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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위클리 재팬] 폭풍전야, 올림픽 중지와 고이케지사

 

장범석 칼럼니스트 | press@newsprime.co.kr | 2021.05.11 10:55:43
[프라임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사태가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각종 지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황금연휴가 끝난 지난 주말 감염자 7000명, 중증환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백신을 무력화시키면서 제3의 변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위기상황 속에서도 대회를 강행하려는 IOC와 조직위원회에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지난 5일 청원 사이트에 올림픽 중지를 요구하는 설문이 등장하자 4일 만에 30만 이상이 서명에 참여했다. 

사이트를 개설한 우쓰노미야 변호사는 "올림픽 중지를 요구하는 국민 70% 목소리가 온라인을 통해 단시간에 가시화되고 있다"며 "곧 IOC 바흐 회장·스가 총리·고이케 지사·하시모토 조직위원장에게 1차 결과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쓰노미야는 이번 청원운동을 시작한 이유로 '의료종사자와 시설 등 의료자원의 보호'를 내세운다. 지금도 빠듯한 의료종사자와 시설 등이 올림픽에 차출된다면 국민의 생활과 생명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이번 청원운동의 배경에는 대회 중지 요구에 귀를 막고 있는 대형 언론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요미우리·아사히·닛케이·마이니치 등 대형 4사는 모두 JOC(일본올림픽위원회)와 공식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어 올림픽 관련 보도에 대한 객관성을 잃은 지 오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외신은 IOC와 조직위원회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점점 높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4일 바흐 IOC 회장을 '바가지 씌우는 남작(ぼったくり男爵, Baron Von Ripper-off)'으로 비하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IOC가 거액의 라이센스료와 TV방영권료를 챙기면서 준비와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조직위원회에 떠넘기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 

여기에 영국 가디언 역시 "IOC와 주최 측이 의료종사자들에게 감내할 수 없는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공중보건의 붕괴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동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던 중국 언론도 비판대열에 가세했다. 수전노 IOC와 투자자금 일부라도 회수하려는 일본을 싸잡아 '황금만능주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인구의 1%밖에 백신 접종을 하지 못했다"고 비꼬았다. 오는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는 동업자로서 매우 이례적 언급이다. 

이러한 혼돈 속에서 일본의 언론이 주목하는 인물이 고이케 도쿄도지사다. 고이케는 공식적인 발언 때마다 "올림픽 개최의 성공을 위해"라는 전제를 깔지만, 대다수 언론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고이케가 물밑에서 개최 중지 선언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D-day가 도의회 개원일인 6월1일이 유력하다는 전망까지 뒤따르고 있다. '여제'로 불리는 고이케가 개최 중지를 요구하는 70%의 여론을 무기로 그 정도의 영단(?)쯤은 어렵지 않게 내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고이케 입장에서는 올림픽에 앞서 7월4일 치러지는 도의회선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순조롭게 중앙정치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만든 도민퍼스트당의 세력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최초의 여성 총리를 꿈꾸는 고이케가 스가를 포함한 자민당이 간절히 바라는 올림픽 개최에 순순히 협조할지에 대해서 의문부호가 붙는 이유다. 

IOC와 개최도시 계약을 맺은 것은 도쿄도이다. 계약에 따라 도쿄도는 장소를 제공하고 운영을 책임진다. 따라서 선수단과 도민의 안전을 위해 대회 중지를 선언하는 것도 고이케의 권한의 하나다. 중앙정부는 도쿄도를 지원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해 보증해주는 역할이 전부다. 그렇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는 스가가 먼저 선수를 칠 가능성도 있다. 고이케 지사와 스가는 소문난 견원지간이다.

정권의 실세인 니카이 간사장도 지난달 15일 한 매체에 출연해 "더 이상 무리라면 빨리 그만두어야 한다"고 멍석을 깔아 놓은 바 있다.

이어 "올림픽이 전염병을 더 만연 시킨다면 무엇을 위한 올림픽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누가 먼저 중지 선언을 해도 이상할 것 없는 도쿄올림픽이 되고 말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범석 국제관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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