가 부담을 완전히 떠안는 사면이 낫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한 정계 인사는 "국민 눈높이를 이유로 탈당시켰으면 정치적으로 사형 선고는 당시 당대표가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 와서 대법원에 재심을 요구한다고 그게 잘못이라면, 잘못이 지워지거나 판사들 잘못으로 되나?"라며 범여권 일각의 재심 추진을 백안시했다. 

한편 다른 정치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모욕죄 대리 고소한 것 못 봤나? 고집 때문에 마음 먹은 건 어떻게든 할 것"이라며 사면이나 재심 구도를 만들 때의 파장을 굳이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을 내놨다. 그는 "정권 말 레임덕을 가중시키든 말든 뜻한 바대로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의 모욕죄 고소 정국과 한명숙 재심론을 연관해 볼 때, 어떤 답을 얻을 있을지 다른 이에게도 '복합 질문'을 해 봤다. 

익명을 요구한 입법부 공무원은 "정부 부처 분위기는 국회와는 사뭇 다른 것 같아 조심스럽다"면서 "고시를 막 붙은 사무관이면 모를까, 간부급 공무원이 자기 비판하는 이를 법적 조치를 하긴 쉽지 않다. 국장이든 차관이든 나쁜 기사가 나가도 언론사에 '세게 어필'하는 선에서 끝나는 걸로 안다. 신문기사가 아닌 개인적 비판이면 더더욱 면이 안 서지 않을까?"라며 고위 공직자의 고소 행보에 소극적 평가를 내렸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굳이 그렇게 초강수를 둘 정도의 고위 공무원이라면, 100% 억울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행정심판이든 행정소송이든 그걸 뒤집으려고 대응할 것 같기는 하다"면서 "형사사건이나 재심까지는 잘 모르겠지만"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회 공무원 같으면 아마도 (소송) 막힌다"는 부연은 붙었다. 

'민주당계의 대모'이자 부부가 모두 군사정권 시절 옥살이를 치른 희대의 기록을 가진 한 전 부총리는 조만간 공식적으로 펴낼 자서전에서 "난 결백하다. 그것은 진실이다.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고 강조하고 "6년 세월을 검찰이 만든 조작재판과 싸웠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런 구조 요청 나팔소리를 못 들은 척 하기에는 청와대의 마음과 고집이 남다르다. 어느모로 봐도 쉽지 않은, 그러나 내려놓기 어려운 '미망'이다. 문 대통령은 과연 그의 오랜 미망인 한 전 총리 문제를 누가 봐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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