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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LG 구광모·권영수, 잇따른 합의에 나선 사연은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1.05.11 17:00:18
[프라임경제] 리튬이온 배터리(2차 전지)를 둘러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 간 소송전이 긴 시간에 걸친 혈투 끝에 '합의'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LX라는 사명을 두고 갈등을 빚어오던 LG(003550)와 한국국토정보공사 역시 사명을 공동 사용하기로 최종 합의했죠. 여기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LG트윈타워 앞에서 농성을 벌이던 청소노동자와도 '합의'로 끝맺음을 맺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소송과 갈등의 공통점은 두 가지로 함축됩니다. 첫 번째는 정쟁의 주체 중 한쪽이 LG라는 점, 그리고 4월에 모두 합의라는 결론이 도출됐다는 점이죠.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 말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19년 6월 취임 1년을 맞았을 때 받아 들었던 업계의 평가입니다. 이는 지난 1년 간 구광모 회장이 선대 회장과는 다르게 실용주의적 사고를 가졌고, 이를 바탕으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등의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었죠. 

여기에 그간 LG 고유의 문화로 꼽혀오던 온순하고 착한 이미지와 '사람을 아끼고 서로 화합한다'는 LG그룹의 창업 정신인 인화(人和)를 탈피하고 '공격 DNA'를 심어 경쟁사인 삼성과 SK, 현대차 등과 △소송 △고발 △장외 설전 등을 펼쳤다는 점들이 "구광모 회장 체제의 LG는 다르다"는 업계 주장을 뒷받침했습니다.

곧 취임 4년 차를 맞는 구광모 회장의 이 같은 경영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적어도 위 사례들이 나오지 않기 전까지는 말이죠.

권영수 LG 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 ⓒ 프라임경제


변화와 격변, 심지어 전투라는 수식어가 맨 앞에 붙었던 LG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던 것과는 다르게 돌연 과거의 '인화' 이미지를 재현한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각기 다른 평가를 내렸습니다.

합의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과 환경들이 조성돼 LG에 공격 DNA를 심은 구광모 회장과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평가받는 구 회장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LG그룹의 2인자 권영수 LG 부회장이 어쩔 수 없는 결정을 내린 것이란 주장 및 온고지신(溫故知新, 옛것을 연구하고 미루어 새것을 안다) 정신을 바탕으로 LG가 또 다른 변화를 꾀한다는 상반된 두 주장이 제기됐죠.

이러한 주장들이 제기된 데는 그만한 이유들이 존재합니다. 먼저, SK이노베이션과의 기나긴 소송전이 합의라는 결론이 도출된 것이 대표적 사례인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양사 간 합의는 '외압'에 의한 즉, LG와 SK 모두 그리 탐탁지 않은 결과라는 점입니다.

양사 간 합의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긴 시간 갈등 끝에 화해하면서 한국 'K배터리' 위상이 다시 살아날 발판이 마련됐다"고 아름답게 포장했습니다. 하지만 LG와 SK 합의의 '키'를 쥐고 있었던 미국 정부의 강력한 합의 종용 없이는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해석입니다. 

LG 입장에서 해석해보자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조기패소 판결을 이끌어내 더 많은 합의금을 이끌어 내거나 혹은 SK이노베이션의 공백을 메워 2차 전지 시장 선두에 우뚝 설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SK 입장에서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비토권(거부권) 행사를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미국 정부는 자국 내 정치·사회적 문제들과 맞물려 있는 이 소송을 그냥 두기엔 리스크가 상당할 것으로 판단, LG와 SK를 향해 합의를 강력하게 요구했고 양사 모두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게 배터리 업계의 후문입니다.

결국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회동을 통해 접점을 모색해야만 결론이 날 것이라는 LG 측 입장과 다르게, 업계 예상대로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주선한 자리서 구광모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두 그룹 총수가 직접 만나 합의라는 결론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를 한국국토정보공사와 청소노동자들과의 갈등에 대입해 보면 준정부기관과의 대립이라는 부담감과 청소노동자들의 시위로 인해 국회와 노동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등의 상황들이 LG가 변화된 공격적인 모습을 무를 수밖에 없었던 환경을 조성해 '합의'라는 결과가 나왔다고도 해석 가능하죠.

따라서 이번 4월 큰 이슈들에 대한 '합의'가 잇달아 이뤄진 데는 상황 및 환경이 조성됐고, 이로 인해 LG에 공격 DNA를 심은 구광모 회장과 권영수 부회장이 기존 경영 기조와는 다르지만 '어쩔 수 없는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다수의 시각입니다.   

일각에서는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새로운 LG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선 '착한 기업 이미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경영진의 의도가 자칫 "구광모-권영수 체제의 LG는 싸움을 좋아한다"라는 이미지가 낙인 됨과 동시에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 아닌 하이리스크 로우리턴의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잔존한다는 점 등이 이번 4월 이뤄진 합의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LG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다만, 구광모·권영수 체제의 공격적인 LG 경영 기조가 올스톱될 가능성에 대해선 우회적으로 배제했죠.

이와 관련해 LG 관계자는 "기존 변화와 고객가치, 선택과 집중의 리더십은 그대로일 것"이라며 "여러 이슈들이 해결되면서 (LG는) 더 성장의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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