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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공모주' 열풍, 신용대출 상승세…"영끌족 막아라"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잔액, 한달 약 7조↑…가계대출 부실 우려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21.05.11 12:32:03

지난달 암호 화폐와 공모주 투자 열풍에 힘입어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이 140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 증가 폭을 나타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34)는 은행에서 3000만원 가량의 대출을 받았다. 이 돈으로 카페 인테리어 등에 들어간 비용을 갚아야 했지만, 그는 돈을 더 불리기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처음엔 1억5000만원 가량의 차익을 봤지만, 반나절도 채 안 돼 코인이 모두 빠져나갔다. 출금 보안장치인 구글 OTP의 인증 절차도 무용지물이었다. A씨 추천으로 B씨도 같은 날 2억원을 대출받고 투자했지만 역시 돈을 잃고 말았다.

지난달 암호 화폐와 공모주 투자 열풍에 힘입어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이 140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 증가 폭을 나타냈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42조2278억원으로 전달 말(135조3877억원)보다 6조8401억원 급증했다고 전했다. 역대 가장 많이 늘었던 지난해 11월의 증가 폭(4조8495억원)을 5개월 만에 갈아 치운 셈이다.

이중 정기예금잔액은 614조7991억원으로 전월말대비12조 8814억원이 떨어졌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정기 적금 잔액은 35조4430억원으로 지난해말대비 6조원 가까이 떨어졌다.

이는 지난달 28, 29일 진행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됐다. SKIET는 중복 청약이 가능한 마지막 대형 공모주로 인기를 끌면서 역대 최대인 80조9017억원의 청약 증거금을 끌어모았다. 이에 5대 은행 신용대출은 5조54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이 7월부터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을 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투자자들이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DSR은 주택담보대출(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총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을 받아 청약에 뛰어든 투자자들도 은행 대출 증가에 한 몫했다. 또 3년 만에 불어 닥친 코인 광풍에 빚투 수요도 가세하고 있다.

실제로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개설해주는 은행의 신규계좌 건수와 수신 잔액이 크게 증가했다. 빗썸·코인원 등과 제휴한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 1분기에만 신규 개설 계좌가 145% 가량 늘었고 업비트에 실명계좌를 내어주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지난달 중 고객이 약 146만명 늘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액은 지난달 15일 하루 기준 약 216억3000만 달러(약 24조원)로 국내 주식 투자에 해외 투자액을 합한 21조원을 넘어섰을 정도였다.

이처럼 공모주 청약과 가상화폐 열풍에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늘어난 데다 7월 대출 규제 강화를 앞두고 '막차' 수요까지 겹치면서 대출 수요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출 금리 상승 조짐에 신용대출이 크게 늘자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가계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 3월 기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3.70%로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식에 이어 가상화폐 열풍으로 빚투나 영끌족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신용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이들 중 대부분이 저신용자여서 은행들의 우대금리 축소 등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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